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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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보험
  • 방제일 kgn@kongje.or.kr
  • 승인 2023.06.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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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사진=더글로리 홈페이지 캡쳐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방제일] 수많은 히트작을 낸 김은숙 작가가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더 글로리’는 김은숙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은숙은 그동안 사회 문제와는 거리가 좀 있는 통속적인 작품을 만들어 왔다. 도전은 성공했다. ‘더 글로리’로 인해 묻힐 뻔했던 과거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른바 ‘학폭 미투’다.

김은숙은 ‘더 글로리’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질문을 한 이는 작가의 딸이다.

“엄마,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아님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딸의 물음에 김은숙은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고민 끝에서 더 글로리’로 탄생했다. ‘더 글로리’가 파트 2가 나오는 시점에 김은숙은 그제서야 딸의 물음에 답을 내놨다.

“딸이 맞는 게 낫다. 이유는 ‘돈’이다. 나한테는 가해자들을 지옥 끝까지 끌고 갈 돈이 있다. 그래서 차라리 맞고 왔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완벽하진 않지만, 멋진 대답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저 답을 곱씹어 볼수록 어쩐지 서글퍼 졌다. 결국 ‘돈’이 힘이고 힘이 정의란 뜻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 답에 부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답답했다. 돌이켜 보면 ’더 글로리’에서 연진에게 복수하기 위해 동은이 처음으로 한 계획도 돈을 버는 것이었다. 돈을 번 동은은 서서히 힘을 얻었고 자신의 정의를 가장한 ‘복수’를 시작한다. (사실상 동은의 복수는 ‘주여정’과 ‘하도영’이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 특히, 하도영이 막고자 했다면 무조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정의가 존재한다. 그 중 복수란 ‘정의’를 가장한 폭력이다. 폭력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범죄다. 치기 어린 시절의 학교 폭력도 당연히 범죄다.

‘더 글로리’가 세간의 이목을 끌자, 학교 폭력에 고통받던 이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연진’과 같이 화려한 삶을 살던 많은 이들이 과거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사람들은 그들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전이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이 글에서는 폭력이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은 당연히 그르다. 하지만 무엇보다 ‘폭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이번 사태로 근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폭력이 없는 학교란, 범죄가 없는 세상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니까.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학교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불행히도 없다. 사실상 가해자의 폭력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보험’이다.

학교 폭력과 관련된 보험을 찾아보니, 이미 2021년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가입률이 낮다는 것이다. 문득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누구도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의 희생자이길 바라지 않으니까. 추호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니 가입률이 낮은 것이다. 실제로 보험에서 무엇을 보장해 주는지도 명확지 않았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가 말한 것과 같이, 동은이 복수를 위해 한 일과 같이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여기서 ‘복수’란 동은처럼 연진에게 앙갚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 9단’을 쓴 양순자 작가는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과 이혼한 후, 최고의 복수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복수란, 바로 ‘잘 사는 것’이다. 보험의 목적은 힘든 일이 일어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을 것이다. 그 발판을 통해 우리는 잘 살아야 한다. 그것이 최고의 복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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