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선거’를 앞두고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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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선거’를 앞두고 드는 생각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4.02.27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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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뉴스에 공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니, 선거 시즌이 돌아왔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전략공천이니, 단수공천이니, 경선이니, 탈당이니, 창당이니, 계파니, 공관위원장이니 하는 단어들이 신문 지면을 도배한다. TV도 유튜브도 모두 선거 이야기에 집중한다. 스포츠 중계보다 더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예년과 조금 달라진 지점이 있다면, ‘기후’ 이야기가 선거의 맥락 아래 조금씩 운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기후 인재’도 여당과 야당에 고루 영입됐다. 그간 기후 문제는 진보진영의 어젠다라는 인식이 짙었는데, 보수정당에서도 기후 인재가 설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특히 에너지·환경 분야 인재로 여당에 합류한 정혜림 전 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는 30대 청년이기도 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환경공학과 생명공학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녹색경영정책을 수학한 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가기후기술정책센터, SK경영경제연구소에 업력을 쌓은 녹색성장 전문가다. 그는 기후 문제를 산업 전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기후 문제가 보수 정당의 주요한 어젠다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제1 야당에서는 기후·환경 전문 변호사가 1호 영입 인재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에서 환경경영과 정책을 공부하고, 환경 컨설팅사 에코프론티어를 거쳐 SK텔레콤에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실무 경험을 쌓은 박지혜 변호사는 30대 중후반에 법학전문대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그 후 녹색법률센터, 기후솔루션 등을 거치며 환경 이슈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변호사로 거듭난다. 참고로 기후솔루션은 이소영 의원(21대 국회의원, 기후솔루션 전 부대표)에 이어 환경 분야 인재를 두 번 연속 배출하게 됐다.

원내 제3당의 영입 인재 1호 또한 기후위기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낸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다.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역임한 조 박사는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영입 인재 입당식에서 “기후위기에서 진짜 위험은 주류 정치인들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데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22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기후 선거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기후 인재로 영입된 전문가들에게 21대 국회 기준으로 자당의 기후 정책 성적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대중 앞에서 명확히 발표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다른 정당을 비판하기 전에 본인 소속 정당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이 ‘기후 인재’들이 원내에 입성하게 된다면, 초당적인 기후·환경 전문가 그룹(대학교수, 시민사회, 언론인 등)과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주기적으로 입법 성과를 보고해야 할 것이다. 임기 중반이 지나가는 시점에는 이 그룹에 ‘재신임 평가’를 받는 것에 동의했으면 한다. 정치인으로서 청사진으로 내세웠던 기후 공약의 이행 정도가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한다. 물론 ‘정치적 평가’다.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법이니까. 기후 어젠다를 진득하게 밀고 나갈 역량과 소명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울러 총선을 앞두고는 늘 ‘의원’이 될 사람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22대 국회에서는 ‘기후 의원’뿐 아니라 ‘기후 보좌관’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각 정당에서 환경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을 보좌진으로 적극 채용한다면, 양질의 기후환경 정책을 고안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총선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기후 인재의 등용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기후 이슈가 힘을 발휘할지, 혹은 다른 주제에 밀려 뒤로 밀려날지는 ‘기후 유권자’의 행동과 태도에 달려 있다. 진정한 ‘기후 선거’를 만드는 것은 ‘기후 정치인’이 아니라 ‘기후 유권자’다. 정치 무관심, 정치 혐오는 답이 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인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기후 어젠다가 여러 의제 간 치열한 경합에서 ‘당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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