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생계 절벽’...“예술인 공제조합 설립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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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생계 절벽’...“예술인 공제조합 설립 시급”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0.09.18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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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예술인 “3명 중 1명 수입없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직격탄
직업 특성상 소속 회사 없어, 4대보험 적용 배제 ‘복지사각지대’
‘예술인복지법’ 있지만 유명무실, 조건 까다로워 예술인 대부분 해당 안 돼
미국 ‘유니버셜 공제제도’ 벤치마킹, 유연한 공제료 등 예술인공제 설립해야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문화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문화‧공연이 제한되면서 소극장, 영세 기획사들이 문을 닫고 배우들의 생활고는 극심해졌다. 연예계 역시 마찬가지다. 행사, 콘서트, 축제 등이 모두 취소되며 톱클래스를 제외하곤 밥줄이 끊긴 상황이다.

이처럼 경제적 위험에 방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예술인들은 기존의 사회보장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예술인 공제조합을 설립해 복지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예술인 실태조사 “3명 중 1명 수입없어”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의 57.4%가 전업 예술인이며, 이 중 76%는 프리랜서인 것으로 조사됐다. 겸업 예술인의 경우 예술활동 및 관련 직업으로 ‘기간제·계약직·임시직’ 형태가 가장 많았으며 겸업하는 이유는 ‘낮은 소득’(46.5%)과 ‘불규칙한 소득’(27.1%) 등 불안정성 때문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간 순수 예술활동을 통한 개인 수입이 1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72.7%에 달했다. 예술활동 수입이 ‘없다’고 답한 예술가는 28.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연수입 500만원, 즉 매달 40만원 정도를 버는 예술인이 27.4%로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건축·방송연예·만화 분야의 활동 수입이 비교적 높은 반면 사진·문학·미술 분야의 수입은 낮게 나타났다.

게다가 예술활동에 대한 계약체결 경험이 없는 예술인이 57.9%로 절반을 넘었으며, 계약 경험이 있는 예술인 중 9.6%는 ‘부적절·부당한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예술인 복지법, ‘빛 좋은 개살구’

지난 2011년 11월 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다 사망하자 이 사건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 이듬해인 2012년 1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정작 최씨와 같은 비정규직 문화예술인들은 법에 명시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 2조에 따르면 예술인은 △저작권법에 따라 공표된 저작물이 있는 자 △예술 활동으로 얻은 소득이 있는 자 △그 밖에 두 사항에 준하는 예술 활동 실적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출연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예술인에서 제외돼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예술인은 배제된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소속되기 어려운 예술인의 특수성을 인정받지 못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입하는 건강·고용보험과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산재보험 비용도 전액 본인이 부담해 논란이 일었다.

그 후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는 2014년부터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유관기관 특별협의회’를 구성해 예술인이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대 국회에서 고용보험법 특례 규정으로 예술인을 편입시키는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4대보험 중 고용, 산재보험은 적용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올해 12월부터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되지만 이 역시 문화예술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고용보험 적용대상 범위와 소득 기준이다.

정부는 1건당 50만원 미만 계약건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매달 30만원씩 장기 계약한 경우 공연을 해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대다수 문화예술노동자가 건당 50만원 이하 계약으로 일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명시적으로 체결한 경우만 고용보험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작가의 경우 구두계약으로 업무가 이뤄지거나, 공연업계는 아는 사람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공연 품앗이를 하는 등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앞서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예술인 57.9%는 계약체결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공제료 납입 유연하게’, 유니버셜 공제 벤치마킹

4대보험(건강·고용·산재보험‧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보험료를 꾸준히 납입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예술인들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술인의 불충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대안으로 예술인 공제사업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문화예술인의 범주는 굉장히 넓은 편이다. 이를 규정짓는 법률도 많으며 직업 특성상 유동성이 높아 직업군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복지혜택을 받는 예술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프리랜서나 기간제·계약직·임시직 근로자 등 전체 예술인의 절반 이상이 공제료를 매월 납입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을 공제제도 안으로 편입하도록 새로운 복지 시스템 구상이 필요하다.

미국의 ‘유니버셜 공제제도’는 이런 현실적 딜레마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니버셜 공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예술인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며 공제료와 납입주기를 개인별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이를 예술인 공제제도 설립에 활용하되, 공제조합 성격에 맞춰 일부 재설계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공제료 납입시 일정 비용을 정하고 소득이 발생하면 납입하되, 소득 없는 기간에는 공제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이 금액에 대한 인출은 실업급여, 재해·질병에 대한 상병급여, 은퇴 후 노령급여 등에 한정해 지급된다. 또한 본인이 불입한 금액과 별도로 보험적 성격의 사망일시금과 장해급여는 정부의 지원금을 활용해 지급된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문위원은 “예술인공제조합 설립시 유니버설공제를 참고해 국내상황에 맞춰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체부에서 예술인 진흥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공제조합을 설립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먼저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예술인 가운데 연예인들의 경우 소득수준 상위 3%를 제외하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연예인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될 수 있어 공제조합이 생기기 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활용해 연예인협동조합을 설립한다면 고용불안전 문제를 비롯한 경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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