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_공제협회 필요하다] ①공제업계는 ‘동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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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_공제협회 필요하다] ①공제업계는 ‘동네북?’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06.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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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공-건공 업역다툼, 조합-협회 내홍 등 이해관계자 갈등 격화
공제기관 간섭, 외압 많아지는데 업계 구심점 없어
공제협회가 방패막이, 갈등조정자 역할 수행해야

공제협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제조합과 협회의 내홍, 엔공과 건공의 업역다툼,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 등 이해관계자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공제업계 권익 보호와 갈등조정을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제기관을 회원사로 둔 공제협회가 설립될 경우, 조합 간 업역 조정은 물론 교육사업, 대관업무, 업계 네트워크 형성 등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주무부처와 사업 범위가 제각각인 조합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지는 풀어야 할 과제다. 자세한 내용을 4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했다. 

①공제업계는 ‘동네북?’ 
②공제협회 출범하면 뭐가 좋을까?
③일본 공제협회 살펴보니... 
④공제협회 출범 과제 및 전망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지난 4월 엔지니어링공제조합과 건설‧전문건설‧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이 정면 충돌했다. 엔공에서 의원 입법으로 보증사업 범위를 기존 ‘설계·감리’에서 ‘공사’ 영역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개정안(이하 엔법)’을 발의하자, 이에 반발한 건설공제 3사가 연판장을 돌리고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법 개정 저지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엔법 개정안은 엔공의 보증사업 범위 확대는 물론, 엔법을 건설산업기본법 등 다른 법률보다 우선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엔공과 건공의 업역다툼시 엔공에 유리한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은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건설공제조합은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이번 개정안이 엔공의 사업 범위만을 일방적으로 확대시키는 특혜이며, 개정안 이전부터 수년간 지속된 불법 영업 논란에 대한 합법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공제조합 근간 뒤흔드는 엔법 개정안 저지 총력’이란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엔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건설 관련 공제조합의 부실 발생은 물론, 공적기능 붕괴에 따라 대다수 중소 건설업체의 금융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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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제조합 관계자들이 국회를 방문해 건설관련 3개 조합 명의로 엔산법 개정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을 보는 공제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10여년 전부터 엔공이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타 공제조합과 마찰을 빚어온 것이 이번에 폭발했다는 것이다. 

엔공은 보증요율 및 보증사업 범위를 두고 다른 공제조합과 번번히 부딪혀왔다. 건설, 전문건설, 기계설비, 건축사, 공간정보공제조합 등과 직‧간접적으로 업역다툼을 벌인 바 있다. 

엔법 개정안은 지난 4월 22일 국회 산자부 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 안건으로 올랐으나, 건설공제조합과 국토부 등의 반대로 일단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다만, 법안이 철회된 것은 아니라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공제조합간 업역 다툼을 중재할 갈등조정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제조합 경영기획팀장 A씨는 “다른 산업들은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단체가 하나씩 존재한다”며 “우리도 공제 이익을 대변하고 조합간 밥그릇싸움을 사전 조정해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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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건설 관련 공제조합 경영혁신안' 일부. 국토부는 경영혁신안과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통해 건설협회장과 공제조합 이사장을 모두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 조합 갈취하는 협회들 

내년 6월부터 건설공제조합 이사장과 건설협회장이 모두 조합 운영위원회에서 제외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박덕흠 논란’을 계기로 건설협회장을 조합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배제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조합 이사장도 운영위에서 퇴출시켜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협회 측 로비의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토부가 법 개정에 나선 계기는 박덕흠 논란이다. 지난해 9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이 2009년 전문건설협회장과 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할 당시 지인 소유 골프장을 비싸게 사들이는 등 이권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협회 측에서 공제조합 운영에 수시로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운영상 문제가 드러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가 관리감독 강화에 착수한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건설 관련 협회장이 해당 공제조합의 당연직 운영위원을 겸직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공제조합은 운영 자산이 수백억~수조원에 달하는 금융기관인 만큼, 공정하게 운영하려면 ‘금산분리’처럼 이해당사자인 사업자가 모인 협회와 조합이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협회 측에서 조직적인 반대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건설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국회와 국토부 등에 탄원서 7만2000여부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건설협회장은 전 조합원의 동의를 받은 조합원의 대표로서 현재와 같이 조합의 경영사항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토부는 협회장과 조합 이사장이 운영위에서 동반 퇴진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이사장은 공제조합과 조합원 이익을 대변하는 최고 책임자로 운영위 의결권 제외는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묵살됐다.   

건설업계 대표단이 탄원서를 배경으로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업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건설업계 대표단이 탄원서를 배경으로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업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대부분 공제조합들은 협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협회 공제사업부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다 공제사업이 커지면서 별도법인으로 떨어져나온 경우가 많아 직원들끼리 친분이 있고, ‘협회원=조합원’인 구조라서 협회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공제조합은 매년 협회에 회비 명목으로 수백~수천만원을 내고 있다. 협회와 조합이 같은 건물을 쓰거나, 일부 업무를 공유하는 등 ‘따로 또 한몸’인 곳도 있다. 예컨대 자본재공제조합은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별도 조직이지만 여전히 홍보업무는 공동 대응한다.

