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상호보’, 3년 만에 사라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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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상호보’, 3년 만에 사라진 이유는
  • 강태구 동경특파원 kgn@kongje.or.kr
  • 승인 2023.08.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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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2년 만에 가입자 1억명 돌파 ‘P2P 신드롬’
알리페이로 간편 가입, 신용정보로 무임승차 불가
책임준비금 논란, 분담금 증가, 규제 강화에 무너져

[한국공제보험신문=강태구 동경특파원] 중국 알리바바의 의료공제보험인 ‘상호보’가 2018년 출시된지 3년만에 운용 종료됐다.

후불제 상호보험, 알리페이를 통한 간편 가입을 내세워 2년 만에 가입자수 1억명을 돌파했으나, 정보독점 금지 등 P2P공제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운용 중단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기존 보험의 틀을 깨고 새로운 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보험업계에 시사점을 준다. 상호보의 상품 구조, 특징, 위험 요인 등을 자세히 분석했다.

알리바바의 상호보험형 의료공제 ‘상호보’

상호보는 알리바바그룹의 금융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호보험형 의료공제 상품이다. 상호보험(相互保險, mutual insurance)은 보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서로 모여 단체를 형성하고 기금을 적립해 가입자 중 보험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알리바바그룹의 신용평가기관 지마신용(芝麻信用, Zhima Credit)에서 600점 이상이어야 하며 30세~59세, 현재 건강상태 기준이 충족돼야 상호보에 가입할 수 있다. 지마신용점수는 알리바바 플랫폼 등에서 신용기록, 계약이행 능력, 개인적 특성, 온라인 활동, SNS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350점~950점 사이의 신용점수를 제공한다.

상호보는 암, 심근경색을 비롯한 100여가지의 중대한 질병·상해를 보장하며 보험료는 가입자 사고에 따라 후불제로 정산된다. 보험금은 가입자 나이가 30세~39세일 경우 30만 위안(약 5464만원), 40세~59세일 경우 10만 위안(약 1821만원)을 지급한다.

환자가 온라인에 올린 신청서류는 개인정보를 보호한 형태로 모든 사용자가 열람할 수 있으며 제3자 기관의 심사를 통해 보장금이 지급된다.

가입자가 질병에 걸린 것에 대해 진단이 확정되면 지급심사가 이뤄지며 심사를 통과한 사안은 매달 7일, 21일에 가입자에게 공개된다. 공개된 사안에 이의제기가 없으면 보험금액의 합과 관리비(전체 보험금의 10%)를 합한 금액을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전체 가입자 전원이 동일하게 나눠 부담하게 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가입자의 건강정보, 심의 프로세스, 분담금 공제 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신용점수로 상호 감시, 무임승차 불가

보험계약자들이 상호 보장을 하는 형태로 동일한 위험 보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하고 가입자들의 보험사고 실적에 따라 보험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보험료 일부를 환급받는 방식의 ‘P2P보험’은 이미 존재해왔다. 상호보는 각각의 신용점수를 통해 상호 감시·지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지마신용에서 일정 점수 이상의 사람들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무임승차가 불가능하다. 보장금 청구가 전체 가입자 부담비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건 조사, 분쟁 해결 등 투명성과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 점수에 근거해 비슷한 성향의 가입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리스크 발생 비용을 최소화해 운용할 수 있다. 평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원래 리스크가 적고 게다가 상호감시 속에서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독려하기 때문에 검사를 통한 조기발견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보험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18년 공개된 상호보는 2년 만에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중국인 13명 중에 1명이 상호보에 가입한 셈이다.

간편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 앱에 상호보를 탑재해 가입자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가입자 중 농촌 가입자가 많았는데 소도시는 보험사가 적고 보험서비스도 대도시에 비해 열악하지만 공간적인 제약이 없는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여유자금이 부족한 젊은 사람들은 후불제 상호보험이라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상호보의 운영 프로세스. 자료= KB지식비타민.

책임준비금無, 분담금 등 리스크多…중국 보험사 반발

그러나 상호보는 중국 보험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고객에 대한 보험금 지급 준비금을 적립하는데 상호보는 책임준비금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상품을 출시해 기존 보험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와 함께 상호보는 우선 보장금액의 한계, 가입제한 나이 도달시 회원자격 자동 박탈, 개인 분담금 부담 시 탈퇴회원의 증가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중국은 공적 의료보험 제도가 개선되고 있으나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치료는 개인부담금 50만~60만 위안이 필요해 최대 보험금인 30만 위안은 부족한 편이다. 또한 상호보는 60세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회원자격이 박탈돼 보험보장이 가장 필요할 때 상호보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또한 발병률이 높아져 개인분담금이 늘어나면 회원 탈퇴가 일어나게 되고 남은 회원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6월 상반기 보장금을 받은 인원은 100명, 회원 분담금은 1명당 0.33위안(약 60원)이던 것이 5개월 뒤인 2019년 11월 상반기에는 각각 1735명, 3.03위안(약 554원)으로 분담금이 10배 가량 급증한 바 있다.

중국 금융감독당국은 상호보가 보험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개선 명령을 내렸으며 상호보는 결국 보험의 보(保)를 보배 보(宝)로 개정했다. 개정과 동시에 관리주체가 마이금융서비스로 변경되며 온라인상호부조계획으로 성격이 변했다.

기존에는 개인별 분담금 상한선이 없었지만 최대 188위안(약 3만4000원)으로 상한선이 생겼으며 추가 부담분에 대해서는 마이금융서비스가 부담한다.

상호보, 결국 3년만에 운용 정지

지난 2018년 운용 이후 1억명이 넘는 회원이 참여해 17만9127명에게 보증금을 지급했던 상호보가 2022년 1월 28일부로 회원의 권리·이익을 장기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운용 정지됐다.

운용 종료된 배경으로 상호보는 그동안 알리페이를 통해 출시한 P2P 유형의 상품으로 감독규제 대상이 되는 보험상품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4월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에게 정보독점 금지, 허가받은 기관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 준수 등의 업무개선명령을 지시했다. 인터넷 금융사업에 대해서도 기존 금융기관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상호보는 규제 강화 속에서 기존 방식 그대로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호보가 주는 시사점

상호보의 P2P보험 실험은 비록 실패했으나, 보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들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 주목할 부분은 디지털화, 소비자의 주체성, 슈퍼앱의 침투 등이다.

우선 상호보는 보험 시장의 규칙을 깼다. 전통적인 보험상품은 보험사가 설계·판매·운용하고 있지만 상호보는 소비자 상호 감시에 의한 더치페이 시스템이 본질이다. 앤트그룹은 자체 수익을 운용수수료의 8%만 가져갔다.

상호보 모델이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성 향상과 비용 감소 등이 특징인데 이로 인해 분산형 네트워크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상호 감시의 구조가 더 진화하는 동시에 상품 설계에 있어서 수익 구조가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관여·주체성이 확대됐다.

상호보가 급성장한 요인 중 하나는 간편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덕분이다. 알리페이 등 ‘슈퍼앱’(여러 서비스를 모아서 제공하는 앱)이 디지털 이노베이션의 인프라 역할을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향후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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