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해도 괜찮아, ‘기후미식’에 눈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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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해도 괜찮아, ‘기후미식’에 눈을 돌려보자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3.07.03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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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최근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2023 서울국제도서전(SIBF)’에 다녀왔다. 닷새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KPA) 주최로 열렸던 이번 도서전에는 무려 13만명의 사람들이 찾았고, 36개국에서 500개 넘는 출판사가 참여했다. 작년 행사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코엑스 행사장을 가득 채웠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의 부스. 그 부스를 오가는 사람들과 책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 활자가 외면받는 시대에 ‘도서전’이라니,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벤트가 아닐 수 없었다.

‘ESG 오디세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기고하면서 갑자기 도서전 이야기를 왜 꺼내는 건지 의아해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설마 독서의 효용을 얘기하면서, 책을 통해 ESG 정신을 설파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이라는 이번 도서전의 테마에 대해 정색하고 얘기하려는 것일까.

그렇게 무리수를 둘 생각은 없다. 이번 도서전의 주요한 기획 코너 중 하나가 ‘기후미식 (Climate Gourmet)’이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자연스레 기후미식과 관련한 다양한 도서들을 접할 수 있었다. 책뿐 아니다. 친환경 식음료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비건 버터, 대체 수산물, 대체육, 식물성 참치 등이다. 식물성 참치의 이름이 기발하다. 언튜나(UNTUNA)다.

기후미식은 어떤 개념일까? <기후미식-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의 저자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이의철 박사는 기후미식을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으로 규정한다. 간단하게는 ‘책임의식을 지닌 음식 소비’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매일 마주하는 먹거리에까지 기후변화 담론을 가져오는 것은 지나치지 않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기후위기’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키워드는 ‘날씨’다. 음식이랑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육식이 기여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마존 밀림이 파괴되는 이유의 절대적 비중은 축산업에 기인한다. 먹는 문제가 곧 기후 문제로 치환되는 것이다. 지구가 우리에게 너무 작아지고 있다며, 인간이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갈파했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말이 귓가에 스친다.

사실 우리에게 ‘고기’는 ‘건강’의 유의어였던 적이 있다. 보릿고개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의철 박사의 말마따나 성장을 촉진하는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무조건적인 상찬은 ‘인간을 공장식 축산의 가축과 비슷하게 바라보는 것’일 지도 모르니 경계해야 한다.

이런저런 통계를 갖다 대도 아직까지 먹거리를 기후위기로, ESG로 연결 짓는 시도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듯하다.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의 어법을 빌리자면, 우리는 무수히 많은 ‘고정된 무관심 편향’과 치열하게 맞서야 한다.

친환경 먹거리를 주제로 얘기할 때 종종 거부감을 갖게 되는 배경에는 완전한 채식에 대한 생경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근데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기후변화를 주제로 토론할 때도 마찬가지다. 완벽주의에 빠지면, 첫 스텝도 못 밟게 된다. 채식에도 ‘회색 채식’이 있다. “세상에는 한 명의 완전 채식주의자보다 열 명의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더 필요하다.” <불완전 채식주의자>의 저자 정진아의 메시지다. 불완전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0과 1의 차이는 크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데, 고작 목소리 내길 주저하겠는가.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못 낼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저자 타일러 라쉬(Tyler Rasch)의 말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아니,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뭐부터 하란 말인가. ‘과학이 기다려왔던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은 과학자인 호프 자런(Hope Jahren)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 다음의 방향을 제시한다.

1. 나의 가치관을 살펴본다.
2. 정보를 모은다.
3. 가치 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4.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5. 내가 속한 기관을 나의 가치 체계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사고의 전환, 그리고 식단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다. 100% 기후미식이 아니어도 좋다. 불완전한 기후미식에도 눈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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