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2.0과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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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2.0과 보험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3.05.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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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방제일] 기술이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고 있음에도 여전히 음주운전으로 사망하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법은 사후약방문 성격이 강하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법과 보험은 사건사고 예방보다 그 뒤처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끔은 궁금했다. 자율주행이 활성화되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도 왜 음주운전은 여전히 일어나는 것일까. 질문을 바꿔보자. 못 막는 게 아니라 안 막는 것은 아닐까.

하버드 로스쿨의 로렌스 레식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코드’란 개념을 주창했다.(‘코드’란 영단어에는 그 자체로 법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레식 교수는 그의 저서 <코드 2.0>에서 기술이 미래에는 법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이런 뜻이다. 가속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가속 방지턱이나 신호등 등이 도로교통법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CCTV도 마찬가지다. CCTV가 있기에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든 정해진 규범을 어기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음주 행위를 그저 개인의 작은 일탈이자 사회생활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지금까지 ‘음주’로 인한 많은 사고와 사건에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는 음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고작 제도로서의 ‘법’과 개인의 ‘양심’ 밖에 없었다.

레식이 말한 ‘코드’와 같이 기술을 이용하면 보다 직관적으로 많은 사고와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코드’를 당연히 음주 운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음주를 했을 시, 자동차 시동을 걸리지 않게 만들어 놓는다면 음주 운전은 당연히 줄어든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등 몇몇 국가는 이른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시동잠금장치는 미국 유럽 등 교통안전 선진국에선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주 50곳 중 36곳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냈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 시 운전 금지 조치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왜 아직까지 이를 도입하지 않을까. 당면한 문제는 당연히 ‘비용’이다. 시동잠금장치를 자가용에 부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대략 100만~200만원 가량이다.

이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음주 운전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도입하는데 개인과 정부가 난색을 표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모든 게 ‘비용’으로 보이는 기현상이다. 비용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많은 사회적 죽음을 낳을 뿐이다.

음주운전 근절에는 모두 공감함에도 법과 정부, 기업과 개인은 아직까지도 비용과 실효성을 이유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현재 자동차 보험의 구제를 받지 못한다.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이를 알고 있음에도 습관적으로, 혹은 ‘설마’라는 헛된 믿음으로 범죄행위를 지속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언제나 배신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따라서 이 시동잠금장치 설치 비용을 자동차보험에 포함한다면 음주 운전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누군가는 비현실적인 얘기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비현실적인 얘기는 벌건 대낮에, 여섯 살 아이가 길을 걷다가 만취 운전자 차량에 목숨을 잃는 것이다. 챗GPT가 나오고, 알파고가 진즉에 바둑을 정복한 시대에 음주운전 따위를 막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한국 사회는 음주운전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든 끊어야 한다. 혹시 모를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서. 그리고 운전자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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