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꺼내든 메리츠, 앞선 사례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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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 꺼내든 메리츠, 앞선 사례와 다른 이유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3.0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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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생명보험사 실패…손해보험이라 커진 가능성
자기계약만으로도 이득, 실적 좋으면 전업 여지도
메리츠화재는 최근 'N잡러'를 대상으로 한 영업 플랫폼 '메리츠 파트너스'를 론칭했다. 사진=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는 최근 'N잡러'를 대상으로 한 영업 플랫폼 '메리츠 파트너스'를 론칭했다. 사진=메리츠화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최근 메리츠화재가 론칭한 영업 플랫폼 ‘메리츠 파트너스’에 보험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앞서 이와 유사한 여러 생명보험사의 실패 전례가 있었음에도 모험을 택했다. 손해보험사라 가능한 결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 파트너스는 ‘스마트 N잡러 전용채널’을 표방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손쉽게 보험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전용 앱을 통해 보험설계사 자격 취득을 위한 동영상 교육부터 상품설계와 보장분석, 청약, 고객관리 등 업무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메리츠가 강조하는 부분은 출퇴근이나 실적에 대한 압박 없이 적은 시간을 투자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도입 전 다양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까지 진행하며 충분히 의견을 수렴,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그간 이러한 형태의 영업채널 운영을 도모했던 건 주로 생명보험사들이었다. 2011년 삼성생명이 ‘설계사 파트너’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듬해 ABL생명이 ‘디지털어드바이저채널’을 만들었다. 

근래엔 2020년 한화생명이 선보인 ‘LIFE MD’가 있었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사례였다. 당시 한화는 해당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자, LIFE MD를 통해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하면 40만원의 축하금을 지급하는 행사까지 진행했다. 이후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이 같은 방식의 ‘LIFE WITH’를 오픈하기도 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8000명에 달했던 삼성의 설계사 파트너는 현재 1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ABL은 약 1년 만에 디지털어드바이저채널을 닫았고, 한화의 LIFE MD, LIFE WITH는 부진한 실적과 관리의 어려움을 겪다,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가 만들어지며 동력을 잃었다.

특히 한화의 LIFE MD, LIFE WITH는 당시 극으로 치달았던 보험설계사 영입 경쟁의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더구나 그 시기엔 코로나19의 여파까지 더해져 각 보험사에 보험설계사 시험 응시 기회가 일부 제한되기도 했었다. 한화의 지원과 축하금까지 받으며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타사의 영입 우선순위로 올랐다. 

메리츠의 가장 큰 차별화 요인은 실적 기준 최상위권의 손해보험사란 점이다. 한화의 LIFE WITH도 있었지만, 메리츠와 한화의 장기인보험 실적은 차이가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 부업으로 보험설계사를 겸하는 이들이 주력할 수 있는 상품은 비교적 간단한 형태에 보험료 부담이 적고 일상에 밀접한 보종. 즉, 메리츠가 확연한 강점을 가진 부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와 달리 별도의 축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화는 40만원으로 시작해 점차 축소하다 결국엔 축하금을 없앴다. 들이는 비용과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던 거다. 축하금을 주지 않는 메리츠는 실패해도 잃을 게 적다. 큰 비용을 들인 영업지원 프로그램은 그대로 기존 전속 보험설계사채널에 활용해도 무방하다.

관건은 본업이 따로 있는 보험설계사에게도 가입이 의무화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다. 하지만 이 역시 메리츠엔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보험설계사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 고용보험의 이중 가입이 가능하다. 이때 기존 직장과 새로운 직장의 월 보수합산액이 80만원을 초과하면 가입 대상이 된다. 

근로자는 늘어날 고용보험료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없다면, 구태여 보험설계사로 활동할 이유도 없다. 그 이상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면,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의 특성상 메리츠에도 이득이 발생, 보험료는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다.

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산재보험료도 마찬가지다. 보험설계사의 산재보험료는 개인별 월 보수액에 산재보험료율 0.6%를 곱해 산출된다. 월 보수가 없으면 산재보험료도 없다. 게다가 0.6%의 요율은 출퇴근재해요율 0.1%가 가산된 것으로, 출‧퇴근 없이 모바일로 업무하는 이 경우엔 예외를 주장할 여지도 있다.

실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메리츠에 손해가 될 가능성은 적다. 극단적으로 짧은 기간 본인과 가까운 지인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모집수수료만 받은 뒤, 보험설계사가 그만두더라도 남는 장사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싼 생명보험사에선 어렵지만, 1만원대 운전자보험이나 주택화재보험 같은 상품도 많은 손해보험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부업으로 시작한 보험설계사에서 더 큰 수익을 올려, 아예 전업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 메리츠는 실적이 좋은 전속 보험설계사를 얻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영업 건전성 관리다. 회사의 직접적인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불완전판매나 부당한 영업행위가 발생할 소지도 없지 않다. 보험업계에선 메리츠가 바로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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