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공제 전환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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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공제 전환 ‘A to Z’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3.06.2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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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타당성 검토, 이해관계자 설득, 조직구성…
판매공제 → 보유공제, 필수 체크리스트 총정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보유공제 전환이 화두다. 공제 운영경험과 데이터가 쌓인 공제기관들이 판매공제에서 보유공제로 속속 전환하는 분위기다. 근로자재해공제, 영업배상책임공제 등 주력 상품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데 비해 판매공제는 수익성이 낮아 불가피한 선택이다. 보유공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실무자들을 만나 체크리스트를 정리했다.

판매공제 vs 보유공제

판매공제는 보험사의 상품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공제조합에서 보험사 영업창구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다. 상품 개발부터 보상, 민원 등 모든 업무를 보험사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관리하기 편한 것이 장점이지만, 공제 수수료가 10%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진다.

반면 보유공제는 공제보험상품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상품 개발부터 요율 산출, 전산망 구축, 보상 및 민원처리까지 그동안 보험사에서 해주던 업무를 스스로 해야 한다. 그 대신 수익성이 크게 좋아져 공제 수수료 30% 이상을 수익으로 가져간다.

보유공제의 또 다른 장점은 주도적으로 상품을 개발·운영하는 것이다. 판매공제의 경우 조합원이 필요한 상품이라도 보험사에서 인수 거절하면 판매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모 공제기관은 ‘화재종합공제’를 취급했으나 손해율 증가로 적당한 보험사를 찾지 못해 판매를 중단했다.

보유공제로 전환하면 A상품에서 이익을 보고, 이 돈으로 B상품의 손해를 감수하는 식으로 전략적인 운영도 가능해진다.

건설공제조합은 단체상해공제 손해율이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자체 분석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지원 측면에서 상품을 출시했다. 공사대금채권공제 역시 조합원을 돕기 위해 개발했다. 공사대금이 밀린 경우 조합에서 먼저 돈을 주고 구상권을 청구한다.

▷관련기사: 건설공제조합, ‘판매→보유공제 전환’ 케이스스터디

사업타당성 검토

보유공제 전환을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사업타당성 검토다. 우리 조합이 현재 운영 중인 공제상품은 무엇이 있으며, 상품별 계약 및 사고율, 손해율이 어떤지 조사한다. 상품별 보유공제 전환시 예상수지 분석을 통해 지금보다 얼마나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보유공제 예상 수입을 산출했다면 그 다음은 지출 규모를 따져봐야 한다. 보유공제 전환시 전산망 구축 비용, 출자금, 인건비 등 변동사항은 무엇인지 체크하고 종합비용을 고려해 예산 계획을 수립한다.

사업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위맥공제보험연구소와 같은 전문 연구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다른 공제기관의 보유공제 성공사례를 조사하고 벤치마킹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해관계자 설득

사업타당성 검토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핵심 이해관계자 설득에 들어간다.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임원 및 이사장, 공제 담당직원, 조합원사 대의원 등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거친다.

특히 변화를 싫어하는 내부 임직원 설득이 관건이다. 보유공제 전환시 판매공제보다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에 따른 추가인력과 비용이 발생하므로 유의미한 숫자를 제시하지 못하면 반대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

“지금도 잘먹고 잘사는데 왜 귀찮게 일을 만드냐!”, “그러다 문제생기면 누가 책임지냐”, “편하게 10%만 먹어도 된다”, “우리는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등의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넘어서려면 근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타 공제조합의 보유공제 전환 사례와 영업이익 증가율, 인력채용으로 인한 조직규모 확장, 수익 향상에 따른 조합원사 지원 강화 등 장점을 어필한다.

주무부처 공무원 설득도 중요하다. 공제기관 담당 주무관, 과장, 국장 등을 만나 사업계획을 밝히고 양해를 구한다. 보유공제의 장점, 도입 필요성, 리스크관리 방안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사업구조를 이해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기존에 판매공제를 진행하던 보험사와의 매끄러운 관계 정리도 필요하다. 보험사 창구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경쟁상대가 되는 만큼, 사전 양해를 구하고 업무 파트너로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한다. 보험 및 재보험으로 협업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좋다.

