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활동 기획안에 대한 소고
상태바
사회공헌활동 기획안에 대한 소고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3.06.07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할 때 기획안을 쓰는 단계가 있다. 몇 년 전부터 반복해 온 기업 고유의 활동도 있겠으나, 새로 시도하려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기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기업마다 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몇몇 생각해 볼 거리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먼저 살아 있는 보고서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신문 기사, 논문, 도서, 영상자료도 물론 좋다. 다만 좀 더 ‘땀 냄새’ 나는 기획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가령 20대 대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사회공헌활동이라고 가정해 보자. 사무실 자리에 앉아 ‘MZ세대’를 키워드로 검색한 보고서나 기사만 찾아볼 것이 아니라, 대학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대학교 인근의 카페에 직접 가서, 매장 직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꼭 점장일 필요도 없다. 막내 직원이어도 상관없다. 기존의 기사, 논문에는 검색되지 않은 새로운 메시지가 추출될 수 있다. 그 워딩이 특정 장표의 제목이 된다면? 굉장히 희소한, 그러면서도 살아 있는 기획안으로 재탄생한다.

경제지, 학술지가 아닌 나의 활동이 출처가 되는 것. 나름의 취재와 탐사의 결과물을 입체적으로 녹여내는 것. 인터뷰 형식이 아니더라도, 고객의 반응을 특정 시간 동안 관찰해 특이점을 기록하는 것. 이런 정성은 차별화된 기획안을 만들어내는 데 동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기획안을 받아보는 입장에서, 이런 ‘발로 뛰는’ 모습이 결여된 리포트는 어떤 느낌을 줄까? “다 아는 내용인데”라는 박한 평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치열한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전략이 긴요하다.

아울러 생각해낸 프로젝트의 예상 반응을 시범적으로 체크해 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멋들어진 마케팅 용어와 트렌드 키워드만 가득한 기획안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20대 대학생의 반응이 실제로 어떨지 보고서에 적힌 문장들만 가지고 어떻게 감히 판단할 수 있겠는가. 프로젝트의 일부 내용이나 주된 취지를 요약해서 에브리타임 같은 대학생들이 자주 접속하는 커뮤니티에 올려보자. 그 댓글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놓쳤던 부분을 역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러면 보다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또 여기서 간취할 수 있는 특정 메시지가 기획안의 소제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 역시 기존 자료 더미에서는 획득하기 힘든 유의미한 단서로 기능한다.

다른 업계와 협업을 요하는 사회공헌활동의 경우, 직접 현업 종사자를 찾아나서 볼 것을 권한다. 이제 ‘커피 챗(Coffee Chat)’은 스타트업 채용 시장에 국한되는 문화가 아니다. 최근엔 커피 챗이 정보 교류, 네트워킹, 협업 제안 등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지인을 통해 적절한 현업 관계자를 소개받을 수 없다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링크드인 등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커피 챗의 대상을 알아보자.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실무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득’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다. 실무자만이 알 수 있는 지점을 고려해, 현실성 있으면서도 창의적인 추진 계획을 기획안에 기재하는 것이다.

CSR도 CSV도 ESG도, 어떤 용어를 쓰든 또 그 개념을 어떻게 규정하든, 결국 핵심은 ‘현장’에 있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는 것. 정말 기초적인 부분이지만, 막상 신발 끈을 꽉 매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는 많지 않다. 살아 있는 기획안을 통해,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해보자. 탁상공론이 아닌,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현장 중시 태도. 사회공헌활동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