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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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의 쓸모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3.06.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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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얼마 전 아내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 상조회사에서 나온 장례지도사가 많은 역할을 해주었다. 장례식장과 화장장 예약, 장례용품 준비, 차량 대절 등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장례지도사는 조문객이 뜸한 틈을 타 수시로 상조상품을 권유했다. 회사에서 영업 압박이 심했는지 모르지만, 가족을 보내고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상대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지는 목돈 마련을 위해 적금보다 상조가 낫다는 이야기였다. 이자율이 훨씬 높고 노트북, 에어팟 등 전자제품도 주기 때문에 일단 돈 벌고 시작하는 상품이라고 했다. 장례비용도 나날이 올라가고 있으므로 보험 삼아 들어두면 갑자기 상을 당했을 때 부담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을 대비할 수 있다는 마지막 이야기 외에는 크게 공감되지 않았다. 적금보다 이자율이 높은 건 알겠다. 관건은 상조회사가 오랜 기간 폐업하지 않고 살아남느냐였다. 중도해지 시 원금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만기까지 무조건 유지해야 손해를 안 보는 구조였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상조를 만기까지 납입한 뒤 사정이 있어 해약하려 해도 이미 폐업해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환급이 지연된다는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꾸준히 발령한다. 상조 가입선물로 전자제품을 공짜로 주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다달이 납입하는 불입액에 전자제품 할부금액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례도 많다.

물론 2019년부터 상조업체 자본금 요건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증액되었기에 현재 운영되는 업체들은 우량할 것이다. 상조업체가 폐업하더라도 공제조합 등 선수금 보전기관으로부터 일부 금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 같은 일반인은 살면서 상조를 자주 이용할 일이 없다 보니 주변에서 정보를 얻기 어렵고, 합리적으로 서비스를 비교하기 힘들다. 그러니 한순간의 권유로 가입하기보다는 상조상품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따져보고 필요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상조회사별 재무현황도 충분히 확인하고 말이다.

분명한 건 상조회사 덕에 장인어른께서 어머니를 편히 보내드리는 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부모님께서 더 늙고 약해지시면 나도 상조 가입을 고려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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