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공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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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공제 자화상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06.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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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 속 모습은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공제단체들은 이런 모습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최근 5년간 어떤 이슈로 언론 지면에 노출됐고 이에 대한 대응은 어땠는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들여다봤다.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한국공제신문>은 ‘언론에 비친 공제 자화상’을 총정리했다. 최근 5년간 언론에 노출된 공제단체(공제회·조합) 명단을 조사하고 어떤 긍·부정 이슈로 주목받았는지 분석했다. ‘언론에 비친 공제자화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한국언론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BigKinds)’에 한국교직원공제회, 건설공제조합 등 공제단체명, 또는 공제-논란, 공제-비리 등 관련 키워드를 넣고 검색한다.
② 조사기간은 최근 5년, 언론사는 일간·경제지 및 방송 24개로 설정한다. (기간: 2015년 6월 8일~2020년 6월 8일 / 조사대상: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KBS, MBC, SBS 등)
③ 결과값으로 나온 뉴스(제목이나 본문에 ‘공제’가 포함된 기사)를 전수조사해 공제단체들이 어떤 긍·부정 이슈로 언론 지면에 노출됐는지 살펴본다.
④ 공제단체 언론 보도의 내용 및 특징, 사회적 파장, 위기대응, 후속조치 등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추출한다.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몇 가지 예외조항을 정했다. 통계로 잡힌 데이터 중 분석을 방해하는 요소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우선 언론의 클릭 유도를 위한 어뷰징 기사는 전부 1건으로 처리했다. 예컨대 모 경제지는 2020년 3월 19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코로나19 위기극복 간담회가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열렸다’는 내용을 전하며 11건의 사진기사를 쏟아냈는데 제목만 살짝 바꾼 똑같은 내용이었다.

빅데이터에 잡혔지만 단순 인사동정인 경우 역시 제외했다. ‘OOO 별세’와 같은 부고 기사, 보직 및 직책변경 등은 공제 자화상이라는 주제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해당 순위는 24개 언론사에서 다룬 ‘공제단체 기사’를 기준으로 집계됐으며 모든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절대적 기준은 아님을 밝혀둔다.

5년간 ‘공제 기사’ 6219건, 언론 노출 1위는 건설근로자공제

최근 5년간 주요 언론사 24곳에 노출된 공제단체 관련 기사는 총 6759건(공제회 5858건, 공제조합 901건)이었다. 이 중 클릭 유도를 위한 어뷰징 기사, 중복기사 등 예외조항을 제외한 결과 총 6219건(공제회 5344건, 공제조합 875건)이 추려졌다.

구체적으로 조선일보 82, 중앙일보 53, 동아일보 37, 한겨레 125, 경향신문 147, 매일경제 557, 한국경제 787, KBS 22, MBC 24, SBS 16건 등이다. 본격적인 분석은 이들 기사를 대상으로 했다.

언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공제단체는 ‘건설근로자공제회’로 확인됐다. 총 436건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공제회 규모에 비해 주목도가 높은 이유는 적극적인 홍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건설근로자 1인당 최대 200만원 긴급생활자금 지원 △건설현장 근로자 4500명 1인당 2매씩 마스크 지급 등의 내용에 여러개의 기사가 쏟아졌다. 다른 공제회들도 비슷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언론 노출이 두드러졌다.

특히 공제회에서 강조하고픈 주제를 언론에서 좋아하는 포맷으로 만들어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예컨대 송인회 건근공 이사장은 2019년 11월 내일신문 기고를 통해 ‘건설기능인등급제, 청년 기능인의 희망’이란 글을 올렸다. 숙원사업이던 건설기능인등급제 도입 당위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공제회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들에게 “인재로 성장해달라”는 편지를 써서 여러 언론에 소개됐다. 장학금 수여는 해마다 하는 정례행사지만 감성적으로 어필한 것이 통했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기사만 노출된 것은 아니다. 해마다 ‘퇴직공제금’ 문제가 공제회 발목을 잡았다. 건설현장에서 퇴직한 60세 이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퇴직공제금 수백억원이 주인을 찾지 못해 쌓여 있다는 내용이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공제회가 가장 기초적인 업무인 퇴직공제금 피공제자 정보관리에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3년마다 이사장 교체 시기에는 ‘낙하산’ 논란이 반복됐다.

