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산업공제조합은 왜 ‘보유공제’를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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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산업공제조합은 왜 ‘보유공제’를 못할까?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07.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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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산업 2法 통과, 소방사업자 보증·공제 수요 늘어날 전망
소방산업공제, 법으로 보유공제 판매 금지… ‘역차별’에 속앓이
보유공제 가능하도록 법 개정,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소방산업공제조합은 공제조합 중 유일하게 보유공제가 금지돼 '나홀로 규제'를 받고 있다.
소방산업공제조합은 공제조합 중 유일하게 보유공제가 금지돼 '나홀로 규제'를 받고 있다.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소방산업공제조합이 보유공제 문제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소방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공제 활성화가 예상되지만, 보유공제를 판매할 수 없어 손에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소방산업공제조합은 모든 공제단체 중 유일하게 보유공제가 법으로 금지돼있다. 불합리한 역차별을 받는 만큼 보유공제가 가능하도록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책임 가입 의무화, 반사이익 예상 

최근 국회에서 의미있는 법안 2개가 통과됐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가 담긴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과 소방사업자가 손해배상책임공제(보험)에 의무 가입하는 ‘소방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소방시설공사를 타 업종 공사와 분리발주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그간 소방시설공사는 건설사에서 용역을 받아 하도급-재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단계를 거치며 줄어든 공사비로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바람에 부실 자재 사용, 무리한 공기 단축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법 개정으로 이런 폐단이 사라질 전망이다. 

소방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소방사업자는 보험이나 공제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앞서 소방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공제(보험) 가입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보험가입 없이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수행상 과실 등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고 피해보상 문제로 소모적 논쟁이 벌어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화재 사고에 따른 재산피해 규모는 지난 2016년 4206억원, 2017년 5069억원, 2018년 5593억원으로 최근 4년간 연평균 8.4% 증가했다. 또한 매년 200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기준 소방산업공제조합 가입률은 상품별로 약 8%에 그쳤다.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오는 9월 1일부터, 소방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오는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법 개정에 따라 신규 공제(보험)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제단체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소방산업공제조합은 물론 엔지니어링공제조합, 전문건설조합 등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보유공제 막혀 ‘반쪽 업무’만...  

문제는 소방법 개정안으로 도약의 전기를 맞은 소방산업공제조합이 ‘반쪽짜리’ 보험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산업공제조합은 다른 공제단체와 달리 보유공제가 법으로 막혀 있다. 

소방산업법 제24조(공제조합의 사업) 2항을 보면, △조합원의 업무 수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보장 공제사업 △조합원에게 고용된 사람의 복지향상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공제사업 2가지 항목은 ‘공제회에서 직접 수행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소방산업공제조합은 직접 보험상품을 만들어 팔지 못하고, 보험사 상품 중계 역할에 그치고 있다. 

보유공제를 통해 공제상품을 조합에서 직접 개발·운영하면 여러 장점이 있다. 보험사에 비해 저렴한 공제료를 산정하고, 조합원 맞춤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조합에서 가져가는 수익도 보유공제가 훨씬 크다. 

한 공제업계 관계자는 “판매공제의 경우 조합에 떨어지는 몫이 거의 없다. 40억원을 판매한다고 가정할 때 36억원은 보험사 주고 10%인 4억원 정도만 조합에 남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등 많은 단체들이 공제상품을 판매에서 보유로 전환하는 추세다. 

소방산업법 제24조 2항에 소방산업공제조합이 '손해배상책임공제'를 직접 수행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소방산업법 제24조 2항에 소방산업공제조합이 '손해배상책임공제'를 직접 수행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유독 소방산업공제조합만 보유공제를 못하도록 막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소방산업공제조합 설립 당시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해 보유공제를 운영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방산업공제조합과 업무 영역이 겹치는 건설업계 대형공제회들의 견제와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소방산업공제조합이 이제는 보유공제를 수행할 여건이 충분한만큼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소방산업 발전법 2개가 통과된 가운데, 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소방산업공제조합이 수혜 대상에서 배제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보유공제든, 판매공제든 내부 판단에 의해 운영토록 하고, 소방사업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기 위맥공제보험연구소 대표는 “의무공제를 취급하는 공제조합들이 자체 상품개발·판매를 통해 직접 보유를 늘려가는 추세 속에서, 유독 소방산업공제조합만 역차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아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독자적인 사업운영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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