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ick] 교직원공제회 웹툰, 교사 희화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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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pick] 교직원공제회 웹툰, 교사 희화화 논란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03.3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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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SNS에 ‘교사 비하’ 부적절한 게시물 노출… 비난 커지자 사과문 발표
재미 쫓다 핵심 메시지 삐끗… 코로나19로 엄중한 사회 분위기 읽고 신중히 홍보해야

주목할만한 이슈를 골라(pick) 다양한 관점에서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페이스북에 노출됐다가 삭제된 웹툰 콘텐츠 일부.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 교사들의 모습을 장난스럽게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Editor's Pick

한국교직원공제회 웹툰 논란

사건 요약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교사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6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교사의 다양한 개학 기다리는 방법’이란 짧은 웹툰을 올리며 코로나19 사태로 출근하지 못하는 교사들을 마치 휴가를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웹툰에는 교사들이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늦춰지자 달고나커피를 만들기, SNS 셀카 찍기, 컬러링북 하기, 넷플릭스 보기 등 취미 생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상황

해당 게시물을 두고 일선 교사와 네티즌 사이에서 비판이 커지자 교직원공제회는 즉각 게시물을 삭제하고, 이진석 공제회 이사장 직무대행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교육현장과 동떨어진 잘못된 게시물로 많은 선생님들께 깊은 상처와 실망감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평소보다 바쁘고 힘들게 신학기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심경과 현 시국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부족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직원공제회는 이진석 이사장 직무대리 명의로 2차례 사과문을 냈다.
교직원공제회는 이진석 이사장 직무대리 명의로 3월26일과 30일, 2차례 사과문을 냈다.

Editor's comment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일선 교사들은 평소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을 하지 않을 뿐 온라인 수업 준비와 학사 일정 재조정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한 댓글은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자가격리 수준의 외출 자제를 실천하고 있는데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교직원공제회가 교직원 복지와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란 점에서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입장

교직원공제회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시물이 올라간 뒤 수많은 민원을 받았으며,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물 검수를 강화하고 내부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SNS뿐만 아니라 교직원공제회 운영 전반을 돌아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문가 의견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이번 사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첫째, 온라인 콘텐츠는 재밌어야 한다는 SNS담당자의 강박관념이 무리수를 두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교직원공제회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의 SNS담당자들이 온라인에서 주목도를 높이려면 콘텐츠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미에 치중하다보면 조직에서 말하려는 메시지의 핀트가 어긋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둘째, SNS와 기업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직원공제회의 설립 목적은 교사들의 권익 추구다. 근본적으로 교사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그걸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제회가 하는 업의 진정성, 상품이나 서비스의 진정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부족했다.

사실 SNS담당자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제회를 홍보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를 재밌게 풀어내려고 시도했지만 사람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못해 비난을 샀다.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의 온라인커뮤니케이션 가이드 중 하나는 ‘일단 정지’하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재난 극복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있는 가운데 자꾸 무리하게 콘텐츠를 생산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마케팅적으로 튀지 않도록 기본적인 홍보 기능만 가져가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유나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오이 밭에서 갓끈 매지 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콘텐츠 홍보를 위한 유머코드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오해할만한 내용으로 공격의 빌미를 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어떤 사건이 생기면 사람들의 우울감이 그 쪽으로 폭발하게 되어 있다. 평소 하던 홍보활동도 자제해야 하는 시기에, 사람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유머 활용으로 사과문까지 내게 된 상황은 아쉽다.

게다가 교직원들은 준 공무원 신분을 갖고 있다. 국민들은 교직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지금의 재난상황, 위기상황 극복에 앞장서주길 바란다. 그런 상황에 공제회가 선생님들이 개학이 연기돼 좋아하는 듯한 콘텐츠를 만들었으니 국민들이 분노할 수밖 없다.

공제회들의 경우 SNS를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SNS를 꾸준히 해온 조직이라도 요즘 같은 시기는 콘텐츠 생산을 조심스럽게 가져가야 하는 때다. 경험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SNS에 메시지를 내놓을 때 평소처럼 현장에서 결정하지 말고 내부에서 여러번 논의한 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크로스체크를 통해 민감한 부분은 걸러내고 홍보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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