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방지·경감의무 관련 판례와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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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방지·경감의무 관련 판례와 동향
  • 한창희 국민대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3.11.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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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한창희 교수] 2020년 금융분쟁조정사건에서는 아파트의 안방 화장실에서 아래층으로 누수사고가 발생하여 피해아파트의 천정부분 교체와 욕조의 백화 제거 비용 외에 누수원인을 탐지하고 벽면보수·보양작업·화장실철거 등에 소요된 비용보상에 관한 사항이 다뤄졌다.

2016년 대법원의 임원배상책임보험 사건에서는 엘지디스플레이 주주들이 임원의 가격담합행위·허위공시 등으로 인한 주가하락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보험계약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손해방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방지의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거나 지급보험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지만 이 사건과 같은 경과실에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처럼 손해방지·경감의무 관련 판례는 하나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본문에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손해의 발생·확대의 방지, 손해의 경감에 노력할 의무’인 손해방지·경감의무에 관한 우리나라와 영국의 판례 동향을 비교해서 살펴보자.

손해방지·경감조항의 목적에 대하여 영국의 1997년 로얄 보스카리스 웨스트민스터 대 마운틴사건에서 리스 판사는 ‘손해방지·경감의 권리·의무의 본질은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에 의하여 담보되는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를 방지·경감할 목적의 상당한 행위를 격려하거나 방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손해방지·경감의무에 대해서는 첫째, 보험보상에 추가하여 손해방지·경감을 위한 필요·유익한 비용의 보험보상, 둘째, 손배방지·경감의무 위반이 없다면 방지 또는 경감할 수 있으리라고 인정되는 손해액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하거나 지급할 보험금과 상계하여 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보험금으로 지급받는다는 쟁점이 문제가 된다.

첫번째 쟁점인 손해·경감을 위한 필요·유익한 비용의 보험보상에 관해서 영국의 로얄 보스카리스 사건에서 에이큰스판사는 ①보험계약자가 통상적이 아니거나 비일상적인 조치나 노력을 기울일 것,②행위의 목적은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로부터 부보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것일 것, ③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명백히 급박할 것, ④발생한 손해는 보험계약에 의하여 담보하는 유형일 것, ⑤취한 조치는 적당할 것이라는 5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손해의 위험이 어느 정도 급박하여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대법원판례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피보험자의 법률상 책임 여부가 판명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보험자가 손해확대방지를 위한 긴급한 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한 필요·유익한 비용도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1994년 대법원판례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사고에 대하여는 손해방지의무가 없지만, 자동차 소유자인 피보험자가 사고 직후 자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중상을 입어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신속하게 치료받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피해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치료비 채무의 연대보증을 하였다면 이는 최소한의 손해확대방지행위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로 인하여 보험회사의 면책통보 이전까지의 치료비로서 피보험자가 지출한 금원은 보험회사가 보상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영국의 1984년 ‘인테그레이티드 컨테이너 서비스’ 대 ‘브리티쉬 트레이더 인슈어런스 컴퍼니’ 사건에서 딜론판사는 손해방지조항에서 ‘손해의 경우’에는 이미 발생한 손해만이 아니라 손해발생이 임박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하였다. 손해방지조항은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계약자는 기재된 적하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재판은 일본, 대만, 필리핀 등에서 적하를 운송하는 소외회사에 천여개의 컨테이너를 리스했는데 이 회사가 파산한 것에 대한 판결이다. 법원은 소외회사의 파산은 보험사고는 아니고, 컨테이너는 실제 물리적 훼손에 처할 급박한 위험에 있지 않지만, 소외회사가 노력하지 않으면 컨테이너를 전혀 회수할 수 없거나 원고는 소외회사가 점유한 컨테이너를 항구, 대리점. 창고관리인으로부터 회수하여야 하고, 일부는 멸실될 것이기 때문에 13만4000달러의 컨테이너 회수비용청구을 인용하였다.

둘째, 손해방지비용의 보상은 담보위험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영국의 1903년 ‘쿠나르드 스팀쉽 컴퍼니’ 대 ‘마르텐’ 사건에서 노새인 적하를 운송하던 선박에 대하여 ‘기재된 적하, 선박에 대해 보험계약자는 소송을 제기하고 노력하여야 한다’는 통상적인 손해방지조항이 들어 있었다. 법원은 보험계약의 목적 즉 피보험이익은 노새가 아니라 선주의 적하소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었지만, 이 사건의 손해방지조항은 ‘적하와 선박’에 대한 보험에 적용되지 선주의 피용인의 과실로 인한 적하소유자에 대한 선주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셋째, 손해방지·감소를 위한 ‘필요·유익한’ 비용의 범위가 문제된다. 2020년 한국 아파트의 금융분쟁조정사건에서는 누수사고가 발생한 후에 수리업체에 청음 탐지, 가스 탐지, 담수 테스트 등에 소요된 비용누수원인을 탐지하고자 한 행위는 그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기 발생한 누수사고로 인하여 손해가 늘어나거나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고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서 필요·유익한 비용에 포함하였지만, 벽면 보수 비용과 보양 작업 비용은 인용하지 않았다.