조직구성 및 인력운용

보유공제 전환시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목은 조직구성 및 인력운용이다. 기존 보험사 업무를 직접 해야하니 추가 인력을 채용하긴 하는데, 몇 명이 적정선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0여명 안팎의 추가인력 채용이 필수로 요구된다. 일단 공제 전반을 기획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보험전문가가 필요하고, 공제상품 개발 및 통계관리 등을 위한 계리사가 필요하다.

또한 전산망 담당 직원, 공제 계약관리 담당자, 손해사정사, 민원담당자, 보상담당자 등이 각각 있어야 한다. 이밖에 보험의 기술 및 법무 영역에서 위험도를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 서베이 전문가가 있으면 좋다. 리스크 분산 과정에서 재보험사와 조율을 위한 재보험전문가도 있으면 편하다.

보유공제 필수 인력은 각 산업별, 조합 규모별로 모두 다르니 꼼꼼히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조직구조 변경 및 인력운용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

인력운용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내부 인력과 아웃소싱을 적절히 섞어서 운영해도 된다. 예컨대 계리사 한명을 직원으로 두고, 전문 계리법인과 협업해 업무를 진행하거나, 재보험전문가를 채용하는 대신 재보험중개사를 끼고 업무를 하면 무리가 없다.

보유공제 전환 타이밍

보유공제 전환 타이밍은 언제가 가장 좋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공제 데이터가 쌓여서 손해율 관리가 되고 돈을 더 벌고 싶을 때”라고 말한다.

실제로 모 공제조합은 근로자재해공제 손해율이 70%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운영 경험도 10년 이상이며 관련 데이터가 쌓여 있다. 게다가 최근 출시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상품 가입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조합 숙원사업인 보유공제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주력상품의 리스크관리는 어렵지 않지만 보유공제 전환시 드는 전산망 구축 비용과 추가 인력채용 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이다.

상품 차별화, 보험사 의존도 낮추기

흔히 놓치기 쉬운 부분이 ‘신상품 개발 및 상품차별화’다. 판매공제 당시 10%에 불과하던 공제 수수료 수익이 30% 정도로 증가하니 이것만으로도 이득이지만, 그걸 가장 수익성 좋고 덜 위험한 구조로 만드는 시나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

예컨대 건설, 소방, 전기, 엔지니어링 등 조합이 속한 산업특성을 반영해서 우리가 취급할 수 있는 공제상품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수익성과 사업성을 극대화할지 논의하고 재보험사 등과 협의해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험사 의존성 낮추기’도 중장기적인 과제다. 이는 전문인력 등을 확보해 보험사 의존도를 낮추고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유공제로 전환했으나 상품개발 능력이 없어 보험사 상품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굳이 보유공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보유공제 초기에는 주력상품 1~2개만 보유로 전환하고 운영 경험을 쌓다가, 시간이 지나면 신상품 개발, 또는 기존 상품변형 등으로 보험사와 차별화가 필요하다.

리스크관리 방안 마련

리스크관리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유공제 전환시 리스크 수준을 파악하고, 책임준비금, 비상위험준비금 등의 규모 산출 및 자금마련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제규정, 정관, 약관 등 관련 규칙을 제·개정하고, 타 조합의 감독 기준을 벤치마킹해 공제상품 승인, 재무건전성 확보, 경영공시 등 자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리스크관리 및 수익 극대화를 위한 재보험 출재 전략도 필요하다.

책임준비금은 공제기관 규모 및 주무부처 등에 따라 다르다. 보험업법처럼 정해진 금액이 있는 건 아니라서 현실에 맞게 재무건전성을 갖추면 된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필수 자본금 요건은 없으나, 지급여력비율(RBC) 10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재보험으로 위험 관리

보유공제라고 해서 모든 위험을 떠안는 것은 아니다. 관리 가능한 선에서 위험을 보유하고 나머진 재보험을 주면 된다. 보유공제 상품 특성에 따라 100% 다 보유하거나 30%~60% 정도만 보유하는 등 유연하게 운영하면 된다.

다만, 재보험사도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이 큰 공제상품은 잘 안받아준다. 공제상품 중 매출과 손해율이 좋은 것과 안좋은 것을 묶어서 한꺼번에 협상하는 것이 리스크관리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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