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퍼부은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그 돈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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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퍼부은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그 돈은 어디로?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11.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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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 잡으려 높인 보험료…가입률 감소 ‘자충수’
정부‧어민 부담 증가…안정세에도 재보험 수지차↑
코리안리 출신 대표, 특정 보험중개사 독점 의혹도
적조 현상으로 폐사 피해가 발생한 양식장. 사진=통영해양경찰서
적조 현상으로 폐사 피해가 발생한 양식장. 사진=통영해양경찰서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수협 양식수산물재해보험사업의 적정성 논란이 제기된다. 오랜 기간 누적된 손해율 문제를 해소하고자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한 게 오히려 어민들의 가입률 감소로 돌아왔다. 

보험료 일부와 사업비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는 특성으로, 투입되는 국가 예산은 늘었는데 정작 양식어가의 소득 및 경영안정이란 본연의 취지와는 더 멀어진 셈이다.

또 보험료 인상 효과로 손해율이 안정을 찾은 이후에도 오히려 재보험 수지차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출재수수료율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보험중개사에 혜택을 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농어업재해보험법에 근거해 2008년부터 도입됐다.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로 양식수산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보전, 양식어가의 소득 및 경영안정을 목적으로 한다. 수협중앙회가 사업자를 맡고 해양수산부가 순보험료 50%, 사업비 100%를 지원한다. 

지난해 가입률은 34.4%, 원수보험료는 293억7767만원을 기록했다. 발생손해액과 경과순보험료는 각각 18억7841만원, 30억1032만원. 이를 포함한 최근 3년간 손해율은 2020년 64.6%, 2021년 45.6%, 2022년 62.4%로 안정세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정부 지원비율. 자료=해양수산부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정부 지원비율. 자료=해양수산부

재보험 대란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손해율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변곡점은 2019년, 종전까지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의 90%를 인수하던 코리안리가 누적된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참여를 포기한 게 계기였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손해율은 각각 143.3%, 190.9%, 176.9%에 달했다.

코리안리의 빈자리를 다른 보험사들로 메워야 했던 해양수산부는 보험료 인상안을 꺼냈다. 2019년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보험료가 올랐는데, 급격한 할증은 어민들에게 큰 부담일 수 있다며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던 첫해 상승률은 무려 30%였다. 

이 외에도 10%만 보유하던 수협이 25%를 담보하고 초과손해율 방식의 국가재보험 비율도 140%(기존 150%)로 하향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이 병행됐다. 제도 개선이란 명목으로 일부 보장 범위 축소도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9년 코리안리 대신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서울보증보험, R+V가 들어왔지만, 담보율은 36.5%에 그쳤다.

30%의 보험료 인상과 제도 개선 등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2020년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손해율은 64.6%로 떨어졌다. 상황이 달라지자 재보험 참여에 회의적이었던 보험사들의 스탠스도 변했다. 2020년엔 New Re, 2021년엔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 Toa Re, Arch Re, 2023년엔 한화손해보험이 가세(Arch Re 불참)했다. 수협의 보유비율은 다시 15%로 낮아졌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가입률 및 연도별 재정투입계획. 자료=해양수산부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가입률 및 연도별 재정투입계획. 자료=해양수산부

가입률 감소

보험료 인상은 곧바로 어민과 정부의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수부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 확대를 위해 순보험료의 50%와 사업운영비의 100%를 지원한다. 당연히 보험료가 올라가면 관련 예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수부는 올해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만 230억2900만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지난해 원수보험료(293억7767만원)의 78.3%에 육박한다. 변동 가능성은 뒀지만 2026년까지 이같은 규모의 지원을 계획 중이다. 가입률이 늘어서가 아니라 보험료가 증가한 상황 때문이다.

어민도 그렇다. 상당 부분 지원이 있다지만, 순보험료의 50%는 자부담이다. 기본 보험료가 높아지면 개인이 감내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더구나 지속적인 보장 범위 축소도 더해졌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을 외면하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30%의 보험료 인상이 반영된 2020년 가입률은 28%로 전년(39.1%)보다 11%p 이상 떨어졌다. 이듬해 29.7%, 2022년 34.4%로 상승세를 보이지만 아직 예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해수부가 36%로 설정한 올해 목표 역시 마찬가지다. 보험료가 저렴했고 보장 범위도 넓었던 2018년 가입률은 44.3%였다. 

출재수수료

재보험을 출재하는 원수사(수협)는 재보험료를 지급하지만, 여기서 일정 비율을 출재수수료로 돌려받는다. 수협 역시 코리안리에 재보험을 넘기며 출재수수료를 받아왔다. 2018년 기준 수협이 코리안리에 지급한 재보험료는 475억1975만4000원, 돌려받은 출재수수료는 79억3334만3000원으로 비율은 약 16%다.

