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꼭 ‘ESG팀’이 아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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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ESG팀’이 아니어도 괜찮다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4.02.0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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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대학생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 에너지 넘치는 이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지속가능경영과 사회혁신을 주제로 몇몇 대학교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연합 학회를 만들었는데, 그들을 회사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기도 했고, 필자가 그들이 주최한 토크 콘서트에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이름은 라이코스! 라이코스(LAICOS)는 ‘사회(SOCIAL)’를 반대로 한 단어다. 네이밍부터 혁신적이다. ‘사회를 뒤집을 만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자’라는 포부를 담고 있는 대학생 연합 학회다.

라이코스는 경희대학교, 서강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6개 지부 활동과 다양한 형태의 연합 소모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들은 각 대학 캠퍼스에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및 실천하고 있다.

학생 수준을 넘어선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에게도 큰 고민이 있으니, 바로 진로 문제다. 비단 학생뿐 아니라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들에게도 커리어 방향 설정은 늘 화두다. 이번 칼럼에서는 ESG 커리어에 대해 고심 중인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 대학생 혹은 주니어 직원들에게 주로 해당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먼저 지원하고자 하는 팀이나 조직에 ‘ESG’, ‘임팩트’, ‘소셜’ 등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부터 말하고 싶다. 이 단어를 조직이나 직책을 나타내는 명칭에 기재했다고 해서 꼭 더 좋은 포지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런 단어들이 전혀 없는 부서인데, 외려 더 소셜 임팩트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곳일 수 있는 법이다. 진로는 짧은 단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훨씬 긴 여정이다.

그리고 커리어는 입사 후 1~2년 안에 끝나는 게 아니다. 직무 전환을 하기도 하고, 이직의 기회도 있고, 또 여러 사회 트렌드 변화에 따라 새로운 과업이 부여되기도 한다. 일하다가 대학원에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ESG팀’이 아니어도 회계팀, 법무팀, 홍보팀, 인사팀 등에서 각 조직의 성격과 미션에 부합하게 지속가능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 ESG 측면에서도 재무 파트에서 기후공시, 녹색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고, 인사팀에서 인권실사 업무를 경험할 수도 있다. 법무팀에서는 ESG 중 G를, 홍보팀에서는 S를 좀 더 집중해서 부딪혀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거 다 지속가능경영의 일환 아닌가?

또 회사마다 부서에 부과되는 R&R이 다르다. 부서 이름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기 마련이다. 일각에서 ESG에 대한 백래시(backlash)로 ESG가 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한다. 고로 ESG 커리어도 1~2년 잠깐 각광받았던 것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백래시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이렇게 영향력을 크게 끼쳤던 경영 트렌드가 많이 있었던가. 미국 대선 결과까지 끌어들여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ESG의 생명력과 존재감을 웅변한다. ESG라는 단어가 또 다른 조어로 대체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속가능경영의 철학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ESG도 ESG 커리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본인이 가진 직무와 소셜 임팩트의 기치를 결합하면, 자신을 더 차별화된 인재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현재 서 있는 혹은 미래에 가게 될 그곳에서 단단히 중심을 잡은 채, ESG라는 스토리를 계속 연결해 보길 권한다. 지금 꼭 ‘ESG팀’이 아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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