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시책보다 시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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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시책보다 시야를
  • 김환범 보험설계사 kgn@kongje.or.kr
  • 승인 2023.08.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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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김환범 보험설계사] 보험업계에는 시책이라는 게 있다. 영업을 독려할 목적으로 회사가 약속하는 별도의 성과급이라고 보면 된다. 보험사는 주력 상품에 시책을 건다. 어린이보험의 판매를 늘려야 한다면 일정 기준을 정하고, 이를 초과할 시 수수료를 더 주는 거다. 현금 외에도 비싼 가전제품이나 여행권 같은 걸 주기도 한다.

설계사들에겐 고마운 제도다. 우린 사전에 협의한 테이블에 맞춰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어느 노동자가 그렇듯 추가 소득은 달가울 수밖에. 설계사 개인에겐 더 열심히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회사는 전반적인 생산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눈 앞의 달콤한 시책이 때로는 시류를 읽으려는 노력을 무뎌지게 한다는 점이다. 스쿨존에서의 사고 책임을 강화한 법안이 시행되자 손해보험사들은 저마다 운전자보험을 개정하고 판매를 독려했다. 상당한 시책이 걸렸고 많은 설계사는 운전자보험 판매에 몰두했다. 

표적항암치료 담보가 개발되고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만료됐을 때는 암보험이 열풍이었다. 다시 운전자보험에서 교통사고처리지원금 경쟁이 격화됐고, 근래엔 간병비 담보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 당연히 시책도 함께. 그리고 대다수 설계사는 이를 뒤따르고 있다.

뒤따른다는 표현을 곱씹어본다. 이미 이슈가 된 분야, 경쟁은 시작됐다. 국내시장과 간병비 담보에 니즈를 느낄만한 잠재 고객층은 한정적이고 시책을 노리는 설계사는 많다. 요즘엔 계약 유지율 관리가 특히 중시되고, 승환계약에 대한 경각심도 크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란 녹록하지 않다.

필자가 아는 한 설계사는 간병비 담보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여기에 집중했다. 시책이랄 게 없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간,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간병비 담보의 중요성이 커질 거란 판단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출산율이 감소하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의 고갈 등 노령층의 의료와 간병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는 리스크다. 보험업계의 이목이 운전자 벌금과 교통사고처리지원비, 표적항암치료비에 쏠려 있던 때에도 말이다. 

그 설계사의 판매 실적이 간병비 경쟁이 한창인 지금이었다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재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 정도의 계약을 창출하지 못했을 거다. 당시엔 블루오션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책은 보험사의 현재 전략이다. 영업인으로서 회사의 전략을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보험’을 파는 설계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험은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위험은 당장에 닥칠 수도 있지만, 먼 미래에 찾아올 수도, 어쩌면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설계사들에겐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우리가 판매하는 건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는 설계사 개인에게도 장기적인 이득일 것이며, 불완전판매나 승환계약 같은 소비자 피해도 예방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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