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재보험 도입, 보험사 숨통 트일까?
상태바
공동재보험 도입, 보험사 숨통 트일까?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0.03.23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확충 외 부채관리 선택지 늘어나 긍정적
도입 타이밍은 아쉬워, 초저금리시대 효과 반감
보험사, “내부 시뮬레이션 중”…중소생보사 관심 높아
재보험 대상은 코리안리·스위스리 등 검토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보험사의 부채규모 조정을 위한 공동재보험 제도가 도입된다. 과거 고금리 상품을 팔아온 보험사들이 금리하락 역마진으로 재무건전성 문제에 시달리자 금융당국이 재보험을 통해 금리위험을 완화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공동재보험은 무엇이며 실제 보험사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역마진율 0.95%, 부채관리 ‘빨간불’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보험 자본 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4차 회의에서 공동재보험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키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2일 올해 주요 업무추진계획으로 공동재보험을 명시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2분기(4~6월) 중 공동재보험을 도입할 계획이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보험상품에 내재된 위험을 스위스리, 코리안리 같은 재보험사에 넘기고, 재보험사는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얻으며 관련 위험을 보험사와 나누는 제도다. 지금까진 전체 보험료 중 위험보험료만 재보험사에 이전 가능했지만, 이번 공동재보험 도입으로 저축보험료와 부가보험료도 재보험사에 넘길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 제공.
전통적 재보험과 공동재보험의 차이점. 금융위원회 제공.

보험료는 크게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계약자에게 지급하기 위한 ‘위험보험료’와 계약자의 보험계약 중도해지나 만기환급금 지급을 위해 쌓아둔 ‘저축보험료’, 그리고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사업비인 ‘부가보험료’로 이뤄져 있다.

이 중에서 보험사들의 가장 큰 리스크로 떠오른 것은 저축보험료 금리 역마진 문제다. 과거 보험사들이 판매했던 5~8%대 고금리 확정형 보험계약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험가입자에게 보장한 보험금 이자율보다 보험사 운용 수익률이 낮아 손해를 보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말 생보사 전체 보험료 적립금 평균금리는 4.41%, 운용자산이익률은 3.69%를 기록했다. 역마진율은 0.72%포인트였다. 자산운용으로 이자도 못버는 셈이다. 역마진율은 2017년 0.92%포인트, 2018년 0.95%포인트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보험 부채를 원가 평가(보험부채를 가입당시 이자율로 산출)가 아닌 시가로 평가(현재 시점의 시장가치로 산출)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감독제도(K-ISCS)가 2023년부터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장부상 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으로 가용 자본을 늘리며 재무 건전성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공동재보험이 도입되면 금리 위험을 재보험사에 이전함으로써 재무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금융위 측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가용자본(분자)이 늘거나 요구자본(분모)이 줄어야 지급여력비율이 높아진다. 공동재보험은 분모가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김신중 사이먼리코리아 대표는 “공동재보험은 금리위험을 전가하여 보험회사들의 자본부담을 덜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며 “현행 RBC 제도에서는 출재 효익이 낮고, 차후 부채의 원가평가가 이뤄지는 K-ICS(IFRS17) 제도 이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선택지 늘었지만 도입 타이밍 아쉬워…보험사들 “손익계산 중”

공동재보험 도입은 새 회계제도를 앞두고 RBC비율을 올리기 위해 자본확충 밖에 방법이 없던 보험사들에게 다른 부채관리 카드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공동재보험 거래가 실제로 성사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재보험사에 금리위험을 넘기면서 발생하는 수수료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재보험이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보험사가 공동재보험을 통해 재보험사에 넘기는 금리위험은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금리가 현재보다 더 낮아질 경우에 대해서만 재보험사가 리스크를 진다. 지금까지 발생한 금리역마진에 대한 책임은 원수사에 귀속된다. 예컨대 보험사가 8% 확정금리형 상품을 판매했는데 자산운용 수익률이 3%라면 보험사는 5%포인트만큼 역마진 부담을 안게 된다. 공동재보험을 하더라도 이만큼은 보험사가 책임져야 한다.

결국 공동재보험을 통해 보험사가 얻을 수 있는 건 자산과 부채를 한꺼번에 떨어내면서 생기는 재정 건전성과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변동성 리스크 감소 효과다. 이 같은 장점과 재보험 수수료 비용 중 어느 가치가 더 큰지에 따라 보험사들의 선택이 엇갈릴 전망이다.

실제로 생보·손보사들은 공동재보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손익계산을 하고 있다. 선례가 없다 보니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지, 누구와 함께 할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고금리보장 상품 포트폴리오가 많은 보험사의 경우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중소형생보사들은 과거 시장공략을 위해 고금리 저축성보험 비중을 높게 가져갔기 때문에 공동재보험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도입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내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중”이라며 “부채 관리 방안이 늘어난만큼 가급적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보험업계 역시 이번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재보험사 중 자본금이 충분한 곳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재보험사는 IFRS17에 동일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본여력이 충분한 재보험사는 위험보험료 거수 및 운용자산 증액의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들은 공동재보험 파트너로 코리안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뮤닉리나 스위스리, RGA 등 한국에 지사가 있는 재보험사들 위주로 검토 중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공동재보험 도입 시기가 늦어져 효과가 반감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와 설계사 영업 올스톱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산운용에 영향을 주는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20일 기준 연 1.127%를 기록했고 곧 ‘0%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초저금리에 진입한 상황에서 웃돈을 주고 재보험사에 고금리 계약을 넘겨도 부채 감소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보다 금리가 많이 내려가서 수수료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입 타이밍이 늦어져 아쉽지만 중소 생보사 위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