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행복’으로 의료사각지대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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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행복’으로 의료사각지대 해소
  • 김장호 기자 kimjangho@kongje.or.kr
  • 승인 2020.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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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미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상임회장 인터뷰]
전국 43개 지역센터 통해 대안금융 역할…상호부조공제와 소액대출
공제는 시민 생활안전망, 사회적 약자 위해 공제 활성화 앞장”

[한국공제신문=김장호 기자] 전국주민협동연합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16조에 의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자의 자활지원을 위해 2010년 첫발을 내디뎠다.
지역별 자활센터를 통해 주민의 금전적인 어려움 해소, 조합원의 실천력 강화, 스스로 만드는 생활안전망 구축 활동 등을 추진한다.
연합회는 전국의 주민협동회가 공동체 활동을 통해 일궈낸 자조금융을 알리고 조합원들의 생활안전망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유미 주민협동연합회 상임회장을 만나 협동회와 공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출처: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세터/이우기

전국주민협동연합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전국주민협동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역자활센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조 모임이다. 예나 지금이나 저소득층은 급전이 필요해도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지금부터 10년 전에 연합회가 만들어졌다. 출범 초기에는 ‘자활공제협동조합연합회’라는 명칭으로 활동했다.

연합회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있나
방금 말씀드렸듯이 연합회는 처음에 ‘자활공제협동조합연합회’라는 명칭으로 출발했다. 조합원이 구좌당 5000원, 1만원씩 출자한 돈으로 공제조합을 만들어 대안금융을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에 43개 주민협동회가 있는데 이곳을 통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한 상호부조 공제사업과 소액대출사업 등을 하고 있다. 쪽방 거주자, 급전이 필요한 사람, 가진 게 없어 관계가 취약한 분들을 위해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금융을 매개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대안금융으로의 역할을 각 지역에서 훌륭히 해내고 있다.

연합회는 이러한 일들이 차질없이 진행되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임의단체라서 자체적으로 공제를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공제사업은 사회적협동조합 ‘우리함께’라는 법인을 만들어 하고 있다.

공제사업에 대해 자세히 말해달라
연합회 사업 중 지역 회원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것은 의료부조형 공제상품 ‘천원의 행복’ 이다. 조합원이 매달 1000원을 납부하는 이 공제는 소멸성으로 매년 갱신된다.
가입 30일 후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본인 부담 병원비 중 3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질병뿐 아니라 상해, 상조로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일반 보험사와 비교하면 순수보장형 보험과 지원 항목이 비슷하지만 월 1000원이라는 훨씬 적은 금액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의료상호부조 공제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현재는 인력의 한계가 있어서 의료상호부조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담당자를 채용해 사업을 좀 더 확장할 계획이다.저희 연합회는 전국에 7000명의 조합원이 있다. 공제를 추진하면서 이들 대부분이 공제에 가입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공제금의 지급을 거수공제료 범위 안에서 집행하려 애쓰고 있다.

예를 들어 ‘천원의 행복’이라는 의료상호부조 공제의 경우, 가입자 2000명이 낸 공제료가 년간 2400만 원 정도인데 지급공제금을 년간 2100만원 선에서 관리하고 있다.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라서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사명 아래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먼저 혜택이 가도록 각 지역조합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문제는 조합이 좀 더 활성화되어 공제가입자가 지금보다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 본다.

생활안전망 확충에 있어 사회적경제와 공제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관계도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관계가 취약한 사람들은 자활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과 공제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 만나고 이야기 나누면서 삶의 폭을 조금씩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경제와 공제는 관계 형성의 도구이자 구심점이라 생각한다.

제가 최근에 지자체 관련 일을 좀 했다. 그 일을 하면서 청년과 사회 취약계층의 아픔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지자체에서 신용등급 7등급 이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300만원을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을 수행했는데 지원자가 제법 많았다. 심사에 통과해 대출받은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탈락하여 대출받지 못한 사람은 낙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더 이상의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도, 정부도, 심지어 지자체도, 이들에게 더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연합회 지역센터가 나서서 이들을 돕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해 벼랑 끝에 있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과 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주기 위해 사회적경제 조직과 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경제·사회적 약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경제·사회적 약자에게는 공제조합 같은 상호부조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고난을 함께 극복하며 상부상조했다. 그것을 한자로 표현하면 공제(共濟)가 되는 거다. 다들 알다시피 품앗이, 두레 등 전통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 연합회도 그런 조직이 전국에 43개나 있다.
주민협동회를 활성화하여 어려움을 겪는 사람끼리 서로 돕는 작업을 해야 한다. 사회적 취약계층은 참여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립에 속도가 붙는다.

지금까지 지자체는 취약계층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해왔다. 그런데 어려운 이웃에게 대출만 해주고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어려운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경험하게 하고 그 성공담을 서로 나누도록 계속 관리해야 하는데 돈만 빌려주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돈은 다 써서 없어지고 빈곤은 그대로 남게 됐다. 그런 경우가 태반이다. 사회적 취약층에게 대체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연합회는 전국 43개 지역조합을 통해 미약하지만 고립된 이들의 사회화를 돕고자 한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지역조합에 가입해 의료나 생활분야의 보장을 받게 되면, 자연스레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서로 돕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지자체 대출 탈락자들 중에 연합회 지역센터를 통해 공제회원이 되고 자금 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

앞으로 연합회가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저는 플랫폼 노동자 중에서도 배달 노동자에 관심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분들인데, 사회적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지자체와 연합회가 함께 만들어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라이더가 월 5000원씩 1년에 6만원을 내면 지자체에서 46만원을 지원하여 ‘의료 안전망’을 만들고, 신용등급 6등급 이하를 대상으로는 1구좌당 1만원씩 최고 5계좌까지 가입 가능하도록 하여 20만원을 납입하면 최고 300만원까지 대출 받는 소액대출 프로그램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제 꿈이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을 위해 법적근거를 갖춘 연합회를 만드는 것이다. 법·제도적 측면에서 국민생활기초보장법에 ‘공제’를 할 수 있다는 문구 하나를 꼭 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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