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관심, ‘계기’가 없어도 되고 ‘숭고’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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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대한 관심, ‘계기’가 없어도 되고 ‘숭고’하지 않아도 된다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3.09.0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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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어떤 계기로 기후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기후와 환경에 대한 건강한 토론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요즘, 어렵지 않게 이런 질문을 접할 수 있다. 사실 나쁜 질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계기’를 공유하면서 공감대도 확산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이해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각도로 사안을 바라보게 해주는 데도 긴요한 물음이다.

다 좋다. 다만 간혹 저런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조금 다르게 수용될 여지가 있다. 꼭 어떤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있어야만,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커다란 사건이 있지 않았어도, 우리는 환경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되레 정말 자연스럽게 평범한 일상에서 기후위기에 눈을 뜰 수도 있다.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에 놓인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 내는 연대의 크기를 확장하는 것이다. ‘계기’ 같은 게 없어도 힘을 합쳐서 우리 삶의 터전을 지켜내야 한다. 필자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한 정서적 진입장벽을 더욱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사명감 같은 것도 필수조건이 아니다. 물론 환경문제에 온 인생을 걸고 치열하게 투쟁하는 분들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 감사하다. 그분들의 소명의식에 경외감을 느끼며, 지향하는 철학을 존중한다.

그런데 모두가 같은 온도로 행동할 수는 없다.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환경문제에 임해도 된다. 작은 실천의 힘도 만만치 않다. 누군가는 전업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에너지 이슈에 투자하고, 또 다른 동료시민은 겨우 짬을 내 하루에 5분을 쓸 수 있다. 꼭 전문적인 환경 지식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투표하고 정치인을 평가하는 것이 정치학이나 행정학 전공자만의 특권이 아니듯, 환경이라는 분야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지금의 위기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니다.

환경 분야를 심층취재하는 한 언론사의 기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스쳐 가는 영상에서 본 것이라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환경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지나치게 숭고한 일처럼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탁견이다. 조금 덜 숭고하면 어떤가. 혹은 숭고하지 않으면 또 뭐가 문제인가. 환경을 생각하는 각자의 시선이 있고, 개개인의 방식과 결이 있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 ‘계기’가 없어도 되고 ‘숭고’하지 않아도 된다. 소소하게, 덜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환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자. 결국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 바라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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