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의 프레임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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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의 프레임을 바꿔라
  • 김환범 보험설계사 kgn@kongje.or.kr
  • 승인 2023.06.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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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김환범 보험설계사] 연일 보험사기 관련 보도가 쏟아진다. 그야말로 난리다. 조직적으로 진화한 보험사기, 치밀한 계획형 범죄부터 불경기가 길어지며 초래된 생계형 범죄, 관련 업종 종사자가 연루된 형태까지 그 양상도 다양하다.

20여 년을 보험설계사로 일해온 필자는 아무래도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사건에 눈이 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잠시 검색해보니 홀인원보험사기 기사가 포털을 장식했다. 이럴 때면 동종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나름 긍지를 갖고 일하는 직업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또 한편으론 대다수의 선량한 보험설계사들을 싸잡아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하는 듯한 느낌에 화가 나기도 한다. 과연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기의 핵심적인 문제요소일까? 

금융감독원의 ‘2022년 보험사기 적발현황’을 보면 적발금액은 1조818억원, 적발인원은 10만2679명으로 나타났다. 적발인원 중 보험설계사가 포함된 관련 전문종사자(보험설계사,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는 4428명으로 전체 대비 4.3%를 차지했다.

같은 시점, 보험설계사는 58만9509명이었다. 국내 전체 인구 중 20세 이상은 4320만3200명, 산출해보면 성인 인구에서 보험설계사의 비중은 약 1.36%다. 보험사기 적발인원의 1.5%에 이르는 10대 이하를 제하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전문종사자의 비율은 소폭 커질 테지만, 같은 전문종사자로 묶인 의료인과 자동차정비업자를 제하면 다시 줄어든다. 즉 보험설계사라, 보험설계사이기 때문에,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사기를 많이 저지른다는 가정은 사실과 다르다.

이렇게 큰 사회적 문제라면 본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험사기는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 것인지, 그럼 어떤 점을 개선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거다.

사전적 의미로 사기는 ‘나쁜 꾀로 남을 속임’, 보험은 ‘손해를 물어주거나 일이 확실하게 이뤄진다는 보증’이다. 그러므로 보험사기란 손해를 물어주기로 한 보증을 악용, 거짓으로 속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보험은 상호 계약이다. 보험사와 고객이 서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를 가정하고 보상을 약정하는 거래며, 고객은 이를 위해 보험료를 낸다.

중요한 건 상호 계약이라는 점이다. 흔히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내용을 조작해 보험금을 타내는 걸 보험사기라고 하지만, 계약을 위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건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마땅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주지 않는 그런 행위 말이다. 

수십 개에 불과한 보험사가 보험금을 미지급하거나 부당하게 삭감한 건수는 얼마나 되는가? 규모는? 과연 이보다 58만9509명의 보험설계사 중 4000명도 되지 않는 이들이 보험사기를 저지른 게 더 큰 문제일까?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데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일부 보험설계사의 사례를 침소봉대하는 거라면 번지수가 틀렸다. 우리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업계의 가장 큰 영업력이다.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 부도덕한 부류로 만드는 건 보험업계에도 마이너스다.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모럴을 유발하는 상품 구조, 계약부터 받고 보자는 인수지침, 다양한 양상의 범죄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급심사는 보험사의 책임이요, 적발해도 환수하기 어려운 현실과 솜방망이 처벌은 제도적 문제다. 개별 사건을 좇을 게 아니라 보험사기가 생겨날 수 있는 비상식적인 구조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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