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보험브리핑] 6월 첫째주
상태바
[주간 보험브리핑] 6월 첫째주
  • 한국공제신문 kgn@kongje.or.kr
  • 승인 2023.06.02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 주간 보험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보험업계를 강타한 대형 이슈부터 정부 동향, 소소한 뒷얘기까지 눈에 띄는 정보를 살펴봅니다.

 

◆운전자보험 자부담 논란은 자작극?

금융감독원이 손해보험사들에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신설과 관련해 사실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손보업계에선 7월부터 자기부담금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이 퍼졌는데 금감원과는 어떤 의견 교환도 없었다네요. 금감원은 각 손해보험사에 실제 자기부담금을 신설할 계획인지 입장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이 생길거란 얘기는 4월부터 돌았습니다. 출처는 손해보험사였죠. 법인보험대리점(GA) 보험설계사들을 위한 교육에서요.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이 적용될 거다. 보험사기, 모럴 해저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사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모해 합의금을 부풀린 사례가 적발됐다. 같은 얘기요.

당시 모 손해보험사에선 금감원에서 관련 ‘지침’이 내려왔다고 언급했어요. 그런데 금감원은 사전에 조율된 게 없다고 말하고 있고요. 둘 중 하나는 거짓이겠죠. 지금은 정황상 금감원 말에 더 신뢰가 갑니다. 지침을 내린 거라면 증거가 남는데, 이렇게 쉽게 말을 바꿀 순 없을 테니까요. 또 금감원이 강경하게 나오자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관련 내용이 담긴 보험설계사 교육자료를 수정, 재배포하는 손해보험사도 있고요.

금감원은 지난 30일 오후 각 손해보험사 상품담당자와 준법감시인에게 운전자보험 정책 변경 사실 여부와 절판마케팅 기승에 따른 통제 방안 등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했습니다. 곧이어 손해보험협회가 참고자료를 뿌렸어요.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설정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요. 오후 4시 58분, 단 두 문장의 자료를 배포한 데서 다급함을 알 수 있었죠.

만약 이 사안이 정말 절판마케팅을 위한 손해보험사들의 ‘자작극’이었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감독기관을 판 셈이니까요. 금감원 역시 자기부담금을 실제 신설할 계획이 없으면서 허위로 절판마케팅을 벌였다면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로 보고 엄중하게 대응하겠단 입장이죠. 사실 절판마케팅이야 흔한 일이었지만, 이번엔 손해보험사들이 선을 넘었습니다. 

물론 빠져나갈 여지는 만들어 뒀네요.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전한 공식 입장에선 ‘구체적인’, ‘아직’이란 워딩을 썼고, 금감원도 ‘실제 신설할 계획이 없으면서’란 단서를 붙였기 때문이죠. 어쩌면 두루뭉술하게 자기부담금이 생길 ‘예정’이라 언급했던 곳들은 ‘검토를 했으나 접었다’거나 ‘검토 중’이라는 말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지도요.

◆혼돈의 IFRS17…킥스는 또 어쩌나

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내놨죠.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을 제시하고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추정치를 표준형보다 낮게 적용토록 하며 상품 구조에 따른 계약자 행동 가정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그러니까 보험사들의 자의적 판단을 제한하겠다는 건데요.

이는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발표한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지나치게 높았던 게 발단이었습니다. 자의적인 가정이 허용되다 보니 필요에 따라 산출값을 조정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믿기 어려운 결과물이 나왔던 거죠. 적정성 논란이 일자 몇몇 보험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회계제도가 대폭 바뀌는 일에 있어선 사전에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어야 하지 않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맡겨 놨더니 이상한 결과가 나와 이제라도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다음인데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은 수상한(?) CSM이 이유였습니다. 계리적 가정에 부여됐던 자율성을 상당 부분 억제하려는 게 목적이죠. 적정성 검사를 진행한 뒤 나온 지침이기 때문에, 이게 적용되면 미래를 낙관하며 보험부채를 과소 계상했던 보험사들의 CSM은 변동(하락)이 클 겁니다.

여기에 신지급여력제도(K-ICS, 킥스)가 있습니다. IFRS17 도입으로 개정된 보험사들의 새 건전성 지표죠. 기존 지급여력비율(RBC)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보험사가 움직일 수 있는 돈(가용자본)을 잠재 위험(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합니다.

킥스 체제에선 미래이익을 나타내는 CSM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합니다. 가용자본이 늘면 킥스 비율도 높아지죠. 더 건전한 회사란 평가를 받게 되는 겁니다. 보험사들이 부여된 자율성을 활용해 CSM을 최대한 크게 산출한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제 CSM이 줄어들면? 킥스 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킥스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총 19개 보험사가 대외 신용도 리스크를 무릅쓰고도 적용 유예를 신청했다는 게 확실한 방증이죠. 각 보험사는 CSM을 산출하던 시점에서 킥스 비율에 관한 계산도 어느 정도 해뒀을 텐데요. 이제 CSM이 달라지면 원점입니다. 그것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건 뻔하니 보험사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겠네요.

◆보험사 손해보다 피해자 구제가 먼저

대법원에서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네요. 보험사 간의 송사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본질을 일깨워준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2018년 4월 인천 서구 통일공단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시작됐습니다. A사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B, C사에까지 번져 수십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죠. A사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의 제3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었습니다. 

문제가 복잡해진 건 B, C사가 한화손해보험, 그리고 A사와 계약한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에도 화재보험이 가입돼 있었기 때문인데요. 한화손해보험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은 각각 B, C사에 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한화손해보험은 B, C사에 지급한 보험금 1억3500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B사와 C사에 보험금(삼성화재 16억5000만원, DB손해보험 3억1000만원)을 지급한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직접청구권을 취득했다며 ‘혼동에 의한 소멸’을 주장했죠.

혼동이란 채권과 채무처럼 양립하는 2개의 법률상 지위가 동일인에게 귀속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경우엔 한 지위가 다른 지위에 흡수되며 소멸되죠. 그러니까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A사의 보험사로서 피해자인 B, C사에 대한 배상책임을 가진 동시에 B, C사의 보험사로서 보험금을 지급해 직접청구권을 가지게 된 겁니다. 두 개의 지위가 혼동됐기 때문에 소멸했다는 게 두 회사의 논리였습니다.

한화손해보험으로선 억울한 상황. 1심과 2심에선 한화손해보험이 승소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사건 당사자인 보험사 모두에서 지급한 보험금을 합치더라도 피해를 온전히 보상받지 못한다는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구상은 법에 명시된 보험사의 권리지만, 피해 전부를 보전받기 어려운 사건에선 피해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먼저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한화손해보험의 구상권을 인정했다면 이 역시 A사가 가입한 책임보험 한도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었죠.

대법원은 “보험사가 대신해서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다른 피해자들보다 우선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모두 이뤄진 다음 책임보험 한도에 남은 금액이 있다면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보험사보다 피해자의 권리가 우선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최초의 판례였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