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공제조합의 연금저축상품,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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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공제조합의 연금저축상품, 안하나 못하나?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4.02.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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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복리후생’ 근거로 적립형공제 운영 가능
공제회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 깨져
적립금 모아 자산운용, 자본금 확보 효자 역할
사업타당성, 가입자 분석, 유동성 관리 등 중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공제조합이 장기저축상품도 취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공제조합의 사업범위는 보증 및 공제에 국한되고, 공제회만 적립형공제 상품을 운영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봤다.

공제조합이 장기저축상품을?

공제기관은 크게 공제조합과 공제회로 나뉜다. 공제조합은 건설공제조합, 소방산업공제조합처럼 특정 조합원사(사업자)를 위해 보증이나 공제를 판매하고, 공제회는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처럼 특정 직업군(개인)을 대상으로 장기저축상품 등을 제공한다.

그런데 공제조합 역시 공제 특별법의 ‘조합원 복리후생’을 근거로 적립형공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전무는 “공제조합도 특별법의 ‘조합원 복리후생 및 복지 향상’ 규정을 근거로 장기저축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요 공제조합의 특별법을 살펴보면, ‘조합원 복리후생’이 명시되어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공제사업 범위로 ‘조합원에 고용된 사람의 복지 향상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한국해운조합법은 ‘조합원 및 조합원이 고용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복리후생사업’을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실제로 모 공제조합은 최근 적립형공제 도입에 대한 실무자 검토에 착수했다.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의 특별법인 건설산업기본법에 ‘조합원에 고용된 사람의 복지 향상을 위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렇다면 왜 안할까?

공제조합의 사업 범위가 적립형공제까지 확장되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적립형공제를 바탕으로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한국교직원공제회(회원수 89만명, 자산 57조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제조합 역시 조합원에게 위탁받은 수십~수백억원의 자금을 운영하면서 조직이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A공제조합 관계자는 “자본금 확보나 수익성으로 보면 적립형공제를 손해공제가 따라갈 수 없다”며 “손해공제는 대수의 법칙이 작용해 크게 남지 않는데 비해, 적립형공제는 자산운용 성과에 따라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손해공제와 적립형공제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이 적은 이유는 기존 손해공제와는 완전히 다른 사업영역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제조합에서 적립형공제를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20년 경력의 B공제조합 부장은 “적립형공제에 대해 검토해본 적이 없다. 사실 공제조합이 이런 상품 운영이 가능하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C공제조합 전략기획팀장은 “연금저축은 공제의 끝판왕이라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저희는 조합원이 개인이 아닌 법인이기 때문에 시장성, 수익성의 한계도 있다. 조합에서 적립형공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추진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운조합은 실제로 적립형공제 상품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선원퇴직연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적이 있다. 조합과 선주협회 둘 다 관심이 많았는데 잘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금 형태가 돼야 하는데 그게 안됐고, 선원들의 이직이 잦아서 적립형공제 가입자 관리가 힘든 점도 있었다. 저희만 하기에는 내항선원과 외항선원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이해관계자 조율이 어려워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 적립형공제급여 상품설명서 일부. 매달 5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납입하면, 연복리 5.05%의 수익을 붙여 만기 때 돌려준다.
과학기술인공제회 적립형공제급여 상품설명서 일부. 매달 5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납입하면, 연복리 5.05%의 수익을 붙여 만기 때 돌려준다.

적립형공제 시작시 고려할 점?

공제조합에서 적립형공제를 도입한다면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가입자 규모 파악이 중요하다. 가입자가 많으면 적립금이 늘어나고 이를 굴리는 자산운용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제한적이면 비용 대비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

또한 가입자 특성에 따라 조합원이 법인사업자인지 개인인지, 장기근속인지 아닌지도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대형공제회 회원인 교사, 군인, 경찰, 소방관, 공무원 등은 이직이 별로 없고, 은퇴 시점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계약직 공무원 등은 근속연수가 짧고 고용안정성이 낮아 적립형공제 상품을 운영하기에 부적절하다.

이와 함께 적절한 상품 설계도 중요하다. 가입자격 및 가입기간, 1좌당 가입금액(월 납입료), 회원지급률 및 지급 일시, 중도해지 기준 및 환급금, 유동성 관리 등 고려할 점이 많다.

가입자격은 일반회원 및 특별회원으로 최대한 넓혀 놓으면 좋고, 가입기간은 1년, 3년, 5년, 10년, 20년 등으로 설정하되, 장기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사업관리에 용이하다. 3년 이하 단기상품 가입자가 많을 경우, 만기환급금 유동성관리 때문에 투자 범위가 제한된다. 

인력 세팅은 초기 회원관리팀 2~3명 정도로 시작하고, 가입자 규모에 따라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자산운용 담당자 역시 내부직원 1~2명에 외부 전문가 풀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된다. 전산 시스템이나 계리업무 등은 외주업체를 활용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사회복지공제회 목돈수탁급여 상품소개.
사회복지공제회 목돈수탁급여 상품소개.

추가 고려사항, 운영 팁

무엇보다 적립형공제는 결국 이율 싸움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더 나은 금리를 보장할 수 있는 자산운용 역량을 갖춰야 한다. 상식적으로 이율이 높으면 가입자가 늘어나고, 낮으면 흥행에 실패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보통 적립형공제 운영기관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7~8%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공제회의 적립형공제를 살펴보면, 교직원공제회는 장기저축급여 상품을 연복리 4.6%(변동금리, 세전)에, 목돈급여 적립형상품을 가입기간 3년, 5년 연복리 4.2%에 제공한다.

군인공제회는 퇴직급여 상품을 연복리 4.9%(세전)에 제공하며, 예금형 목돈수탁저축은 가입기간 6개월~2년에 이율 4.35%~5.20%(세전)까지 제공한다.

적립형공제와 손해공제 상품을 모두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장기저축급여 상품을 3년, 5년, 10년 만기 상품으로 출시했다. 이자율(복리)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동되며, 가입기간에 따른 우대금리와 세제혜택이 추가되는 구조다. 목돈수탁급여의 경우, 가입금액은 1구좌 100만원~최대 2억원, 적용금리는 4.50%다.

사회복지공제회 관계자는 “저희는 5만여명의 사회복지종사자가 회원으로 있는데, 적립형 공제를 통해 목돈을 굴리는 것이 자산운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특정 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우대 금리를 보장받거나, 조합에 모아둔 시드머니를 투입하는 경우, 과학기술인공제회처럼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경우라면 좀 더 유리한 수익구조를 짤 수 있다.

적립형공제 운영 초기에는 가입자 모집을 위해 조합이 손해공제로 번 돈을 일부를 적립형공제 이자로 돌리는 등의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것도 좋다. 결론적으로 가입자와 적립금을 어떻게 모으고, 투자해서 수익금을 배분할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모 계리법인 관계자는 “적립형공제나 목돈급여 상품을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다. 시스템 구축도 외주업체를 활용하면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조합원이 매월 납부한 금액을 높은 이율로 되돌려주기 위한 자산운용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다. 결국 자산운용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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