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디지코 KT의 마법 같은 보험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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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디지코 KT의 마법 같은 보험 거래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9.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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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임직원에 일감 몰아주고 자회사로 비용 절감
보장보다 보험료 줄이기… 담보 제외가 주 업무?
특정 보험사 지정하고 경쟁자 입찰 조건 누설도
KT 광화문사옥 전경. 사진=KT
KT 광화문사옥 전경. 사진=KT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케이티(KT)의 보험대리점 활용법이 논란이다. 퇴직 임직원들이 만든 보험대리점에 일감을 몰아주고, 자회사 보험대리점을 통해선 보험료를 줄이는 식으로 이득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업체의 참여를 막고 특정 보험사를 밀어줬다는 등의 의혹도 있다. 통신사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 디지코)을 표방하는 KT가 아날로그 보험대리점을 통해 얻는 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단체상해보험 독점, 동우기획

동우기획은 2009년 8월 KT 퇴직 임직원 모임인 동우회에서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보험대리점이다. 3개의 생명보험사 및 10개 손해보험사와 모집위탁계약을 맺고, 해당 보험사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이 계약자가 바로 KT다. KT는 그룹 내 단체상해보험 등의 굵직한 계약을 동우기획에 맡긴다. 지난해 기준 직원 수만 2만1410명으로 상당한 수준의 모집수수료가 발생한다. 2021년 142억9249만5000원의 모집실적을 기록했던 동우기획은 2022년엔 157억8507만6000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114억42만3000원의 실적을 올렸다.

올 상반기 계약 건수는 122건이다. 계약당 평균 보험료가 9300만원을 넘는다. 이러한 실적을 관리하는 직원(유자격자)은 3명에 불과하다. 인당 생산성은 무려 38억원을 초과한다. KT그룹 차원의 밀어주기가 없었다면 어려운 성과다.

동우기획 경영실적. 자료=손해보험협회
동우기획 경영실적. 자료=손해보험협회

일반적인 보험대리점에선 계약체결에 많은 업무가 따른다. 계약자에게 주요 사항을 설명하고 보험사에도 계약 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알려야 한다. 이 같은 실적은 아무리 확실한 영업처가 있더라도, 3명의 유자격자만으론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KT 퇴사자는 통상의 보험대리점 업무를 보험사가 대신해주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보장 설계부터 설명, 체결, 보험료 수납까지 보험사가 맡아 동우기획이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형계약자인 KT를 이용해 ‘통행세’만 받는 형태다.

그룹 손해보험 독점, 케이티커머스

케이티커머스는 KT그룹의 자회사다. KT 19%, KT씨에스가 81%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로 그룹 내 물품구매업무를 대행한다. 각 계열사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가입해야 하는 보험계약도 케이티커머스가 담당해왔다.

케이티커머스는 자사의 이익을 높이기보다는 그룹사 전체의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80% 이상 거래가 KT 계열사에서 나오는 사업구조 탓이다. 케이티커머스의 영업이익률이 높다면, 되레 관계 계열사들로부터 높은 비용을 받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민영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국영기업 색채가 강하고 오너가 존재하지 않는 KT는 내부거래로 이득을 쌓는 게 의미가 없다. 이보단 비용을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케이티커머스의 대표는 대대로 KT 본사 자금관리 담당 임원 출신들이 맡아왔다. 현 조창환 대표 역시 KT의 세무담당 상무였다.

케이티커머스는 2004년 6월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했다. 이전까진 시스템을 통해 입찰을 대행하고 구매(보험) 의뢰한 계열사들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였지만, 보험대리점이 되면서 보험사로부터 모집수수료까지 받게 됐다.

보험대리점 모집수수료는 계약자가 지불하는 보험료에 비례한다. 보험료가 늘어나면 수수료도 커진다. 보험대리점으로서 케이티커머스의 실적은 2021년 68억1985만8000원(5299건), 2022년 75억5947만7000원(5749건), 올해는 상반기 기준 53억2356만4000원(1126건)이다.

케이티커머스 경영실적. 자료=손해보험협회
케이티커머스 경영실적. 자료=손해보험협회

하지만 비용 절감에 주력하다 보니 보험료를 낮추고자 보장마저 줄여버리는 일도 빈번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넓은 범위의 배상책임보험 중 자체적으로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한 일부 지역을 빼거나 직원 복지 차원에서 가입하는 단체보험에서 질병 담보를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위험 대비라는 보험의 기본 목적도 지켜지기 어렵다.

입맛대로 보험사 선정, 시장질서 위협

KT그룹의 보험계약을 전담하는 보험대리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표면적으론 경쟁입찰이라도 케이티커머스의 입맛대로 특정 보험사를 선정하거나 탈락시키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케이티커머스 출신 인사는 “예를 들어 A라는 보험사를 선정하고 싶다면 A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비딩을 붙인다”며 “과거 유사 사업 수행실적이라거나 매출액, 지급여력비율 등에 가산점을 A사에 맞춰 배분하면 다른 보험사가 이기긴 힘들다”고 언급했다.

경쟁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논란도 있다. 과거 모 보험사가 관급 통신망 구축사업에 필요한 보험계약 제안서를 KT 본사에 제출했을 때, 해당 내용이 그대로 케이티커머스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케이티커머스는 이를 다른 보험사에 공유하며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지 문의했고 결국, 원 제안보다 1500만원가량 낮은 보험료로 타 보험사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지만, 현행법에선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거래는 재벌 대기업의 사익 추구에 집중돼 있어서다. KT엔 총수 일가가 없고 케이티커머스는 이득을 도모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움직인다.

동우기획에도 법령을 적용하긴 어렵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을 규제하는데, 동우기획은 별개 회사다. 퇴직 임직원으로 구성됐어도 지분 관계가 없는 소기업이기에 규제할 명분이 없다. 퇴직 임직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도의적 비판 정도만 가능할 뿐이다.

관련 법령 현실화 필요

보험업법은 자기계약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보험대리점 운영을 금지한다. 자기 또는 자기를 고용한 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계약이 전체 모집실적 중 50%가 넘으면 자기계약이 주된 목적이라고 본다. 

해당 규정이 만들어진 이유는 공정한 모집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보험대리점을 자회사로 세우고 모회사와 그룹 계열사의 보험계약을 몰아주는 행위는 방치된다. 실질적으로 규제가 필요한 대기업들이 자회사를 설립하는 건 어렵지 않다. 법령의 취지부터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에도 허점이 있다. KT가 몰아주는 일감이 케이티커머스엔 과다한 경제상 이익 제공이 되진 않는다. 총수 일가의 사익으로 축적되지 않고 계열사에 현저히 불리한 조건도 아니다. 폐쇄적 구조로 타 기업의 참여 기회를 막고 있지만,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면 빠져나갈 여지가 많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에선 관련 법령의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대기업들의 자회사를 통한 내부거래와 시장 독점을 막을 수 없다.

한편, 이 같은 내용에 대해 KT측에 연락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기업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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