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험업법상 정보제공의무 강화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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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험업법상 정보제공의무 강화의 시사점
  •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0.07.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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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한창희] 일본에서는 보험자의 정보제공의무에 대하여 사법상의 대원칙인 자기책임의 원칙이 기본이다. 그러나 협상력과 정보력이 열악한 소비자가 스스로 정보를 수집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회사나 보험모집인은 중요한 사항을 알릴 의무를 진다. 이 글에서는 보험소비자보호의 핵심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보험회사의 정보제공의무에 대한 일본의 판례와 최근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공제조합을 비롯한 보험사업자에게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정보제공의무 관련 2개의 판례를 살펴보자. 1993년 호카이도의 오쿠지리섬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과 관련 소송이 벌어졌다. 당시 사건은 오쿠지리섬 주민이 소유한 주택이 지진 이후의 화재로 파괴된 사건으로 정보제공의무가 쟁점이었다. 지진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한 보험계약자는 보험자가 지진면책조항에 대한 정보제공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00년 3월 30일의 하코다테지방법원은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에서는 1888년 이래 화재보험계약이 체결된 경우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 손해에 대해 보험자가 보상한 적이 없고, 보험회사나 보험모집인은 중요한 사항을 알릴 의무가 있긴 하지만, 소비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회사가 일반적으로 모든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001년 고베 대지진으로 인하여 고베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보험목적물이 파괴된 손해를 입은 원고의 경우 보험계약자 승소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보험사의 정보제공의무와 설명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하였는데, 2001년 10월 31일의 오사카고등법원판결은 일반적으로 화재보험은 지진보험보장을 포함하는데, 이 사건에서 지진보험보장이 포함되지 아니한 것은 보험업법상 설명하여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2016년 보험업법 개정 이전의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허위로 알리거나 보험계약에 규정된 특수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만을 규정했다. 즉 보험업법상 고객에 대한 능동적 정보제공의무에 관한 조항은 없었다. 반면 은행법 제12-1(ⅰ)은 은행은 예금과 정기예금 등에 대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예금자 등에게 도움이 되는 예금 등 계약 내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것은 예금 또는 적금이 소비자에게 보험보다 쉬웠기 때문에 불합리했다.

보험상품은 무형적이고, 보험약관이라는 많은 법률조항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정확히 이해한 후에 보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 고객의 의향을 확인할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2016년 이전에는 어디에도 이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2013년 6월 7일의 <보험상품·서비스의 제공 등의 바람직한 모습에 관한 보험워킹그룹>의 ‘새로운 보험상품·서비스와 모집룰에 관한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제언’은 보험회사와 보험모집인은 고객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제공하기 위하여 고객의 의향을 확인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16년 개정보험업법 제294조 제1항에 보험회사와 보험모집인은 보험상품, 서비스 등의 이해를 증진하도록 고객에게 보험모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지는 것으로 개정됐다. 동법 제294-2조는 보험회사와 보험모집인은 보험모집시 고객의 의향을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했고, 이에 따라 개정보험업법 감독지침은 고객이 보험상품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계약개요)와 고객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하는 정보(주의환기정보)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3월 25일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1년 후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은행법(영업행위규제에 관한 내용을 별로 두고 있지 않았음),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등 업권별로 영업행위준수사항을 규제해 오던 방식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업권을 초월한 방식 또는 교차방식(cross-sectoral approach)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유럽연합, 일본 등에 비하여 규제방식에서는 진일보한 것으로 앞으로 시행령 등으로 금융소비자보호의 실효성이 확보될 전망이다. 

금융소비자보호의 핵심인 금융회사의 정보제공의무에 대해서는 보험업감독규정 등에서 업권별로 규제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에 따라 설명의무·적합성원칙·적정성원칙에 관한 업권법규정이 삭제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하여 관리된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가 정보제공의무에 관한 법률환경의 변화에 능등적으로 대응할 것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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