언론 노출 2위 공제단체는 420건의 ‘군인공제회’로 조사됐다. 11조5700억원의 자산을 굴리는 대형 공제회답게 ‘자산운용’ 관련 기사가 다수 보도됐고, 공제회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 많이 회자된 기사는 ‘김재동 군인공제회 CIO 연임 소식’이다. 김 CIO가 최고투자책임자로 온 뒤 자산운용 수익률이 꾸준히 개선돼 2016년 말 3조8000억원 규모였던 공제회 운용자산 규모가 11조원까지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군공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매일경제 등이 비중있게 다뤘다. 또한 △군인공제회, 케이스톤 등 8곳 PEF VC에 1300억 출자 △군인공제회, 3년 연속 ‘흑자’ 올해 목표수익률 4.1% 등의 기사가 다수 보도됐다. 군인공제회의 공제단체 성격보다는 기관투자자로서 행보에 주목하는 언론이 많았다.

반면, 커다란 덩치에 걸맞게 부정적인 이슈도 자주 보도됐다. 최근 언론에 대서특필된 이슈는 ‘군인공제회, 두부사업 확장 논란’이다. 동아일보, 매일경제, YTN 등에서 12번이나 기사로 다뤘다. 군인공제회 자회사 엠플러스F&C는 군납 두부 생산에서 수입콩 두부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중소 두부 제조업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군인공제회가 자금력을 앞세워 중기적합업종인 수입콩 두부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사업 철수를 촉구했다.

군인공제회를 둘러싼 부정적 이슈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18년 3월 SBS는 <졸업 안 했는데 만점…군인공제회 C&C '채용 비리 의혹'>이란 뉴스를 내보냈다. 국방부의 감사 결과 채용 규정을 어기고 가산점을 제공해 군인공제회 C&C에 취업한 사람들이 적발됐는데, 국방부 공무원 자녀들로 밝혀졌다는 내용이다. 군인공제회는 ‘심사 과정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2018년 4월에는 군인공제회 전 이사장 2명이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다. 군인공제회가 투자한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엘시티(LCT) 사업에서 군인공제회가 근거 없이 이자 2300억원을 탕감해 회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군인공제회는 “부실사업장에서 투자회수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빅카인즈에서 '공제회'로 최근 5년간 뉴스를 검색한 결과. 총 5858건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빅카인즈에서 '공제회'로 최근 5년간 뉴스를 검색한 결과. 총 5858건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 높은 관심, 낙하산·채용비리 등 구태 여전

언론 노출 3위는 한국교직원공제회로 최근 5년간 373건의 기사가 나왔다. 올해 들어 언론에서 크게 관심을 보인 이슈는 2가지. 하나는 교공 자회사인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하나금융지주가 770억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4·15총선을 앞두고 차성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현직 이사장’ 신분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해 ‘겸직 논란’이 불거졌다는 내용이다. 더케이손보 인수는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사로서 행보에 초점이 맞춰졌고, 차 이사장의 겸직 논란은 그가 1월 10일 공식 사퇴 후 출마를 선언함으로서 일단락됐다.

교공 역시 군인공제회와 마찬가지로 자산운용 및 투자 관련 소식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DB손보, 탈석탄 투자 선언’(2019.12, 헤럴드경제) △교직원공제회, '2017-2018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2019.11, 아주경제) △SK-교직원공제회, 10억달러 공동투자한다(2019.9, 중앙일보) 등이다. 특히 교공은 공적 자본으로서 투자심사에 노동 환경 지배구조 등을 따지는 사회적책임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어 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컸다.

대체로 긍정적인 기사가 많았던 교공이지만 인천공항고속도로 운영과 관련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9년 10월 경향신문은 <‘혈세 먹는 하마’ 인천공항 고속도로 사장, 한국교직원공제회 ‘독식’>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자본금 760억원의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45.07%로 최대 주주인데, 이에 힘입어 고속도로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주) 사장과 감사 등 임원들이 교공 간부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고속도로 건설과 운영 경험이 없어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앞서 2018년 10월 국정감사 시즌에는 헤럴드경제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왜 비싼가 했더니…“교직원공제회 ‘이자 장사’ 탓”>이란 기사가 나왔다. 교공이 2000년대 초반 맥쿼리 등 부동산 전문회사와 함께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민자SOC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높은 배당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6600원에 달하는 ‘전국 최고수준 통행료’로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찬대 의원은 “교공이 공적연금 성격 강한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지적은 공제회가 돈 되는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교공을 비판하긴 어려워 보인다.

