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개인택시조합, 직원 퇴직금도 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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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개인택시조합, 직원 퇴직금도 손댔다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3.09.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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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울시 감차사업 당시 사업비 대부분 부담
출연금 25억6500만원 중 퇴직금 9억원 사용 ‘횡령’
예산 부족하자 조합원에 비용 전가, 가입비 75% 인상
서울개인택시조합의 '2016년 제8차 임시대의원회 회의자료' 중 감사사업 관련 부분.
서울개인택시조합 ‘2016년 제8차 임시대의원회 회의자료’ 일부. 조합은 개인택시 감차보상액 8100만원 중 3분의 2인 5130만원을 부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 = 강대식 의원실 제공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서울개인택시조합이 박원순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에 잘보이기 위해 시에서 추진하는 감차사업비 대부분을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급하게 돈이 필요하자 직원 퇴직금까지 유용했으며 이 금액을 아직까지 채워넣지 않았다. 게다가 감차사업비 관련 대의원회 직후 택시조합원 가입비를 75%나 올려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상 이사장 독단으로 인한 손실을 조합원에게 떠넘긴 것이다.

서울시 택시감차 비용, 조합이 떠안아

정부는 택시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택시총량제에 따른 감차사업을 추진했다. 택시총량제는 시·도지사가 5년마다 156개 사업구역별 택시의 적정 공급 규모(사업구역별 택시 총량)를 정해 이를 관리하는 제도다.

지자체별로 택시가 부족하면 면허를 늘릴 수 있지만, 초과하는 경우 감차를 원하는 택시기사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감차사업을 통해 운행 대수를 조절한다.

서울시가 지난 2014년 서울연구원에 택시 적정량 산정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1만1831대가 초과 공급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6년 첫 감차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400대를 감차하며, 2016년에는 총 74대(개인택시 50대, 법인택시 24대) 감차를 결정했다.

서울시는 택시업계 대표, 노조 대표, 전문가, 시 공무원 등 9명으로 택시감차위원회를 구성했다. 회의를 열어 감차 보상액과 연도별 감차 물량을 정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택시 1대당 감차보상액은 개인택시 8100만원, 법인택시 5300만원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택시운송사업 발전법 제11조’에 따르면 감차 보상을 위한 재원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택시운송사업자 출연금, 기타 개인·단체·법인의 출연금으로 마련된다. 이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출연금을 덜 내려고 눈치싸움을 벌였다.

그러던 중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합에 출연금을 요청하자, 당시 국철희 이사장(17대 이사장)이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이에 따라 개인택시 감차보상액 8100만원 중 3분의 2인 5130만원을 서울개인택시조합에서 분담하고, 나머지는 정부(390만원)와 서울시(910만원), 국토교통부(1670만원)에서 내기로 합의했다.

결국 서울개인택시조합은 감차 택시 1대당 5130만원씩 50대에 대한 총 25억6500만원을 출연금으로 내놨다.

서울개인택시조합 년도별 퇴직급여 현황.
서울개인택시조합 년도별 퇴직급여 현황. 자료 = 강대식 의원실 제공

직원 퇴직금으로 감차사업비 충당

이를 두고 조합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단지 주무부처인 서울시에 잘보이기 위해 수십억원을 태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출연금 마련도 문제였다. 갑자기 큰 지출을 하게 된 조합은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썼다.

그 과정에서 직원 퇴직금에도 손을 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개인택시조합에서 제출받은 ‘2016년 제8차 임시대의원회 회의자료’에 따르면, 조합은 개인택시 감차기금 25억6500만원 중 9억원을 ‘퇴직급여 충당금’에서 사용했다. 나머지 돈은 △2015년 당기잉여금 임의적립금 5억원 △고유목적 사업준비금 5억원 △예비비 3억원 △기타(임대료, 잡수입 등) 3억6500만원 등으로 채워넣었다.

직원 퇴직금은 퇴직급여법에 의해 기업에서 함부로 쓰지 못하는 돈이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사업자는 모두 퇴직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를 유용하는 것은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

A세무사는 “퇴직금으로 쌓아둔 충당금은 함부로 다른 회계로 옮기거나 사용할 수 없다. 조합 정관상 퇴직금 규정이 없는데 이것도 문제이고, 이렇게 큰 돈을 임의로 사용한 것은 횡령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때 쓴 직원 퇴직금은 아직까지 메우지 못했다. 강대식 의원실이 받은 ‘서울조합 년도별 퇴직급여충당금’에 따르면 조합이 보유한 퇴직충당금은 △2015년 9억2643만200원 △2016년 4억4745만9792원 △2017년 7억9595만8101원 등이다.

감차사업을 시작한 2016년에 전년대비 4억7897만408원이 줄어들었고, 이듬해 다시 8억원대로 회복했으나, 이 돈은 다른 회계에서 일부 전용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조합 임원 출신 B조합원은 “퇴직급여 충당금에서 9억원을 출연한 뒤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다른 회계에서 일부 채워 넣어 금액이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감차사업 출연금을 결정하면서, 조합원 가입비를 4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인상했다. 자료 = 강대식 의원실 제공

가입비 인상, 조합원에게 비용 전가

공교롭게도 조합은 감차사업 시행시기와 맞물려 조합원 가입비용을 인상했다. 감차사업 출연금이 확정된 게 2016년 8월 26일 대의원회인데, 불과 4일 뒤 9월 1일부터 조합원 가입비가 4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인상된 것이다.

결국 조합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조합이 큰 부담을 떠안았고, 이를 조합원에게 전가한 모양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서울에 있는 개인택시기사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 수는 5만여명에 달한다. 조합원 상당수가 가입비를 더 낸 셈이다.

C조합원은 “대의원회 회의 당시 경영진은 조합원 가입비 인상 이유로 ‘재정 안정성 유지와 효율적 운영 및 특이 재정상황에 긴급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했으나, 감차사업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을 감시하는 감사도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2016년 하반기 조합 감사결과’를 보면 지적사항으로 “(경영진이) 택시 감차와 관련하여 조합원에게 갹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조합 예산으로 대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현재와 같은 불합리한 감차사업을 중단, 보류하거나 조합원 부담 없이 감차시행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택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시행된 택시감차가 당사자인 택시기사들에게 상당한 비용을 전가함으로서 피해를 준 것은 아이러니하다. 한편, 서울시 감차사업은 택시업계 사업자의 출연금이 확보되지 않아 2017년부터 중단됐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서울개인택시조합 측에 공식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2016년 하반기 감사 결과보고서 일부. 조합 감사는 경영진에 “현재와 같은 불합리한 감차사업을 중단, 보류하거나 조합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자료 = 강대식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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