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반토막…국가기관항공보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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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반토막…국가기관항공보험 어쩌나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3.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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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늘고 낡아가는데…보험료 낮추고 보장은 더 확대
컨소시엄 없이 단독으로만…주관기관 경쟁심리도 부담
포기하기엔 큰 규모, 덤핑 유도하는 ‘눈치게임’ 불만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헬기가 산악사고 현장에 출동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제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헬기가 산악사고 현장에 출동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소방청 등 4개 기관은 국가기관 항공보험 종합계약을 통해 소방헬기를 비롯한 130여대의 항공기 보험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제공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국가기관 항공보험 종합계약 갱신 일자가 다가온다. 120여대 항공기를 담보하는 대형 계약이지만 손해보험사들은 걱정이 앞선다. 세 번의 통합입찰이 이뤄지면서 보험료는 이미 반토막 났는데, 올해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국가기관 항공보험

경찰청과 산림청, 소방청, 해양경찰청 4개 기관은 지난 2021년부터 소관 항공기에 대한 보험 가입업무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기존 기관별 가입 방식에선 가격 경쟁을 유도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높게 책정됐고, 기관마다 보장금액 및 범위, 보험요율 편차가 컸다는 이유에서다.

뒷단에선 보험사들의 입찰 담합에 관한 의혹과 이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국가기관 항공보험은 오래전부터 담합 의심을 받아왔다. 모든 보험사가 국내 유일한 전업 재보험사 코리안리로부터 요율을 받아 참여하다 보니, 보험료에 차이가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속해서 이 사안을 들여다봤고, 코리안리에 과징금을 부과(행정소송 진행 중)했다.

보험사들은 무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기관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특히 앞서 2018년 중앙과 시‧도의 항공보험을 통합하면서 보험료를 크게 줄인 경험이 있었던 소방청은 완강했다. 2021년부터 4개 기관은 항공보험을 통합하고 1년 단위로 순번을 정해 가입업무를 주관했다.

보험료 지속 감소

첫해 업무를 맡은 건 해양경찰청이었다. 해양경찰청은 총 122대의 항공기(경찰청 19, 산림청 47, 소방청 30, 해양경찰청 26)를 212억5800만원에 가입했다. 통합 전과 비교하면 약 50억원을 절감한 결과였다. 

이듬해 계약은 소방청이 주관했다. 소방청은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했다. 모든 보험사에 각자 최적의 조건을 가져오라 요구했다. 해양경찰청이 주관한 계약에서 보험료를 줄이긴 했지만, 낙찰자로 선정된 DB손해보험의 투찰률은 96.631%였다. 컨소시엄을 통한 담합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시각이었다.

소방청은 128대의 항공기(경찰청 21, 산림청 48, 소방청 34, 해양경찰청 25)를 225억4900만원에 가입했다. 금액으로는 12억9100만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각 기체의 사용 연한이 1년씩 늘었고 대수도 6대가 추가됐다. 자기부담비율은 5%에서 3%로 낮췄고 조종사 비행시간 기준은 1500시간에서 1000시간으로 완화했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한 예정가 대비 투찰률은 87.831%(현대해상). 약 46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그 다음 통합계약은 산림청이 맡았다. 기체는 1대가 더 늘어난 129대(경찰청 19, 산림청 48, 소방청 36, 해양경찰청 26)였다. 전년도는 유난히 잦은 산불로 항공기 출동이 많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전체 중 32.5%에 달하는 러시아제 항공기의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도 더해졌다.

그런데 이 계약은 117억5200만원에 낙찰(DB손해보험)됐다. 전년 대비 보험료는 107억9700만원이 줄었다. 투찰률은 49.360%. 보험용역의 낙찰하한선(47.995%)를 겨우 넘긴 수준이었다. 종합계약으로 묶은 후 불과 3년 만에 보험료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2023년 항공보험 종합계약 과업지시서. 공동계약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보험사 경쟁을 유도해 보험료가 크게 떨어졌다.  

올해 전망도 쉽지 않아

보험료는 순익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 컨소시엄도 구성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담당 기관은 매년 달라진다. 올해 계약은 순번에 따라 경찰청이 맡을 전망이다. 앞선 기관들이 매년 수십억에서 백억원대 보험료를 줄인 건 경찰청에도 부담이다. 이는 다시 보험사들에 더욱 심한 보험료 절감 압박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게다가 경찰청은 종합보험 계약자인 4개 기관 중 손해보험사들과 가장 밀접한 기관이기도 하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보험사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에 수사기관인 경찰청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보험료 정상화를 위해선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게 방법이나, 모든 보험사가 응찰하지 않았다간 가뜩이나 담합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실제로 해양경찰청이 주관했던 2021년 종합계약 때도 단독응찰로 인한 몇 번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며 뒷말을 낳기도 했었다. 또 완전히 포기하기엔 아직 큰 규모. 일반보험 매출이 시급한 보험사가 더 낮은 금액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국가기관 항공보험보다 더 작은 규모 계약에서도 손해 가능성을 감내하고 무리해서 참여하는 사례가 많다”며 “회사별 스탠스 차이지만, 손해율 관리보다 매출 신장이 우선이라면 작년보다 낮은 금액으로 치고 들어가는 곳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예산을 줄일 수 있다지만, 보험사에는 덤핑을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보험이란 품목에 획일적인 낙찰하한율을 적용할 게 아니라 손해율에 따라 유동적인 기준을 둘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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