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코레일의 ‘Let’s 일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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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코레일의 ‘Let’s 일감 몰아주기’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8.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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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회사 KIB보험중개, 코레일 모든 계열사 보험계약 독점
배타적 영역 구축하고 이익 창출…공기업 운영 취지 어긋나
금감원, “보험업법상 자기계약은 자회사만… 50% 안 넘어”
업계, “기업 보험중개 자회사 설립, 내부거래 유발 가능성”
한국철도공사는 자사 및 관계 계열사의 보험 가입 업무를 모두 손자회사 KIB보험중개에 몰아주고 있다. 사진=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공사가 본사 및 계열사의 보험 가입 업무를 모두 손자회사 KIB보험중개에 몰아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한국철도공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빈축을 사고 있다. 손자회사인 KIB보험중개에 연간 100억원 넘는 보험계약을 몰아주며 이득을 취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 같은 행태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은 오히려 모호한 법령을 근거로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간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공기업의 수상한 보험 거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KIB보험중개

코레일은 주차장, 광역철도 역무, 승차권 발매, 고객센터, 교통카드 등 공공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로 코레일네트웍스(지분율 98.98%)를 가지고 있다. KIB보험중개(KIB)는 그런 코레일네트웍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보험중개사로 코레일의 손자회사다.

KIB는 코레일 전 계열사의 보험계약 중개업무를 수행한다. 역사의 재산종합보험부터 계열사별 단체상해보험, 이용객을 위한 배상책임보험까지 모두 독점이다. 지난해 기준 391건의 신계약을 체결하면서 127억4644만8000원의 모집실적을 달성했다. 

이 부분은 보험업법 제101조에서 규정한 ‘자기계약의 금지’와 부딪힌다. 보험중개사는 자기 또는 자기를 고용하고 있는 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계약을 주된 목적으로 할 수 없다. 주된 목적은 전체 모집실적 중 50% 초과 여부로 따진다. 그런데 KIB 실적 대부분은 코레일과 코레일 계열사에서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 및 출자회사 현황.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 및 출자회사 현황.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보험사 선정 의혹 개선책이 자기계약?

KIB는 2005년 9월 9일 금융위원회에 보험중개사로 등록됐다. 그리고 같은 달 21일 코레일은 ‘보험계약방식 개선 예산 절감’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시 코레일은 “그동안 연간 90억원에 달하는 보험을 관련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보험사와 수의계약을 맺어 왔다”며 “향후 모든 보험을 통합해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보험사를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성을 가진 보험중개사에 보험요율과 보험조건 협상 권한을 위임해 보험료 절감을 도모하고, 보험사 선정에 따른 오해의 소지를 근원적으로 없애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해당 업무를 위임할 보험중개사가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의 100% 지배를 받는 손자회사라는 언급은 없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KIB 설립에 5000만원을 현금 출자했다. 이후 KIB는 코레일 보험계약을 전담하며 성장했다. 최근 5년간 KIB의 순자산가액은 2018년 13억2100만원에서 2019년 16억2900만원, 2020년 18억4200만원, 2021년 19억4600만원, 2022년 19억9100만원으로 순증했다.

2005년 9월 21일 한국철도공사가 배포한 보도자료. 자료=한국철도공사
2005년 9월 21일 한국철도공사가 배포한 보도자료. 자료=한국철도공사

민간수행 곤란하다는 코레일

2008년 12월 12일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취지였다. 민영화와 통폐합, 기능조정, 보수체계 개선, 노사관계 합리화 등을 주요 골자로 6차례에 걸친 선진화 정책이 추진됐다. 

이 중 2009년 1월 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제5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는 공공기관의 출자회사 설립에 관한 지침이 담겼다. 여기엔 신규 출자 때 필요한 절차를 비롯해 관련 규정이 마련되기 전 설립된 출자회사의 존치가 가능한 사유도 포함됐다. 

2009년 제5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담긴 KIB보험중개의 존치 사유. 자료=기획재정부
2009년 제5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담긴 KIB보험중개의 존치 사유. 자료=기획재정부

▲업무와 직접 관련해 해외에서의 사업수행을 위한 경우 ▲법령 및 정부 정책상 혁신형‧기술형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민간수행이 곤란한 분야에서 모기업의 효율화를 위해 분사한 경우 ▲기관 고유업무를 민자 유치로 수행하는 게 바람직한 경우가 공공기관이 기존에 만든 출자회사를 존치할 수 있는 사유다.

자기계약을 독점하는 KIB는 위에서 언급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레일은 KIB의 설립을 ‘민간수행이 곤란한 분야에서 모기업의 효율화를 위해 분사한 경우’라고 밝혔고, KIB는 존치될 수 있었다. 