영국의 1869-70년 ‘리’ 대 ‘서던 인슈어런스 컴퍼니’ 사건에서 보험가액 600파운드의 야자기름의 적하에 대하여 카메룬에서 리버풀로의 항해에 대하여 부보되었다. 선박이 악천후로 아일랜드해안에서 죄초하였다. 육지로 적하를 양육한 후 감정인의 지시에 따라 212파운드의 비용으로 기차로 리버풀로 운송되어 손해방지비용으로 청구되었다. 법원은 선박은 수리되어 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상태이었고, 수리기간동안 창고에 임치하였다가 재운송이 가능하였으며, 임치와 재운송비용은 약 70파운드라고 하였다. 따라서 보험계약자가 채용할 과정으로 결과로 초래는 비용은 상당한 비용이 아니라고 하였다.

넷째, 인질석방금의 문제이다. 선박이 사략선에 의해 탈취된 후 선박과 선원의 귀환을 위해 지급된 인질석방금이 손해방지·감소비용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는 18세기에 고지의무 등 주요한 보험법원칙을 확립한 맨스필드판사는 이를 인용하였지만, 1782년 인질석방법에 의하여 선박의 인질석방을 위해 체결된 모든 계약은 무효로 되었다. 이 법은 1864년 포획행위취소법에 따라 폐지되었다.

영국의 2011년 ‘메이스필드’ 대 ‘암린 코퍼리트 멤버 엘티디’사건에서 필판사는 ‘대체로 선원의 생명이 아닌 자유를 위협하고,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인질석방금을 요구하는 해적에 대해서 표현되지 않은 복잡한 무언가가 있다. 업계는 예방조치를 도입했지만, 석방금지급의 상황에 응할 것을 옹호한다. 정부는 석방금지급을 비난하지는 않고, 초연하며, 선박보호작업에는 참여하지만 대체로 적극적으로 해적과 무력으로 싸우지는 않는다. 이와 같이 도덕적으로 혼탁한 해역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된 도덕원칙, 명확히 확인된 공공정책, 법원이 인질석방금지급을 적법하지 않아 허용범위밖라고 판시하도록 이끌 이의불가능한 공공정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메이스필드 대 암린사건에서 릭스판사는 ‘인질선박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이 인질석방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요약하면 영국보험법상 인질석방금은 위법은 아니고, 보험계약자는 보험목적을 구조하고 손해를 방지·감소하기 위해 인질석방금을 손해방지비용으로 지급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손해방지비용으로 보상된다.

둘째 쟁점인 손해방지의무위반의 효과에 관하여 대체로 약관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를 게을리 한 때에는 방지 또는 경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밝혀진 값을 손해액에서 뺍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대법원 2010년 판결은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대인배상책임보험사건이다. 법원은 “환자의 수술과 같이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헌법상의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를 보유한다. 그러나 신의칙 또는 손해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환자에게는 그로 인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감경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으므로, 수술과 같이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행위가 위험 또는 중대하지 않아 결과가 불확실하지 아니하고 관례적이며 상당한 결과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피해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거부함으로써 손해가 확대된 때에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그 확대된 손해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하거나 확대된 손해 부분은 피해자가 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영국의 1998년 네덜란드 대 유엘사건에서 필립스판사는 영국해상보험법이 제정된 1906년 이래 보험계약자가 손해방지·감소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 사례는 없다고 하였고, 2011년의 메이스필드 대 암린 코퍼리트 멤버 엘티디사건에서 릭스판사에 의해 확인되었다.

2020년 금융분쟁조정원회의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보험상의 손해방지·감소비용에 아파트누수탐지비용의 인용결정에 따라 손해방지·감소의무에 대한 법적 이해가 긴요해졌다. 이에 관해서 실무에서는 약관상 손해방지·감소비용에 대해 자기부담금을 설정해 대응하고 있다. 또한 손해방지·감소의무 불이행의 경우 ‘의무를 게을리 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확대되거나 의무를 이행했더라면 감소되었을 손해액을 보험금에서 공제한다’는 약관조항을 실제로 적용하고자 하는 법원의 동향도 파악된다.

보험에 관한 2010년 대법원판결은 일반불법행위를 적용한 피해자직접청구권에 관한 사안이고, 2016년 대법원판결은 의무불이행에 경과실에 있다고 보아 보험금에서 공제하지는 않았다. 영국에서는 1906년 해상보험법 제정 이래 손해방지·경감의무를 인정한 판례는 없다. 이에 관한 우리나라와 외국의 보험실무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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