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높고, 가입률 낮고…갈길 먼 정책성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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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 높고, 가입률 낮고…갈길 먼 정책성보험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8.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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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해보험, 가입률 여전히 저조한데 예산 문제까지 ‘걸림돌’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자는 할증 불만…사업자는 손해율 걱정
환경책임보험, 특성 배제한 일방 행정에 사업자 이탈 가능성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정책성보험은 사회적 필요에 따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보험사에만 맡겨둘 수 없는 거대재해를 보장하고자 국가가 개입, 보험을 통해 구축한 안전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적 목적으로 도입된 여러 정책성보험은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낮은 수익성으로 민간 보험사들이 참여를 꺼리거나, 또 이를 해소하기 위해 투입되는 재정은 국가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합리적 절충점을 찾지 못한 정책성보험은 가입자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외면받기도 한다.
 
여러 정책성보험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세 가지 상품(풍수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환경책임보험)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풍수해보험

풍수해보험은 말 그대로 풍수해(태풍,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랑, 대설, 지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성보험이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며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7개 보험사와 중소기업중앙회(풍수해공제)가 운영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의 특징은 보험료 상당 부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다는 점이다. 주택과 온실, 상가 및 공장(소상공인 한정)이 가입 대상이며, 최소 70%에서 많게는 92%까지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3월 기준 주택은 27.8%, 온실의 가입률은 18.1%에 불과하다. 

아무리 자기부담비율이 적더라도 1년 단위 소멸성으로 사고가 없으면 비용 지출일 뿐이라는 점, 적립금을 통해 만기환급금을 구성할 수 있고 보장 범위도 넓은 민간 보험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핵심적인 이유다.

소상공인의 경우 43.1%로 비교적 높은 가입률을 기록했으나, 이 또한 기업들의 사회공헌 바람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상공인의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2021년 4.7%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2년에는 31.9%로 급증했다. 여기에는 현대해상과 손잡고 소상공인의 풍수해보험 가입을 지원해준 배달의민족이 있었다.

최초 부산에서 시작한 시범사업에서 가입 직후 실제 보상 사례가 속출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마케팅 효과를 체감한 배달의민족은 전국으로 확대했고 다른 기업들도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 지원에 주목했다. 

소상공인 가입률을 끌어올려야 했던 행안부로서는 반가운 일이었으나 부작용도 있었다. 풍수해보험 보험료의 56.5%(일반 대상 기준)는 국고 부담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선 많지 않은 비용으로 상생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었으나, 이러한 수요가 몰리자 예산 문제가 발생했다. 올해 2월까지 풍수해보험 전체 예산의 50%가량을 소진한 행안부는 기업 단체가입 지원을 한동안 제한하다가 최근 재개했다. 

집중 호우를 겪은 농가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진=NH농협손해보험
집중 호우를 겪은 농가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진=NH농협손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에선 가입자들의 불만과 사업자의 고충이 동시에 나온다. 가입자들은 좁은 보장 범위와 상대적으로 부담되는 보험료를, 사업자는 높은 손해율을 호소한다. 이상기후의 여파로 보장해야 할 리스크의 예측이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도 있다. 

양 측이 제기하는 문제는 결국 실효성에 관한 물음표로 이어진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부는 올해 1월 ‘제1차 농업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보험 대상품목 및 적용지역 확대 ▲병충해 등 보상 대상 확대 ▲재해복구비와 보험금 차액 지원 허용 ▲농작물분과위원회 구성 등 상품개선체계 구축 ▲수확량과 기준가격 등 보험가입금액 농가 부합성 제고 ▲보험요율 산정 및 적용기준 합리화 ▲손해평가 품질 제고 및 재조사 의무화 ▲보험상품 기초설계 과정 개편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에도 분쟁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확량과 기준가격의 산정법을 개선해 적정한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게 농림부 입장이지만, 사업자는 5년 내 누적손해율에 따라 부과되는 최대 할증률이 50%에 불과하다고 토로한다. 

반면 가입자는 5년 내 수확량을 평년 수확량으로 따지는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항변한다. 이는 농작물재해보험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문제다. 예측도, 대비도 어려운 자연재해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손해율이 낮았더라도 올해와 내년은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5년 중 단 한 번의 사고로도 평년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어, 이를 기준으로 두면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보장도 줄어드는 구조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5년간 매년 높은 손해율을 기록해도 할증은 50%가 한계다. 가입자와 사업자 모두가 고충을 호소하는 상황은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영하는 농림부에도 부담이다. 

농림부는 국가재보험을 초과손해율방식에서 손익분담방식으로 전환하고 분담비율도 손해율 구간별로 조정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해외 재보험사들이 관건이다. 

일단 손익분담방식에선 국내 농작물재해보험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든다. 미국처럼 농업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기대 수익이 줄어든 해외 재보험사들이 외면할 경우 농작물재해보험의 상황은 또다시 보장 확대의 어려움으로 귀결될 수 있다.

한국타이어 화재 후 인근 하천에서 방재작업을 벌이는 대전시 공무원들. 사진=대전 대덕구청
한국타이어 화재 후 인근 하천에서 방재작업을 벌이는 대전시 공무원들. 사진=대전 대덕구청

환경책임보험

앞선 두 보험과 달리 환경책임보험은 특정 사업자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이 때문에 가입률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환경책임보험의 가입률은 98%를 상회한다.

환경책임보험에 대한 불만은 이 사업을 수행하는 보험사들로부터 나온다. 큰 사고가 없어 낮았던 손해율은 민간 보험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난으로 돌아왔다. 보험사들의 영업이익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손익분담 국가재보험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은 크게 줄었지만, 사고 때 보장해야 할 부담은 여전히 크다.

환경책임보험 사업자는 원수보험료 중 30%를 국가재보험료로 납입한다. 이후 손해율에 따라 이익을 다시 분담한다. 연평균 7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100억원대로 줄었다. 이를 3기 사업에 참여한 5개 회사가 나누는 구조다.

일차적인 우려는 보험사들이 체력을 비축할 여지마저 차단됐다는 점이다. 환경책임보험은 일반적인 보험과 달리 점진적 피해를 담보하며, 사업 기간과 관계없이 보험금 청구 시점에 소급해 보장하는 형태다. 하나의 사고로도 그 피해 규모는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손익분담 국가재보험 시행 전 보험사들은 환경책임보험에서 거수한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재보험으로 출재했다. 만일의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서다. 그러나 새로운 국가재보험 체계에선 재보험으로 넘길 만한 규모가 되지 않는다. 

하나의 계약당 보장 한도가 300억원인 환경책임보험에선 한두 건의 대형 사고만 발생해도 부담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보험사들의 전면 철수 가능성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이익이 적고 부담만 큰 사업을 구태여 유지할 이유가 없다. 보험사들이 외면한다면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사회적 안전망도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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