그런데 KIB가 설립된 2005년과 제5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이 발표된 2009년 당시에도 많은 보험중개사가 성업 중이었음을 고려하면, 민간수행이 곤란한 분야란 코레일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코레일의 자회사이자, KIB의 모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는 경영공시에서 KIB에 대한 출자 목적을 ‘부가수익’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코레일 네트웍스의 KIB보험중개에 대한 지분 현황 및 투‧출자 목적.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코레일 네트웍스의 KIB보험중개에 대한 지분 현황 및 투‧출자 목적.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황금알 낳는 거위, KIB

보험중개사가 확실한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큰 이점이다. 수익원이 고정적이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KIB의 실적은 높다고 볼 순 없지만, 안정적이다. KIB는 거수보험료 기준 2021년 127억455만3000원, 2022년 127억4644만8000원의 모집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 수입(영업보증금) 또한 13억5198만7000원, 12억5507만4000원으로 편차가 적었다.

코레일의 계약을 독점하면서 새로운 영업처를 확대할 필요도 없다. 2023년 6월 국민연금 기준 KIB의 직원 수는 4명으로 나타난다. 모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임원 등이 빠진 것을 포함해도 10명이 넘지 않는다. 수입의 큰 비중이 영업이익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13억6872만9000원의 매출을 올렸던 2015년 당시 KIB의 영업이익은 5억4949만원, 이익률은 40.15%에 달했다. 이는 100% 지분을 가진 코레일네트웍스, 다시 코레일네트웍스 지분 98.98%를 보유한 코레일에 순차적으로 배당되는 구조다.

코레일은 그동안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대다수가 민간사업자와 경합하는 분야였고 치열한 경쟁 탓에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일례로 코레일유통의 경우 온라인쇼핑몰사업을 개시했다가 누적되는 적자로 폐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KIB의 사업 영역은 배타적이다. 코레일과 코레일의 자회사, 기타 관계사가 의무 혹은 필요에 따라 가입해야 하는 보험계약을 몰아주는 형태다. 타 민간 보험중개사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데다 매년 갱신하는 일반보험의 특성상 지속적인 수익도 보장된다.

금감원, “코레일 보험계약은 자기계약서 제외”

일각에서는 ‘자기 또는 자기를 고용하고 있는 자’란 문구로 인해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는 예외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KIB는 코레일네트웍스의 자회사로, 모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의 보험계약이 KIB 전체 실적 50%를 초과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종속성을 판단하는 데는 실질적인 지배구조가 핵심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자기계약을 금지한 보험업법의 의미도 사라진다. 기업은 물적 분할 등을 통해 손자회사만 만들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

2013년 삼성에버랜드가 내부 거래 이슈를 피하고자 손자회사 삼성웰스토리를 만들었던 게 대표적이다. 이는 편법을 통해 규제를 회피한 사례로 지목됐고, 2020년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외 해당 기업이 지배하는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토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코레일네트웍스 직원은 현재 KIB에 등기임원으로도 등재돼 있다. 코레일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회사의 직원이 손자회사에도 소속돼 있는 것이다. KIB가 코레일의 자기대리점임을 부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논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일각의 주장처럼 ‘자기 또는 자기를 고용한 자’에 근거해서다. KIB의 경우 지분 관계는 있지만, 코레일에 고용된 자가 아니기에 코레일로부터 나온 실적이 50%를 넘어도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자기계약 금지 규정 근간 흔들려” 

보험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간 감독행정과도 괴리가 큰 데다 법 제도의 근본 취지, 향후 보험중개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거다.

지난 2015년 금감원과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가 함께 펴낸 ‘보험대리점이 꼭 알아야 할 모집질서 준수사항 가이드북’에는 보험업법 제101조 위반 사례가 담겼다. 여기에는 한 보험대리점이 대표이사와 그의 친인척 명의로 체결한 자기계약이 전체의 50%를 초과(58.7%)했다며 최고 제재인 등록취소 처분을 내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보험업법 제101조 위반으로 보험대리점 등록이 취소된 사례. 자료=금융감독원
보험업법 제101조 위반으로 보험대리점 등록이 취소된 사례. 자료=금융감독원

대표이사의 친인척은 보험업법에서 명시한 ‘자기 또는 자기를 고용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감원의 말대로라면 친인척 명의의 계약을 해당 대리점의 자기계약으로 산정할 이유도, 등록을 취소할 이유도 없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해석은 위험 소지가 크다”며 “그렇다면 코레일 같은 공기업이나 공시대상집단에서 빠져 있는 기업들은 모두 보험중개사를 세워서 모회사와 계열사 계약을 몰아줄 수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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