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 자동차보험 과실상계의 풍선효과
상태바
[보험談] 자동차보험 과실상계의 풍선효과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11.08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사회‧경제학 용어로 널리 쓰이는 ‘풍선효과’란 말이 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을 때 다른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풍선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표현이죠.

올해부터 자동차보험 대인보상엔 과실책임주의가 도입됐습니다.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상해등급 12~14급) 환자에 대해선 사고 책임에 따라 대인Ⅱ가 보장하는 치료비에서도 과실비율만큼을 상계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대인치료비는 쌍방이라면, 과실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전액을 상대 보험사에서 보장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과잉진료 문제가 빈번했죠. 치료비가 많이 나오면 당연히 병원의 수익은 올라가고 치료비에 기반해 산출되는 합의금도 커지기에 환자와의 이해관계도 합치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과잉진료로 누수되는 보험금 규모가 연간 약 5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이게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논리가 과실책임주의 도입 배경입니다. 본인의 과실을 스스로 부담토록 하면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었죠.

비단 이것만이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동차보험에서의 문제를 누르자, 이번엔 실손의료보험에서 부풀어 오릅니다. 실손보험은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인데요. 부당한 이득을 금지하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보장받는 손해는 면책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과실상계로 자동차보험에서 치료비 전액을 보장하지 않게 되면서 반대급부로 실손보험에서 보장해야 하는 자기부담금이 생겨난 거죠. 

물론 과잉진료가 줄어든다면 전체 치료비도 감소하기에, 금융당국이 생각했던 효과는 있을 겁니다. 실손보험 점유율의 상당 비중이 자동차보험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긴 하지만, 일부 생명보험사에서도 취급하고 있으니 손해보험사 입장에선 어느 정도 리스크 분산도 이뤄질 테고요. 

이렇게 생각하면 실손보험을 운영하면서 자동차보험은 판매하지 않는 생명보험사들은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존 자동차보험에서 골치였던 과잉진료 문제를 함께 떠안게 된 셈이니까요. 반대로 자동차보험은 팔지만 실손보험은 취급하지 않는 악사, 하나, 캐롯손해보험 같은 곳들엔 혜택이 될 거고요.

금융당국이 이러한 개선안을 추진하기 전 풍선효과에 관한 고민을 충분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자동차보험 이슈라며 손해보험사들의 의견만 수렴했던 건 아닐까요?

보험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