위험과 위험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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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과 위험관리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0.05.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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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인류의 역사는 위험과의 투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데보라 럽트(Debora Ruot)가 적시했듯이 인류의 인지가 발달할수록 극복해야 할 위험이 자연적 위험에서 인위적 위험으로 그 중요도가 바뀌어 왔다. 다른 말로 인류의 역사를 위험창조의 역사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이라 할 것이다. 

부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등 경제주체의 경우 위험은 상존하는 그 자체이며 동반자라 할 수 있다. 주변을 맴도는 위험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서 기업 등에게 부가 주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 기업에 따라서는 보험회사와 같이 다른 기업의 위험을 떠안으며 부를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

중세에는 가내 수공업이 산업의 주류였고, 도제시스템이 사회적 체계를 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 및 공급을 하는 구조였다. 물론 가내 수공업자들 가운데 기술력이나 서비스제공 역량의 차이가 있었겠으나 경쟁을 통한 시장의 과점이나 부의 독점을 위한 동기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도제시스템은 인건비 절감에 기여했으며 지역사회 내에 기술자 및 장인의 숫자를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결국 지역사회에서 현상유지를 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위험관리 차원에서 문제의 발단은 동력 및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의 발명과 이에 따른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부터이다. 대량생산은 소비규모를 감안한 생산이 아닌 설비규모 및 원료의 수급에 맞춘 생산이었다. 초기에는 사회적으로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할 정도로 풍요를 누리고 소비시장의 팽창 및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시장은 한정적이고 소비는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이 현실로 나타났고, 각국은 자국 내 소비시장 뿐이 아니고 다른 나라의 소비시장을 개척하고 쟁취하고자 노력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간 혹은 지역간 전쟁도 서슴지 않게 됐다.     

오늘날 세계는 정보화, 단일시장화, 기술첨단화 등에 급격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 역시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주변 환경변화의 범위(scope)와 정도(scale)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다양하고 빠르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맘모스가 엄청난 신체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멸종을 피할 수 없었던 것과 같다. 주변 환경변화에 능동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위험관리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영국의 베어링스(Barings), 레일트랙(Railtrack), 미국의 엔론(Enron), 아델피아(Adelphia), 월드컴(Worldcom), 팔마래트(Palmalat)의 경우 위험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기업 자체가 소멸된 경우이다. 반면 위험관리에 힘쓴 기업, 예컨대 삼성과 같은 경우 그 효과를 톡톡히 본 바 있다. 삼성의 경우 리먼브라더스와의 거래 청산, 벌크선 비중 축소,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문 축소 등이 위험관리 체제의 효과를 거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위험관리는 변방에서 부수적으로 수행하던 업무에서 이제 가장 중요한 업무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 마주하는 위험은 때론 천천히 혹은 급격히 다가오기도 하고, 위험이 심각하기도 혹은 사소하기도 하다. 또한 위험은 종류에 따라 기업 차원에서 담당하기도 하고 전담부서에서 담당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직원이 담당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위험관리가 전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사적 위험관리(Enterprise Risk Management)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사적 위험관리의 핵심 중의 하나는 전 구성원이 위험관리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처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는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에게 위기임이 분명하다. 위기는 이렇듯 예고나 전조증상 없이 들이닥친다. 공제나 보험의 경우, 가입자 일부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이나 가입자 상당수에게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은 대처가 어렵다. 재보험이나 재재보험 등으로 이러한 위험을 분산하는 장치가 있지만 조직이나 구성원 모두가 위험에 대한 관심과 대처를 일상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 역시 반드시 극복하게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극복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구성원들 간의 피드백을 통한 공유, 그리고 이때 얻게 될 교훈을 반드시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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