2018년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 현황. 자료=수협중앙회
2018년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 현황. 자료=수협중앙회

2019년에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서울보증보험, R+V에 141억8995만7000원의 재보험료를 냈다. 출재수수료는 2022만5000원, 비율은 0.1%로 무의미한 수준이다. 어떻게든 재보험을 받아줄 곳을 찾아야 했던 상황인 만큼 당시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020년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은 64.6%였다. 수협은 161억4718만1000원의 재보험료를 내고 출재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직전 해에도 손해율이 168.8%에 달하며 89억56785만4000원의 재보험 순수지 차액을 남겼던 걸 고려하면 가능한 일이다.

45.5%의 손해율을 기록했던 2021년, 167억1063만4000원을 재보험료로 지급한 수협이 돌려받은 출재수수료는 5712만2000원. 비율은 0.3%에 그쳤다. 사고가 적어 재보험금도 적었던 이 해 순수지 차액은 마이너스 85억1056만2000원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재보험료 인하나 출재수수료에 대한 조정이 이뤄졌을 터다. 그런데 62.4%의 양호한 손해율을 기록한 2022년에 재보험료 지급액은 212억3962만3000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출재수수료는 4억1855만4000원, 수수료율은 1.9%에 불과했다. 

손해가 크던 상황에서도 16%였던 수수료율이 3년간의 안정세, 그것도 누적 손해와는 관계없는 신규 참여 보험사들과의 사이에서 0~1.9%에 머무른 거다. 참고로 직전 해 5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코리안리가 제시한 적정요율보다 100억원 이상 낮은 보험료로 갱신한 포스코 계약에서의 재보험 수수료가 3.4%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 현황. 자료=수협중앙회
2022년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 현황. 자료=수협중앙회

숨은 플레이어

유일한 재보험사업자였던 코리안리가 빠지고 여러 보험사가 참여하면서, 이 과정을 연결하는 보험중개사 티알씨보험중개(TRC)가 등장한다. 현재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을 수재하는 대부분의 보험사는 TRC를 통해 계약을 받는다.

누적된 손해에 코리안리마저 등을 돌린 상황을 TRC가 해결할 수 있었던 데는 2018년부터 공동대표로 합류한 A대표의 존재가 컸다. 코리안리 출신으로 그곳에서도 계속해서 해당 업무를 담당해왔던 인물이다. 다급하게 재보험자를 찾아야 했던 수협으로서는 TRC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문제는 수협과 TRC의 파트너십에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됐느냐는 점이다. 수협은 민간기업으로 정책보험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업자다. 많은 정책보험에서 이를 위탁받은 사업자가 허가된 권한 내에서 운영상 필요한 재보험브로커를 선정하는 방식까지 규제하진 않는다.

그런데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사업운영비는 해수부가 전액 지원한다. 정부 예산이 쓰이는 일이라면 브로커 선정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코리안리가 빠진 2019년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손해율이 안정된 2020년 이후부턴 공식적으로 더 합리적인 재보험요율을 가져올 수 있는 브로커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협은 경쟁입찰 등의 절차 없이 계속해서 TRC에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 출재를 맡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협의 이상하리만치 낮은 출재수수료율도 TRC와 관련성이 있을 거란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익수수료율(출재수수료율)에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0%, 0.3%, 1.9%라는 건 이례적인 비율”이라며 “이런 경우는 재보험사가 인수를 꺼리는 물건을 넘기는 대신 원수사가 이익수수료를 포기하고, 어려운 바인딩을 성사시킨 중개사가 브로커리지를 많이 받는 형태로 협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리안리가 해오던 일을 TRC가 하는 건데 코리안리에서 그 일을 하던 사람이 TRC의 대표인 것”라며 “당연히 전문성도 있고 수협 측에서도 오랜 같이 해오던 파트너와 업무를 이어가는 게 편할 테지만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면 공식적인 경쟁입찰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수협, “재보험 다변화 모색”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는 “TRC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재보험의 전속 취급자가 아니며, 수협은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안정화를 위해 계속해서 재보험 다변화를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과거 코리안리가 빠졌을 때 TRC가 재보험을 구해와 현재까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맞지만, 원칙적으로 재보험 출재에 다른 보험중개사를 배제하진 않는다”며 “TRC 외 보험중개사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연재해의 영향이 큰 분야라는 점과 업의 특성, 과거 실패사례 등으로 경쟁입찰을 시도하는 건 향후 추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라며 “다만 다른 보험중개사나 재보험사 모두 언제든 좋은 제안을 해온다면 수협이 이를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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