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 운전자보험에 자부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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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談] 운전자보험에 자부담이라니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5.0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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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20%의 자기부담금이 신설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20%의 자기부담금이 신설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이르면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이 신설될 거라고 합니다. 적용 대상 담보는 흔히 형사합의금으로 불리는 교통사고처리비용과 변호사선임비용. 그간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한도가 계속 높아지면서 덩달아 커진 모럴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취지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금융감독원의 권고, 보험사들이 수용하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모해 교통사고처리비용을 부풀려 받아낸 뒤 이를 나눠 갖는 사례가 적발됐다네요. 그럴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거죠. 자부담 비율은 20%가 유력하다고 합니다.

현재 판매 중인 운전자보험상품들의 한도는 변호사선임비용 5000만원, 교통사고처리비용은 2억5000만원(6주 미만 1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그나마 금감원의 제동이 있었기에 구축된 선이죠. 한때 변호사선임비용은 1억원까지 치솟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많은 합의금을 설정해 나누는 일까지 벌어졌고요. 

여기에 20%의 자부담을 두면 가해자의 실익이 없어져 공모를 통해 비용을 높이는 모럴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확실한 해결책이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도는 여전히 크거든요. 물론 자부담은 비율(20%)로 정해지기에, 합의금을 높이면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도 늘어나겠지만 합의금을 그 이상으로 부풀리면요? 결국, 그게 그거입니다. 오히려 자부담을 고려해 더 높은 금액으로 공모할 여지도 있겠죠.

그렇다면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은 막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되레 부추기는 양상입니다. 이른바 절판마케팅이죠. 7월부터는 운전자보험 교통사고처리지원금과 변호사선임비용에 자부담이 생긴다면서요. 이미 복수의 보험사는 보험설계사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안내하며 막바지 영업활동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불완전판매나 잠재적 모럴리스크가 큰 계약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려도 있습니다. 운전자보험은 중복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인데요. 앞서 언급한 합의금 부풀리기와도 연관되는 사안이죠. 자부담이 설정되는 담보들은 실손비례보상이기 때문에 보험금이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중복 가입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한도를 2억원이라고 가정해봅니다. 2억원의 합의금이 발생한다면 보험사는 자기부담금 4000만원을 제한, 1억6000만원을 지급합니다. 두 개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해도 각각의 보험사가 비례보상하기에, 합의금이 2억원일 때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은 1억6000만원으로 동일합니다. 

그런데 운전자보험 두 개에 가입한 상황에서 2억원이었을 합의금이 3억원으로 부풀려진다면 어떨까요? 중복 가입은 2억원 + 2억원, 한도 상향의 효과로 이어집니다. 전체 3억원 중 20%를 제하고 2억4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거죠. 보험사들이야 각각의 2억원 한도에서 비례보상하는 것으로 큰 손해가 아닐 수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모해 합의금을 부풀리고 나누는 행태에는 제약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20%의 자부담이 신설되면 보험료는 지금보다 떨어집니다. 추후 한도 하향까지 병행되면 하락세는 더 커질 거고요. 그럼 보험사들은 중복 가입을 유도하겠죠. 자부담과 충분하지 않은 보장, 복층 설계로 탄탄하게 대비하라는 식으로요. IFRS17 하에서 여전히 불티나게 팔리는 보장성보험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자부담 신설의 취지엔 공감합니다. 하지만 정말 7월부터 시행할 거라면, 절판마케팅 소지부터 차단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드네요. 개별 계약과 업계 누적 한도의 제한부터 또 다른 모럴리스크의 유인이 되고 있는 정액형 담보 문제, 과도한 시책과 요율 산출의 적정성 검증까지도요. 단순히 자부담이 있으면 모럴리스크가 해소될 거란 시각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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