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나무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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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무는 안녕하신가요?
  • 이루나 kgn@kongje.or.kr
  • 승인 2023.12.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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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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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3년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로비에 손 글씨 벽보가 붙기 시작했다. 아파트 조경용 나무들이 말라 죽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어느 주민의 호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경대책위원회 모임이 생기더니 주민 커뮤니티에 관련 사실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아름드리 소나무, 주목, 향나무 등에 화학비료를 과다 살포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몇몇 입주민이 그렇게 비료를 주면 나무가 죽는다고 말렸지만, 담당자는 조언을 무시하고 비료를 뿌렸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수령 2~30년이 넘은 나무 수백 그루가 잎이 누렇게 마르더니 보기 흉하게 고사하고 말았다.

조경담당자와 관리소장은 서둘러 퇴사해 버렸고, 외주로 운영되던 관리업체도 바뀌었다. 기존 업체와 구의원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었지만, 업체에서는 수목 고사의 원인이 비료 때문인지 확실치 않고 자신들이 가입한 보험금 규모 안에서만 피해를 변상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고사목 책임 문제는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소송 중이라 고사목들을 제거하지도 못하고 흉물로 계속 방치됐다. 1심과 업체 항소를 거쳐 2년 반이 지나 대책위원회가 승소하였고 수억 원의 배상금 지급 결정도 내려졌다. 배상금으로 몇 년간 방치된 고사목을 제거하고 새로 조경수를 사다 심었다. 하지만 예전 아파트 정원의 울창하고 수려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상처뿐인 승리다.

3년 간의 다툼 과정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다. 조경담당자의 실수라지만, 이를 막을 체크리스트가 없었고, 사후 조치도 미흡했다. 아파트의 다양한 관리 업무를 대행업체에 믿고 맡긴 것인데, 이를 전문가가 아닌 동대표들이 세밀하게 감독하고 점검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사건이 벌어지자, 주민들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을 진행하는데 수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갔다. 소송 관련 입주민 동의서를 받는데도 몇 달이 걸렸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대규모의 수목 피해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만한 보험도 마땅치 않았다. 수목 보험은 다루는 곳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와 동물병원이 늘어나면서 펫보험은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포털 검색창에 펫보험을 입력하면 수많은 업체의 홍보물을 접할 수 있고, 펫보험 활성화가 국정 과제에 포함될 정도다. 하지만 수목 보험은 아직 일반인에게 낯선 분야다. 특히 아파트나 공공기관에 납품되는 조경 수목은 제대로 된 시장가도 없고 거래 시스템도 불투명하다. 조경업자가 부르는 게 값인 판국이다. 희귀하거나 수령이 오래된 조형수는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기사가 날 정도다.

하지만 수목에 상처가 나거나 죽게 되면 피해 원인을 전문가에 의뢰해서 밝혀내야 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선 피해 규모에 대한 별도의 감정평가를 받거나, 소송을 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우리 아파트 사건처럼 수목 고사의 원인을 명백히 가려낼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질병, 기후변화, 관리 소홀로 수목이 고사했을 경우 다툼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재건축 예정 지역의 기존 조경수들은 그냥 버리면 폐기물이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식한다면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처럼 위험과 다툼이 있는 곳이면, 보험과 공제가 진입해서 이를 안정화하고 시시비비를 쉽게 가릴 수 있다.

도시화가 가속화될수록 조경과 수목 관련 산업은 커질 것이고, 수목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보험과 공제가 복잡한 인간사를 모두 다루기 어렵지만,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신상품을 출시하고, 기존 서비스도 보완해 가고 있다. 펫보험처럼 신규사업에 목마른 보험 업체들은 건강관리, 요양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수목 관련 보험 상품이 출시되어 자리를 잡고, 수목 관련 시장도 더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파트 정원의 새로 심은 나무가 항상 안녕하기를 바라지만, 보험과 공제가 함께 한다면 훨씬 든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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