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플랫폼, 위기의 삼성 다이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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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플랫폼, 위기의 삼성 다이렉트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6.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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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만 가입자 삼성화재, 네이버에 자보 참여 고심
간과할 수 없는 영향력에 입지 흔들릴까 ‘고육지책’
삼성화재 본사 전경. 사진=삼성화재
삼성화재 본사 전경. 사진=삼성화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삼성화재가 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참여하는 걸 검토 중이다. 많은 손해보험사가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홀로 빠지기에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보니, 불가피한 수순이었을 거란 관측이다.

손해보험업계는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왔다. 막강한 인프라를 갖춘 빅테크기업으로의 종속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우월한 위치에서 시장을 잠식한 뒤 제반 비용을 인상하는 등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을 포함하는 데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무보험으로 일부 특약이나 서비스를 제외하면 모든 손해보험사의 보장이 대동소이한 데다 1년 단위 갱신이라는 특성 탓이다. 편리한 접근성을 갖춘 포털사이트에서 손쉽게 비교 가입하게 되면, 각 회사가 오랜 기간 공들여 온 다이렉트 채널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위기감을 느낀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10월 보험설계사들의 플랫폼 반대 시위 때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비용을 일부 지원했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금융당국이 이를 추진하려는 배경이기도 했다. 진통 끝에 자동차보험은 서비스 대상으로 포함됐다.

삼성화재에는 더욱 뼈아픈 결과다. 지난해 기준 28.5%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분야 부동의 업계 1위다. 직전 연도 29.4%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20%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2~3위권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다이렉트 채널로 한정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지난해 삼성화재 다이렉트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326만명, 모든 손해보험사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자 대비 점유율로 환산하면 약 40%에 육박한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자 추이. 자료=삼성화재
삼성화재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자 추이. 자료=삼성화재

삼성화재는 2009년 다이렉트 보험시장엔 후발주자로 진출했다. 이후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보험료로 보상서비스는 똑같이 누릴 수 있다는 마케팅이 적중하며 2014년부터 9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2014년 122만명이었던 가입자 수는 2022년까지 267%나 증가했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가파른 성장은 90%가 넘는 높은 재가입률에서 기인했다. 삼성이란 이름의 브랜드 파워가 컸다. 갱신 안내 문자를 통해 본인 확인만 거치면 곧바로 보험료 확인과 재가입이 가능한 원스톱 갱신서비스 도입 등 편의성을 높히기 위한 노력도 주효했다.

하지만 포털에서 모든 회사의 자동차보험 비교가 가능해지면 삼성화재가 가진 강점은 희석된다. 기존 보험다모아에서처럼 대략의 보험료 수준만 보여준 뒤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세부적인 안내가 이뤄지던 구조완 다르다. 보장 한도와 특약 등 동등한 조건의 비교에선 저렴한 보험료가 최대의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각 손해보험사는 개별 손해율과 영업 전략 등에 따라 자체적인 인수지침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국산차량의 보험료는 A사가 더 싸더라도 다른 수입차량의 보험료는 B사가 저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준은 계속해서 달라진다. 326만명의 달하는 가입자는 그만큼 이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다고 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는 건 부담이 크다. 다이렉트 채널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지만, 포털의 인지도와 접근성에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삼성화재만 빠진다면 경쟁사 입장에선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업계 1위를 향한 추격의 발판이 될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삼성화재는 어떤 선택을 하든, 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에 동참을 고민하는 건 감소 폭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손해보험업계의 평가다.

손해보험업계는 삼성화재의 다음 행보로 다양한 특약과 서비스 출시를 전망한다. 보험료를 대폭 낮추지 않는 한, 같은 조건으로 비교되는 구조에서 현재로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이유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서의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을 계기로 2위 각축전을 벌이던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을 비롯해 자동차보험의 대형사 쏠림을 해소하려는 중소형사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며 “아무래도 잃을 게 많은 삼성화재의 고민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회사가 똑같이 보험료를 1%씩 낮추더라도, 점유율이 높은 삼성화재의 부담이 훨씬 크다”며 “삼성화재로서는 보험료 경쟁으론 답이 없는 상황이라, 일정 조건에 맞으면 할인을 해주거나 돈을 더 내더라도 높은 보장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담보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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