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안정과 학교안전공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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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안정과 학교안전공제제도
  • 한창희 국민대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3.07.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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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한창희 교수]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교육 제도는 미래가 요구하는 다양한 역량들을 가르친다.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협력 및 소통, 공동체 역량 등을 교육시킨다.

이 같은 교육 목표를 달성하려면 학교 안전이 필수적이다. 교육당국은 2014년 세월호참사, 2016년 경주지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학교안전교육 7대표준안을 마련하고, 지진이 많은 일본의 재난체험관에 못지 않은 안전종합체험관을 모든 시도에 만드는 등 학교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안전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2023년 현재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 학생수는 528만 1000명이다. 교육활동 중 학생의 신체나 생명에 피해를 입힌 학교안전사고 발생건수는 2022년 기준 14만9339건에 달한다. 시간별 사고발생통계를 보면 체육시간 38.1%, 점심시간 18.4%, 수업시간·휴식청소시간 12.6%, 학교행사 5.6%. 등하교 5.0%, 특별활동 3.7% 순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교육활동 중 사고로 피해를 입은 학생은 일정기간 수업이 제한되고, 때로는 치명적인 신체적 피해를 수반하게 된다. 학교안전사고로부터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적절한 피해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들도 사고에 따른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학교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학교안전사고로 인해 생명·신체에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보상을 위한 공제보험상품을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학교안전사고보상공제는 학교안전법에 의하여 공제계약관계가 설정되고, 피공제자(피보험자)는 학생이며, 공제료는 실질적으로 국가기관인 교육청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공보험의 성격을 갖는다. 이처럼 학교 안전에서 중요한 학교안전공제의 몇가지 변동사항을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학교안전사고 중 가장 중점적인 관리가 필요한 사망사고와 장해사고, 중증의 부상사고의 문제이다. 2022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주 등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학교안전사고 중 사망사고와 중대한 상해사고는 교단의 안정을 크게 저해하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활동 중 학생의 사망건수는 학교안전문화 향상에 따라 크게 감소했다. 2015년~2019년까지 학생사망시 유족에게 보상하는 유족급여건수는 1년 평균 8.6건, 원인불명의 돌연사의 경우 보상하는 위로금 급여건수는 1년 평균 4.8건, 합계 13.4건이었다. 그러나 2020년~2022년의 유족급여건수는 1년 평균 3.7건, 위로금 급여건수는 1년 평균 1건, 합계 4.7건으로 약 2.5배 감소했다.

다만 장해급여건수는 2015년~2019년에는 1년 평균 7만8663건이던 것이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2021년에는 1년 평균 4만5896건으로 감소했다가 2022년 8만3342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선진적인 학교안전문화 정착에 더욱 노력해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2022년 4월부터 시행되는 학교안전법상 기왕증과 과실상계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공제급여액을 결정할 때 피공제자에게 이미 존재하던 질병, 부상 또는 신체장애 등이 학교안전사고로 인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이미 존재하던 질병, 부상 또는 신체장애 등의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 공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요양급여·장의비를 제외하고 장해급여, 간병급여 및 유족급여를 산정할 때에는 피공제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각 급여의 산정액의 100분의 50을 한도로 이를 상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2016년 대법원 판결은 “학교안전법에 의한 공제제도는 상호부조 및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학교안전사고로 피공제자가 입은 피해를 직접 전보하기 위하여 특별법으로 창설한 것으로서 일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제도와는 취지나 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학교안전법에 의한 공제급여의 지급책임에는 과실책임의 원칙이나 과실상계의 이론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대법원은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에서 기왕증이 손해의 확대 등에 기여한 경우에 공평의 견지에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제한하는 법리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학교안전법에 따른 공제급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조치는 학교안전법에 근거하지 않고 기왕증과 과실상계에 관한 지급제한 사유를 규정한 시행령을 무효로 한 것을 모법인 학교안전법에 근거로 마련한 것이다.

