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요율 확대 및 심사 강화로 계약건수 줄고 보험료 증가
대형 창고 요율은 인하…중소물건 인상 따른 양극화 지적도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골칫거리였던 창고시설이 안정세를 찾았다. 2018~2020년 기준 100%에 근접했던 3년 평균 손해율이 3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쿠팡 물류창고 화재 등 대형 악재를 겪으면서 위기관리에 힘써온 성과가 나타났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허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형 사고 이후 손보사들이 인수 기준을 강화한 것이 중소규모 창고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돼 손해율이 양호해보이는 것이며, 보험사 실적 경쟁에 대형 물류창고 요율은 계속 인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 창고시설 손해율은 38.2%를 기록했다. 전체 재산종합보험 손해율(128.3%)과 점유율 상위 5개 업종(금속기계 및 가구공업 60.3%, 업무시설 144%, 판매시설 233%, 화학공업 142.2%) 중 가장 낮은 수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창고시설 손해율은 93.6%였다. 2021년에는 4000억원대 피해(선지급 1000억원)를 남긴 쿠팡 물류창고 화재가 있었음에도 평균 손해율은 되려 개선됐다.
눈에 띄는 점은 계약건수의 감소와 이와 대비된 원수보험료 증가다. 2020년 재산종합보험 전체 계약건수는 26만7229건, 원수보험료는 1조958억9900만원이었다. 또 이 중 창고시설의 비중은 각각 5.7%(건수, 약 1만5232건), 5.6%(보험료, 약 613억7000만원)로 나타났다.
2022년 재산종합보험 전체 계약건수는 27만6112건, 원수보험료는 1조4053억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시 창고시설만 추려보면 3.9%(건수, 약 1만768건), 10.3%(보험료, 약 1447억5300만원)의 비중을 보였다.
계약건수가 줄었는데 원수보험료가 늘어난 건 결국 보험료가 올랐단 의미다. 특히 협의요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컸다.
협의요율은 손해보험사가 재보험사로부터 구득해 사용하는 요율을 뜻한다. 거대위험이나 통계가 부족한 분야를 담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사용한다. 국내 창고시설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됐기 때문에 재보험사들의 하드마켓 기조도 굳어졌다. 자연히 협의요율이 적용된 보험료 또한 인상될 수밖에 없었다.
손해보험사들은 인수 기준을 강화하거나 반대로 새로운 계약을 많이 받아 손해율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안정화를 도모했다. 이 과정에서 재보험사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 2020년 3.3%였던 협의요율 사용 비중은 2021년 3.5%, 2022년엔 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협의요율에 따른 원수보험료 비중은 5.4%, 7.8%, 10.5%로 증가 폭이 더 컸다.
그런데 보험업계에선 창고시설 요율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일반보험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손해율에 대한 우려는 매출을 높여야 하는 사안에 밀렸고, 되려 큰 피해를 야기했던 대형 창고의 요율은 낮아졌다는 거다.
대신 이러한 부담은 인수 문턱이 높아지면서 보험 가입이 어려워진 중소형 창고들로 전가됐다. 일례로 한 손해보험사가 가입금액이 200억원 미만이란 이유로 창고의 인수를 거절하자, 부득이하게 가액보다 높은 초과보험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은 여전히 창고시설의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다”며 “예전 같았으면 한 회사가 단독으로 인수할 규모도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재보험 슬립이 15%인 경우에도 50%만 보유하겠다는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수치만으로는 손해율이 안정세로 돌아섰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리스크관리에 성공했다기보단 전체 보험료가 늘어남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가깝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보험 가입이 힘들어진 중소형 창고와 대형 창고의 체감은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