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선박,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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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항선박, 어디까지 왔나?
  • 이준영 기자 jay.noah.michael@gmail.com
  • 승인 2023.10.0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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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인명사고, 보험금지급 극적 감소
4단계 중 2단계 시험, 선박 원격제어
상용화되면 ‘게임체인저’ 역할, 주도권 경쟁

[한국공제보험신문=이준영 기자] 자율운항선박(MASS)의 등장으로 보험 청구 건수가 약 25% 감소하고, 해상보험금 지급액이 최대 43%까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세계 각국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련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보험금 청구 1000건, 6000만 달러↓”

자율운항선박선주클럽(Shipowners’ Club)의 이사인 마크 해링턴(Mark Harrington)은 최근 영국 에든버러에서 개최된 국제해상보험협회(IUMI) 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선주클럽은 작은 선박 운송에 특화되어 있으며, 연간 4000여건의 업무를 처리한다.

해상운송의 완전 자동화는 인명사고 리스크를 크게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운송은 태풍, 호우 등 날씨 변수가 많고, 업무 중 부상이나 사망사고 발생시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미국의 경우, 선박에서의 사망은 종종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보상을 야기하며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해링턴 이사는 “자율운항선박이 활성화되면 이러한 ‘인명사고 보험금 청구’ 건수가 연간 1000여건 줄어들고, 연간 60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율운항 기술을 소형 선박이 아닌 대량 운송선, 대형원유화물선(VLCC) 및 컨테이너선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박 스스로 상황판단‧제어

자율운항선박은 ‘선박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제어하며 운항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사람의 개입이 없거나 최소화된 상태로 운항하는 선박으로, 상용화되면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유엔 산하의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총 4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며, △2단계는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선원이 승선해 비상운항 상황 시 즉시 개입하여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3단계는 본격적으로 선박을 원격 제어하는 단계로, 선원이 배에 타지 않고 장애 예측 및 진단이 자동화되는 수준이고, 4단계는 완전 자율 운항하는 수준을 말한다.

현재는 4단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선박시장 규모는 2019년에 71억 달러, 2030년에는 143억 달러로 2배 가량 성장할 예정이다.

다만, 선박 특성상 건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수명주기도 길기 때문에 자율운항시스템 의무 장착이나 보급 지원과 같은 정부 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도입 및 확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시장 문제 외에도 규제, 법률, 보험 등 비기술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기에, 단기간 내에 급성장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자율운항선박은 전통적으로 노동집약 산업인 조선산업을 자본집약‧기술집약 산업으로 바꿀 수 있다. 즉, 가격경쟁에서 기술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외 사례 살펴보니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유럽에서는 글로벌 해운사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 Gruppen), 영국 롤스로이스 마린(Rolls-Royce Marine), 핀란드 바르질라(WARTSILA), 스위스 ABB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전세계에서 관련 기술이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된다. 2018년 12월 세계 첫 완전자율운항 여객선 ‘팔코’(Falco)가 승객 80명을 태우고 핀란드 남부 발트해 연안에서 시험운항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도 2012년부터 선박 자율운항을 위한 ‘무닌(MUNIN)’ 프로젝트를 추진해 관련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마친 상태다.

미국은 군용 자율운항선박 수요가 강하고 스타트업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고, 동아시아는 조선 3대 강국이 위치해 조선업체 중심으로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일본은 해운협회를 중심으로 자율운항 기술을 250여 척의 선박에 접목하여 보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 추진하는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이 착수됐으며, 울산 고늘지구에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국제 표준화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해수부는 자율운항선박이 기존 선박에 비해 물류 흐름을 10% 이상 개선하고, 해양사고를 약 75%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절감 및 국내 조선‧해운산업의 리더십 선도 효과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HD현대 소속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에 성공했다. 아비커스는 지난 8월 8일 외항 화물 운송업체인 장금상선과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 2.0’의 수주계약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독자개발 자율항해 체계인 ‘삼성자율선박(SAS)’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2020년에는 이 기술을 활용해 300톤급 예인선이 반경 1km 내 선박과 장애물을 피해 5km 떨어진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했다. 또한 레이더, 위성항법시스템(GPS), 자동식별장치(AIS)와 360도 열화상 카메라, 충돌 회피를 위한 엔진 자동제어 기술을 통해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선박 간 충돌회피 기술 실증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율운항시범선 ‘단비(DAN-V)’의 단계별 운항시험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관련 기술에 대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과 안전운항 관련 기술시험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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