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 나서는 공제회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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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나서는 공제회들의 자세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10.0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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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요청자료 준비에 한달 이상 소요, 예상질문 뽑고 이사장 옷차림까지 점검
공격 빌미 안주려 노력하지만, 의원들 ‘침소봉대’ 부담…국감 계기로 내부 혁신 순기능도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7일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국감에 참석하는 공제회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감장에서 혹여 꼬투리라도 잡힐까 예상 질문은 물론 이사장 옷차림, 답변의 톤앤매너까지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일선 기획·홍보팀 관계자에게 국감에 대한 생각과 준비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들었다.

창과 방패의 대결

공제회들은 보통 한달여에 걸쳐 국감을 준비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국회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 준비다. 의원 요청이 들어오면 현업부서에서 해당 자료를 준비하고, 이를 홍보 또는 기획팀이 취합‧정리해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문장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쓴다.

국정감사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국감에서 돋보이기 위해 치밀하게 질문을 준비한다. 이에 맞서 공제회들도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충실히 답변을 마련한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거나 시정요구 사항에 대한 답변은 국정감사 처리결과로 보고되므로 추후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한 답변서 작성이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공제회 주요 현안과 최근 언론보도 및 이슈를 꼼꼼히 점검한다. 공제회 이사장 등이 국감에 증인 혹은 배석자로 참석할 경우 의원 예상질문과 모법답안을 미리 숙지시키고, 옷차림은 물론 톤앤매너 등 사소한 부분까지 체크한다.

국감 예상 질문은 1차로 의원실에서 공제회에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뽑아내고, 2차로 공제회가 속한 산업군 이슈, 경제·사회 이슈 등을 준비한다.

A공제회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올해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 위주로 대비를 한다. 이사장님께 해당 내용을 숙지시켜 실수하지 않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의원들이 돌발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공제회의 사업 내용 같은 일반적인 것은 화제가 안되니 기사화될만한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B공제회는 “이사장님이 당황하는 걸 방지하려면 준비하는 사람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공제회들의 국감장 단골 질문 1순위는 자산운용 문제다. 최근 몇 년간 자산운용 실적을 확인하고 미흡할 경우 그 원인과 개선사항에 대한 질문이 뒤따라온다.

두 번째 단골 질문은 ‘낙하산 논란’이다. 일부 의원들은 공제회 이사장이 현 정권의 코드인사라는 점을 들어 공제회를 비판하기도 한다. 낙하산 논란의 경우 공제회 실무자들이 관리할 수 없는 이슈라서 그냥 ‘맞고 가는’ 수밖에 없다.

이밖에 회원관리 미흡, 복지 문제, 핵심 사업 참여율 제고 방안, 공제회 예산 집행에 대한 투명성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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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올라온 국정감사계획서 중 일부. 교직원공제회 등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예산집행, 인사관리 등 다양한 사항을 점검한다.

의원들, 공제회 자료 일부만 ‘침소봉대’

공제회 실무자들이 입을 모으는 국감 과정에서 어려움은 의원들이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공제회 자료 중 특정 사안만 강조한다는 것이다. 공제회에서 준 자료는 A와 B가 모두 포함된 것인데 이 중 A만 부각시켜 언론에 뿌리고 자신의 치적으로 삼는 경우 난감하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잘못된 내용이 있어도 정식으로 항의하고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C공제회는 몇 년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의원실에서 최근 10년간 ‘공제회 국내 부동산 PF투자현황’ 자료를 달라고 해 제출했더니, ‘C공제회, 10년간 2000억원 넘게 손실’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린 것이다.

보도자료에는 공제회의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를 조목조목 나열한 뒤, ‘투자 검증 시스템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공제회의 투자 성공사례는 구색갖추기용으로 한문장 정도만 명시했다. 공제회에선 오랜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결과적으로 플러스 수익을 냈지만, 해당 자료를 언론들이 받아쓰면서 ‘무능한 조직’으로 매도됐다.

C공제회 관계자는 “국정감사라는 게 기본적으로 칭찬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패에 대해 꼬집는 자리다보니 좀 억울해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어려운 점은 의원들의 자료 요청량이 너무 방대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각 부서의 예산집행 내역은 물론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소명자료, 후속조치는 물론 몇 년치 자료를 한꺼번에 준비하기도 한다.

반대로 국정감사의 순기능도 있다.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면 잘못된 부분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D공제회는 ‘회원 개인정보 관리 미흡’에 대한 국감 지적을 받은 뒤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D공제회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이나 예전부터 내부에서 방치하던 사안들도 국감에서 한번 지적받으면 속도감 있게 개선이 된다”고 털어놨다.

다만 7대 공제회 정도가 아니면 작은 규모의 공제회나 공제조합들은 국감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는 편이다. 국가에서 자금을 보조받지 않는 곳들은 이사장이 국감에 배석했다가 한마디도 안하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들도 많다.

해마다 국감 시즌이 되면 기업 총수들이 국감장에 불려가 ‘망신주기’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드문 편이다.

E공제회 홍보실장은 “저희는 국감받을 정도의 급이 안된다. 교직원공제회 같은 곳이나 주목하지 이제 겨우 흑자를 내고 있는 형편이라 의원님들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F공제회 관계자 역시 “늘 하던대로 기관 현황보고 자료와 보고서 정도를 내는 게 고작”이며 “공공기관이 아니라서 직접 감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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