언론 노출 4위는 243건의 한국지방재정공제회, 5위는 185건의 교육시설재난공제회로 조사됐다. 이밖에 대한지방행정공제회(145건), 대한소방공제회(96건), 경찰공제회(77건), 학교안전공제회(64건) △건설공제조합(44건)가 6~10위권을 형성했다. 언론 노출 1위(436건)와 10위(64건)가 7배 정도 차이나 공제단체에 따라 편차가 컸다.

언론 노출 10~20위를 마저 살펴보면, △한국상조공제조합(30건) △중소기업중앙회_노란우산공제(29건) △한국사회복지공제회(21건) △새마을금고(19건) △상조보증공제조합(16건) △어린이집안전공제회(15건) △전문건설공제조합(15건)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15건) △과학기술인공제회(14건)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12건) 등으로 나타났다.

21위부터는 최근 5년간 기사 건수가 10건 이하로 세간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공제단체가 출범하거나(건축사공제조합 출범, 2016.9, 매일경제) △이사장 등 임원진이 사기(수천억 사기 교수공제회 운영진 징역 3년, 2016.1, YTN) △횡령(경찰 '전세버스조합' 상품권구매로 수천만원 횡령 수사, 2019.11, 머니투데이)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됐을 때 한번씩 다뤄진 게 고작이다. 이마저도 50위부터는 단 1건의 언론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 조사 대상으로 삼은 115개 공제단체 중 66곳은 5년간 언론기사가 전무해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났다.

공제단체 기사에 ‘공제’는 없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몇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공제단체들은 언론 노출 횟수가 일반 기업에 비해 극히 적으며, 공제단체 크기와 언론 보도 숫자는 비례한다. 총 115개 공제단체 중 가장 많은 건근공이 436건이고, 기사 0건인 공제회도 다수(66)였다. 최근 5년간 10건 이상 언론기사가 나온 곳은 20개 공제에 불과하다. 공제단체는 평소 언론의 관심 밖에 있으며, 내부적으로 주목받고 싶은 의지도 없어 보인다.

둘째, 공제단체들의 긍·부정 이슈는 주기적으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매년 연말에는 사랑의 연탄·김장 나눔, 위안부 및 청소년 단체 기부와 같은 사회공헌 소식이 공제단체발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화됐다. 부정적 이슈는 3년 마다 주요 공제회 이사장 교체 시기에 낙하산 논란이 이슈화됐고, 매년 국정감사 때는 ‘국감 스타’가 되려는 의원들에 의해 공제단체의 각종 비리와 투명하지 못한 운영이 까발려져 수습에 애를 먹었다.

셋째, 공제단체 기사에 ‘공제’는 없다. 대형 공제회의 경우 언론은 공제단체로서의 모습보다는 기관투자자로서 행보에 주목했다. 투자, 인수합병, MOU 등 경제적 측면에서 기사를 작성했다. 반면 중소형 공제조합의 경우 애초에 언론의 취재 대상이 아니다. 다른 취재 출입처에 비해 중요도가 낮고 솔깃한 기사 아이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출범, 기부 등의 소소한 소식만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형 공제회의 경우 신규 공제 상품이나 회원지원사업에 대한 기사도 간혹 다뤄졌으나, 사실상 제대로 된 공제업계 소식은 없는 셈이다. 공제산업 발전과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스스로를 외부에 알리는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넷째, 공제단체의 위기관리는 ‘무대응’이 대부분이다. 각종 비리나 이슈에 휘말릴 때 뚜렷한 해명이나 반박 없이 소나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논란에 적극 대응하면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고 노출이 많아져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게다가 가장 많이 반복된 낙하산 논란의 경우 출신성분이 모두 공개돼 있어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고,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경우 역시 공제단체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

지금까지 언론에 비친 공제단체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체계적인 분석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공제단체에도 투명성과 윤리 경영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는 가운데,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낙하산 논란, 제식구 챙기기 등의 구태는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점검하고 윤리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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