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회사생활도 보험으로 가득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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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회사생활도 보험으로 가득합니까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3.05.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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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회사원의 하루는 수없이 많은 보험으로 가득하다. 월요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 ‘10분’이라는 보험을 들어 놓는다. 지하철이 만원이어서 다음 지하철을 기다려야 하거나 버스가 막히는 상황에 타 먹기 유용한 보험이다.

회사에 무사히 도착한 다음에는 언어로 구성된 수많은 단기보험에 가입한다. 바로 “바쁘신 와중에 죄송하지만”, “번거로우시겠지만”,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미사여구다. 상대방이 업무요청을 받고 짜증 날 것에 대비한 보험이다.

사무실 곳곳엔 나를 위한 보험도 마련되어 있다. 일본에서 사 온 이웃집 토토로 피규어(업무가 쌓여 조급할 때 토토로의 눈을 지긋이 쳐다보면 마음이 안정된다)라든가, 절 냄새가 나는 향종이(민원인이 억지를 부릴 때 코에 대고 심호흡하면 목소리가 덜 떨린다)가 그것이다. 내 서랍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욕이 절로 나올 때 황급히 입에 쑤셔 넣기 위한 민트초콜릿도 구비되어 있다.

점심시간 보험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가끔 너무 지쳐 사람이라곤 꼴도 보기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 달력 곳곳에 “점심–은행”이라든가 “점심-치과”라고 써 놓으면 혼밥을 즐길 수 있다. 이유 없이 혼자 밥을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부장님들의 불필요한 질문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여기까진 일상의 평화를 위해 미리 들어두는 보험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비하는 보험이다. 실비보험처럼 말이다. 하지만 회사생활은 예상치 못한 이슈의 연속이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도 우린 보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선 ‘업무 떠넘겨지기’를 보자. 연차가 낮을 땐 선배나 타부서로부터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속에서 열불이 난다면 보험이라고 생각하자. 저 인간한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미안함을 느끼겠지. 그리고 언젠가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는 시늉이라도 하겠지. 하고 말이다.

두 번째는 ‘라떼는 회식’이다. 말 많은 우리 부장님들의 소싯적 이야기를 듣는 시간인데, 사실 이보다 멍때리기 좋은 시간이 없다. 적당히 추임새만 맞춰드리면 맛있는 안주와 혼술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게 왜 보험이냐고? 음. 이야기 몇 개만 집중해서 들어두었다가 나중에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 대화 소재로 써먹을 수 있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보험은 소소한 것들에 의미부여를 하는 마인드다. 내가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일을 떠맡았다고 억울해하거나, 회식에 억지로 끌려갔다고 죽상이 되는 대신 정신승리라도 할 수 있다. 눈 아프고 목 아픈 회사생활 마음이라도 조금 편하게 할 수 있으니 가성비 좋은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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