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보험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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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보험도 있나요?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3.11.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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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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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명렬] 얼마 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제공하는 장애인 인식개선 전문강사 양성과정에 참여했다. 사전에 강의계획서 제출 후 선발 과정을 거치고, 4일간의 비대면 및 집합교육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장애인을 50% 우선 선발하기에 비장애인의 경쟁률은 제법 치열하다. 교육 후 필기시험과 강의 영상을 제출하는 실기시험까지 통과해야만 비로소 전문강사의 자격이 주어진다.

집합교육은 차수별로 지역을 달리하며 진행되는데, 필자는 원주로 지원했고 강원도 경제진흥원에서 진행되는 교육에 참여했다. 같은 기수로 선발된 지체 장애, 뇌병변 장애, 시각, 청각 장애인들과 함께 교육받게 되었다. 다양한 보조기구를 활용하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필기시험도 병행하기에 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교육 중 장애인들과 의견을 나눌 시간이 많았는데, 한결같이 장애인 고용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과 제도로 극복하기 힘든 현실적 벽이다.

힘들게 장애인이 전문강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직업 강사로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강의 지역에 한계가 있고, 강의를 요청한 기업의 요구를 신속하게 맞춰 주기 힘들다. 게다가 1년에 1번, 1시간이 의무인 법정필수교육에 큰 비용을 투자하는 기업도 드물다. 장애인들에게는 인식개선 교육이 제도로서 소중한 첫걸음이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장애인 인식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인의 고용을 늘리고, 이를 통해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을 고용한 후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거나, 지속적인 고용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의 소외와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공제와 보험업계는 과연 장애인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2022년 기준 국내 등록장애인 수는 265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위한 장애인 전용 보험 상품이 출시되어 있지만, 가입률이 저조하고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 특화 상품이 아닐뿐더러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암과 사망 정도만 보장할 뿐이고,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실비 보험은 아직도 출시되지 않고 있다. 지적장애인은 인지능력과 의사 결정력의 문제로 보험 가입이 거절당하기도 한다. 장애인 보험 가입 현황이나 보험금 지급률, 위험률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는 현실을 보면 구색 갖추기 상품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는 보험 가입과 관련하여 장애인을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험 가입 자체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실제로 보험을 활용하는 장애인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셈이다. 정부, 보험사, 장애인 본인과 주변 가족 등 관계자 모두가 장애인 보험 가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 장애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은 고스란히 사회적 리스크로 남게 된다.

공제업계의 현황도 보험업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업과 달리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기에 지원 시스템과 보장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장애인 특화 조직이나 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매우 드물고, 부담금이 두려운 장애인 고용 의무 비율이나 사회공헌활동 측면에서 일부 관심을 두는 수준이다. 공제도 사회 안전망으로 주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나, 조합원 중 상대적으로 소수인 장애인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쉽지 않다. 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장애인 지원을 위한 업계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제와 보험업의 본질은 더욱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함께 돕기로 한 약속이다. 이 약속에서 장애인이라고 소외되어서는 안 되며, 정당한 편의도 반드시 제공되어야 한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사회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에 공제와 보험업계가 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변화는 멀리 있지 않다. 바쁜 연말연시 주변에 소외된 장애인이 있지 않은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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