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한창희 교수] 타인의 사망을 보장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를 대리한 소외인(소송 외 인물)에게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또 소외인이 피보험자를 대신해 피보험자 자필서명란에 서명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이에 따라 보험계약이 무효가 됐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소속 보험사는 어떠한 책임을 지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의 체결 시 타인의 서면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것은 동의의 시기와 방식을 명확히 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는 취지가 있다.
피보험자인 타인의 동의는 각 보험계약에 대해 개별적으로 서면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강행규정으로, 이에 위반한 보험계약은 무효다.
2015년 대법원은 위 사례에 대한 보험수익자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보험업법은 ‘보험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하면서 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해당 규정은 보험사의 계약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수익자는 계약자가 아니므로 보험업법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법률조항의 입법 취지를 감안해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계약에선 계약자가 아닌 수익자에게도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같은 문언에도 불구하고 피보험자와 수익자도 손해를 입은 경우엔 손해배상청구권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모집을 위탁한 보험회사의 배상책임’에 관한 보험업법 조항을 폐지하고, 금융상품판매업자·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규정 등을 두고 있다.
이 사례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판매업자·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의 손해배상책임 ▲청약철회 ▲위법계약해지권이 문제가 된다.
먼저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살펴본다.
금융상품판매업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방법으로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거나 대리・중개하는 것이고, 이는 금융상품직접판매업과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으로 나뉜다.
금융상품직접판매업은 금융상품에 관한 계약의 체결 또는 계약 체결의 권유를 하거나 청약을 받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하며 보험사가 대표적이다.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은 금융상품계약체결 등을 대리하거나 중개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설계사·보험대리점·보험중개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험계약은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없고, 내용도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이라 계약자 측의 이해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보험의 니즈를 직접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환기할 필요가 있고, 모집종사자의 수입이 계약 체결에 의존하는 특성 등으로 자주 부적정한 권유가 행해질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에 대한 법적 대응장치로 보험업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중심으로 모집에 대한 규제가 행해지고 있다.
보헙업법에서 ‘모집’이란 계약의 체결을 중개하거나 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계약의 체결에 직접 관계한 행위로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전 단계로서 권유행위도 포함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거나 대리하는 것에는 ▲계약 체결의 권유 ▲계약 체결 목적의 상품설명 ▲청약의 수령 등을 포함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적합성원칙 등 6대 금융상품판매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된 행위를 ▲단순 소개 ▲구매 권유 ▲계약 체결로 구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일본보험감독실무에서는 모집이 아닌 경우에도 관련 행위의 개념을 규정하고, 이를 위탁한 자에는 관련 행위 종사자가 부적절한 행위를 행하지 못하도록 지도·감독책임을 지우고 있다.
모집 관련 행위는 보험상품의 권유·설명을 하지 않고 계약 예상 고객의 정보를 보험사 또는 모집종사자에게 제공하는 것, 정보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 중 보험사 또는 모집종사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 계약 예상 고객의 발굴로부터 계약성립에 이르기까지 넓은 의미에서의 프로세스를 포함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판매업자·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이 법을 위반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와 달리 보험대리점의 모집종사자는 보험사와 고용 관계가 없어, 민법의 사용자책임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모집종사자의 행위로 이익을 얻는 보험사가 고용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위법한 행위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보험사 등에 사용자책임과 같은 손해배상책임을 지워 계약자 보호를 꾀하고 있다. 이에 관한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험사 등의 손해배상책임은 보험설계사·보험대리점 등 금융상품판매대리업자·보험회사의 임직원의 위법행위를 요건으로 한다. 모집행위는 모집에 이르는 행위 자체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직접 관련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둘째,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폐지된 보험업법 규정에선 수익자는 보험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판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보험대리·중개업무 즉 보험모집을 할 때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자도 구제대상에 포함된다.
셋째, 보험상품 판매의 아웃소싱화 또는 제판분리 경향과 관련해 1만명 이상의 설계사를 둔 보험대리점의 책임 문제다. 보험업법은 직전 분기 중 일 평균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법인보험대리점을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으로 규제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는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의 6대 판매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넷째, 근래 방카슈랑스, 금융플랫폼, 대형 법인보험대리점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전제가 되는 배상자력이 충분하지 못한 모집종사자와 다른 모집종사자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의 면책 가능성을 민법상 사용자책임의 경우보다 넓게 인정하자는 논의와 입법론이 주장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청약철회의 쟁점이다.
금융상품판매업자 등과 보장성상품에 관한 계약을 청약한 일반 소비자는 보험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과 청약을 한 날부터 30일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거래 당사자 사이에 그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약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 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보험계약의 청약도 의사표시이므로, 효력 발생 시기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도달에 의해 효력이 발생한다. 청약이 상대방에게 도달하면 청약자가 마음대로 철회하지 못한다. 일반 소비자에게 철약철회권을 인정한 근거는 그 필요성을 다시 고찰하고, 최적의 상품을 탐색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청약이 철회된 경우 보험회사는 일반금융소비자에 대하여 청약의 철회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위약금 등 금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위법계약의 해지의 쟁점이다.
보험사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허위과장광고 금지를 제외한 5대 판매규제(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 부당권유행위의 금지)을 위반해 관련 계약을 체결한 경우 소비자는 체결일로부터 5년, 위반사항을 안 날로부터 1년 중 먼저 도달한 기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은 수수료, 위약금 등 계약의 해지와 관련된 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
위법계약해지의 경우 반환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5대 판매규제 위반에서 보험사고 발생 전 임의해지보다 엄격한 책임을 보험자에게 지우는 것이 형평의 견지에서 타당하므로 납입보험료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많은 보험상품과 서비스는 매우 복잡・불투명하고, 소비자는 단지 제한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이를 구입하게 된다. 또 많은 보험상품은 장기상품이고, 상품의 문제와 쟁점은 이 사례와 같이 보험사고가 발생한 먼 장래에 이르러야만 명백해지는 특성상 소비자는 계약 체결 시에 금융상품의 비용과 그 위험을 적절히 평가하기 어렵다. 이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위법한 모집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이 사안에서 소비자는 일정한 기간 안에는 보험계약의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 계약 체결에 대한 위반사항을 안 날로부터 1년 중 먼저 도달한 기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익자는 보험사에, 설계사의 모집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전 보험업법상 판례에 따르면 수익자는 손해배상청구권자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현행법에선 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모집업무를 할 때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므로 이 사안에서는 구제가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