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단기보험 下] 일본은 미니보험 천국... 한국은 왜 안될까
상태바
[소액단기보험 下] 일본은 미니보험 천국... 한국은 왜 안될까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0.04.13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 치한·티켓·날씨 등 고객맞춤형 보험 활성화
부담없는 보험료로 일상 케어, 장점 많지만 한국은 진입장벽 높아
금융위,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추진...법안 통과 '관건'

▷‘[소액단기보험 上] 2030 사로잡은 ‘미니보험’ 전문보험사 등장할까’에 이어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여행지에서 예상 못한 폭우나 폭설을 맞아 여행을 망치거나, 야외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비가 오는 등 생활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악재를 마주칠 때가 있다. 한국이라면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지만, 일본에서는 '날씨보험'으로 얼마든지 보상받을 수 있다.

일본 재팬소액단기보험사의 날씨보험은 일본 국내 여행시 일정 시간에 비나 눈이 내리면 항공료나 숙박비용의 일부를 보상해 준다.

이처럼 부담없는 보험료 만으로 일상을 편리하게 바꿔주는 소액단기보험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이 인기를 끄는 것. 미니보험은 보장기간이 짧거나 필요한 보장만 골라 가입하는 대신 보험료를 월 1만원 미만으로 저렴하게 설계한 소액보험을 뜻한다.

미니보험은 국내에서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이미 역사가 깊다. 일본은 지난 2005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미니보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이 가능해졌다. 소액단기보험사는 보험기간이 2년 이내, 1000만엔(약 1억원)의 자본금이 있으면 설립할 수 있다. 이는 일반 종합보험사 자본금(10억엔)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청의 보험면허 취득없이 재무국 등록만으로 사업이 가능하다.

최근 5년간 일본 소액단기보험사의 주요 수치. 자료=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
최근 5년간 일본 소액단기보험사의 주요 수치. 자료=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

이처럼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일본의 소액단기보험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100여 곳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기준 소액단기보험 보유계약은 845만 건, 수입보험료는 513억엔(약 5743억원)에 이른다. 이는 각각 전년동기 대비 8%, 5% 성장한 것이다.

소액단기보험사는 기존 종합보험사에서 취급하지 않지만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보장해주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예컨대 재팬소액단기보험사는 치한을 만났거나 치한으로 몰렸을 때 변호사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변호사 보험을 출시했다. 전화로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변호사가 현장으로 오기도 한다. 월 보험료는 590엔(약 6000원)으로 최고 300만 엔(약 3000만원)까지 보상해준다.

AWP티켓가드 소액단기보험사에서 선보인 티켓 보상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보험은 공연 예약 후 아프거나 교통통제, 출장 등으로 갑자기 못 갈 경우 티켓 비용을 보상해준다. 보험료는 티켓 가격의 10% 내외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상임위 수석전문위원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국회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4월 개최된 국회 상임위 수석전문위원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국회

국내에서도 소액단기보험 활성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2020년 금융산업 혁신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소액단기보험 전문회사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소액단기보험사의 설립 최소 자본금을 10억원으로 완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제도가 도입되면 소액단기보험이라도 여러 보장을 제공할 경우 종합보험사와 동일한 자본금(300억원)이 필요한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갈 길은 멀다.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소액단기보험사 설립과 관련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 법안 소위원회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소액단기보험사가 국내에 등장하는 시점이 빨라야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미뤄질수록 소액단기보험사가 국내외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며 "현재 여러 핀테크 기업에서 보험사와 협업해 자체 플랫폼으로 미니보험을 선보이는 등 시장을 선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금융위의 진입 규제 완화로 국내에서도 소액단기보험의 성장 기틀이 마련됐지만, 시장 정착에 10년여가 걸린 일본을 볼 때 우리도 활성화까진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