문제는 일부 협회에서 공제조합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모 공제조합은 매년 협회 골프행사에 3억원 가량을 지원해왔다. 그런데 최근 협회장이 바뀌면서 수십억원의 행사비를 요구해 거절했다. 그러자 협회에서 이에 불만을 품고 조합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대형 조합원사를 동원해 압력을 넣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고 한다. 

공제조합 B과장은 “기존 골프 행사비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영업비 명목으로 지원했는데, 이렇게 큰 금액을 요구하면 우리도 난감하다. 근거없이 예산을 집행할 경우 내부감사 및 주무부처 감사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거절했는데 강하게 항의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건축사공제조합의 경우 협회장이 꽂아넣은 ‘낙하산 인사’가 조합 이사장으로 들어오면서 내부 갈등이 심각한 상태다. 조태종 이사장이 조합원 출자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와 협의 없이 독단으로 수십억원대 증권 상품을 매입했으며, 마음에 안드는 직원을 ‘찍어내기’ 위해 조직 개편을 시도하는 등 ‘전횡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건축사공제조합 조태종 이사장 ‘전횡’ 논란④

사실 협회의 주 수입원은 회원에게 걷는 회비다. 반면 공제조합은 금융기관으로서 보증‧공제‧퇴직연금 사업 등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공제조합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합 운영에 개입해 조합원사에 유리하게 정관을 바꾸거나, ‘감놔라 배놔라’하는 협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조합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선 공제업계도 힘을 합쳐야 한다. 공제협회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협회 조직력‧로비력에 개별 공제조합이 맞상대하긴 어려운데, 공제협회가 생겨나면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제조합 C부장은 “협회에서 시작된 공제조합들은 아무래도 그쪽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금융기관이란 특성상 로비조직인 협회의 영향력을 이길 수 없다”며 “우리도 공제협회를 만들어 조합 운영에 자꾸 개입하려는 협회 측의 부당한 움직임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압에 수수방관, 구심점도 없어 

공제협회 필요성은 이 뿐만이 아니다. 공제조합을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것도 협회 설립 당위성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당국이 6월부터 공제기관의 재무건전성 관리·감독에 착수한다. 금융위원회가 공제기관 주무부처 장관에게 재무건전성에 대한 협의를 요구하거나, 반대로 주무부처에서 금융위에 재무건전성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이다. 

공제기관은 조합원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그동안 각 주무부처의 관리·감독만을 받아왔다. 그러나 공제회 자산운용 규모가 커지고, 교직원, 군인 등 7대 공제회의 경우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공적자본이 투입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지난 2014년부터 공제기관의 감독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제업계는 개정안 시행이 기존 주무부처 관리감독과 함께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공제업계 D전문가는 “공제기관이 보험도 아닌데 보험업법에 이 같은 사항이 명시되는 점도 그렇고, 금융위와 주무부처의 감독관리 범위가 이원화되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제협회가 생겨나면 여러 장점이 있다. 공제업계 정보 교류 및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각종 외압이나 법 제도 개선 등에 단체로 대응할 수 있다. 국정감사에 공제조합 대신 협회가 나서거나, 일본 공제협회를 벤치마킹해 조사‧연구업무, 홍보‧출판업무, 대관업무 등 공제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역할이 가능하다. 

사실 1970년대부터 생겨난 공제업계에 공식 논의기구나 조합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 공제기관과 비슷한 일을 하는 보험사들이 손보협회, 생보협회를 통해 모이고, 은행들도 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힘을 합치는 등 산업마다 이해관계자 조직이 있는데, 공제업계만 유독 구심점이 없다. 

공제조합 실무자들이 매달 한번씩 모이는 ‘보증기관협의회’가 있긴 하지만 공적인 행사가 아닌 친목모임에 불과하고, 보증업무를 하는 공제조합에 국한돼 한계가 있다. 몇 년 전까진 공제업계 종사자들이 술자리도 자주 갖고 업계 정보를 공유하는 등 모임이 활발했으나, 최근엔 코로나19 영향과 공제조합간 업역다툼이 심해지면서 ‘끼리끼리’ 모이는 자리로 변질됐다. 공제업계를 향한 외부 견제와 압력이 높아지는데, 이에 대한 논의나 대응은 손을 놓은 셈이다. 

E공제조합 관계자는 “예전엔 업계 동향이나 공제 관련법 개정 소식, 주무부처 공무원 소식 등 다양한 정보가 오갔는데, 요즘은 업역다툼이 심해진 이후 끼리끼리 노는 판이 됐다. 공제조합끼리 협력하고 교류하는 공식 통로는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보사들이 10년에 한번 꼴로 공제조합과 서울보증만 수행하는 보증 사업을 풀어달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안에 공제조합을 끌어와 규제하려는 등 공제업계 고유영역에 대한 견제가 많아지는데 우리는 협회나 구심점이 없어 그냥 지켜만 보는 상황”이라며 “이쪽저쪽에서 치이는 동네북 신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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