같은 사회보장보험인 산재보험이 피보험자의 과실상계를 적용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고, 이에 따라 피공제자가 등하교중 교통사고를 입은 경우 과실상계가 50%까지 적용되므로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높은 교통사고의 경우 자동차보험이 아닌 학교안전공제보상을 청구하는 적정하지 않은 실무도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장해급여의 경우 국가배상법에서 정한 신체장해듭급과 노동력 상실률이 적용된다. 예컨대 습관절의 동요가 5mm~10mm로 작은 경우에도 법원은 ‘한 다리의 3대 관절 중 1개 관절의 기능에 현저한 장해가 남은 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장해등급 10급, 노동능력상실률 30%를 적용하여 약 1.329억원 급여를 인정하는 반면, 공제보상실무에서 14급, 노동능력상실률 5%를 적용하여 약 2215만원을 인정하는 등 적용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2020년 7월부터 시행되는 학교안전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신체의 각 부위별 장해의 등급판정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규정하고, 2021년 교육부고시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15mm 이상의 동요가 남는 경우 장해등급 10급, 노동능력상실률 30%, 10mm 이상의 동요가 남는 경우 장해등급 1급, 노동능력상실률 15%, 5~10mm 이상의 동요가 남는 경우 장해등급 14급, 노동능력상실률 5%로 조정됐다. 학교안전공제급여의 적정화를 위한 커다란 진전이라고 생각된다.

넷째, 학교안전공제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하 일배책) 간의 구상관계에 관한 사항이다. 근래 자녀의 교육활동 중 손해배상책임 등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배책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체육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학생(갑)이 던진 투포환에 다른 학생(을)이 부상당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학교안전공제회를 상대로 구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2019년 대법원판결은 갑이 을에게 먼저 손해배상을 하였다면 학교안전공제회에 구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민영보험자가 보상을 한 경우에는 민영보험자의 보험자대위는 허용하지 않으며, 반대로 학교안전공제회가 피해자에게 급여를 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을 대위하여 민영의 책임보험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근거로는 학교안전공제는 강제가입인 점, 국가기관인 교육청이 실질적으로 공제료를 부담하는 점, 무과실책임인 점 등의 특징을 들었다.

나아가 학교안전공제는 산재보험과 비슷하게 상해·질병보험적 성격과 책임보험적 성격을 모두 갖는다. 상해·질병보험적 요소는 학교안전사고의 가입자인 학교장이나 피공제자의 고의·과실과 무관한 점, 공제사고는 학교안전사고 자체이고 수급권자는 피해자인 피공제자인 점, 가해자인 피공제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보다는 피해자인 피공제자가 입은 손해를 담보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반면 책임보험적 요소로는 공제회가 공제급여를 지급하면 국가나 지자체, 공제가입자인 학교장, 가해자인 피공제자는 공제급여의 범위안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는 점, 피해자인 피공제자에 대한 공제금 계산시 피해자의 과실을 상계하여 적용한다는 점, 공제회가 수급권자에게 공제급여를 지급한 후에 경과실 가해자인 피공제자에게 구상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경과실 가해자인 피공제자는 공제회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점 등을 든다.

이에 따라 사회보험에 해당하는 학교안전공제와 민영보험의 책임보험 관계에서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제도인 국민건강보험·산재보험과 민영보험자의 책임보험사례와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 즉 사회보험자인 학교안전공제회가 가해자인 민영보험의 책임보험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 반대로 민영책임보험자는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더라도 학교안전공제회에 구상할 수 없다. 학교안전공제회가 가해자인 제3자에게 구상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책임보험자에게는 구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보험자와 가해자의 책임보험자 사이에서는 민영보험자가 피해자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근래 학생의 교육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1학기 동안 교과목의 성적 평가시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자유학기제가 운영되고 있고, 중고교에서는 진로교육. 동아리활동 등 창의적 체험활동이 운영 중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학생의 자율은 확대되지만 학교장이나 교사의 관리감독의 영역도 넓어지며, 학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학교안전교육의 강화도 요구된다. 2022년 1년간 학교안전사고발생건수는 학생 1인당 2.83%로 학교안전사고로 입은 피해를 신속·적정하게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안전공제는 교단안정을 위하여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선진적인 학교안전공제제도의 활성화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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