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인수합병(M&A)에도 영향 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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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인수합병(M&A)에도 영향 끼치다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3.09.19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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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ESG가 인수합병(M&A) 거래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SG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창출)에 이어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어’라거나,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 활동 정도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조사결과가 나왔다.

KPMG의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의 50% 이상이 ESG 실사 결과로 인해 인수합병 거래를 취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가 딜(Deal) 자체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은 것이다. ESG는 반(反) ESG 진영에서 매도하듯 편벽된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ESG는 이제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중대하게 고려되어야 할 기업경영의 필수 언어다.

인수합병이 무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ESG 성과가 나쁘면 최종 거래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위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42%는 ESG 실사 결과 때문에 인수가격이 낮아졌다고 답변했다. 반대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투자자의 60% 이상은 높은 수준의 ‘ESG 성숙도(ESG maturity)’를 갖춘 기업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요컨대 거래가 깨질 수도 있고, 거래 가격을 낮출 수도 있고, 프리미엄이 붙을 수도 있다. 기업 경쟁력 향상을 고민하고 투자자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절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조사결과다. 미국 KPMG(KPMG US)의 ESG 파트너인 클레어 룬(Clare Lunn)의 말마따나, 지속 가능한 관행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회복탄력성과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ESG가 굵직한 딜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ESG 실사(ESG due diligence)’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매수측에서든, 매도측에서든 ESG 실사를 요청하는 빈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KPMG에 따르면, ESG 실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위험과 기회 파악, 투자자의 요구사항, 규제 요건에 대한 대비 순이었다. ESG 실사를 수행하면서 직면한 주요 과제로는 강력한 데이터의 부족, 의미 있는 범위 선정의 어려움, 조사 결과를 정량화하기 어려움 등이 꼽혔다. ESG 실사를 전개하는 배경과 과제를 이해하고, 추후 이에 대한 개선 및 발전적인 방향성 설정이 요구된다.

KPMG는 지적하지 않았지만, ESG 실사에 참여하는 실무자 혹은 조직의 ESG 전문성도 깊이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비재무적 가치를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 기업의 조직체계에서는 이런 과업을 수행할 전담 인력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내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ESG가 단지 ‘해야 하는 옳은 일(right thing to do)’이라서 강조되는 것이 아니다. 복합적인 사안을 정밀하게 고려하는 인수합병 협상과 같은 중요한 비즈니스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는 더욱 힘을 발휘하고 있다. 조직 전반의 ‘ESG 유창성(ESG fluency)’을 높이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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