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은 왜 GA 지분을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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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들은 왜 GA 지분을 샀을까?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5.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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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금융서비스 지분투자 3개 손보사 매출 급상승
우회 자금지원 의혹에 소비자 선택권 침해 지적도
GA에 지분 투자를 한 손해보험사들이 해당 GA에서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GA에 지분 투자를 한 손해보험사들이 해당 GA에서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보험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보험상품 판매 외에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도 큰 부분이다. 그래서 다수 고객의 보험료를 거수한 보험사들은 그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GA)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보험사가 GA에 투자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서로의 본업이 너무나 밀접해서다. 공정한 모집질서를 무너뜨리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여러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소지도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이 GA에 투자한 사례와 나타난 결과를 살펴봤다.

인카금융서비스 지분 투자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은 각각 GA 인카금융서비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인카금융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보험설계사 수가 1만2228명에 달하는 업계 3위 대형 GA로 코스닥 상장사(2022년 2월 16일 상장)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투자한 곳은 한화손해보험이다. 한화손해보험은 2021년 8월 30일 22만4250주를 취득했다. 지분율 4.99%, 최초 취득금액은 31억4300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때는 상장을 추진하던 인카금융서비스의 기업공개(IPO) 전이었고 구주 인수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어 2021년 10월 5일 메리츠화재가 인카금융서비스 주식 17만2980주를 샀다. 지분율은 3.85%, 최초 취득금액은 한화손해보험과 비슷한 31억1400만원이었다. 이 역시 IPO 전 구주 인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DB손해보험은 2022년 3월 24일 29억2800만원을 들여 44만1180주를 인수했다. 시간 외 거래를 통해 상장 전 인카금융서비스에 투자한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했다. 지분율은 4.29%다. 

수익을 위한 투자라기엔 성적표가 초라하다. 한화손해보험이 지분을 취득한 당시 주당 가격은 1만4015원, 메리츠화재는 1만8002원이었다. 현재 인카금융서비스의 주가는 1만0570원(4월 24일 오전 10시 30분 기준)으로 한화손해보험은 7억7254만원, 메리츠화재는 12억8558만원의 손해를 봤다. 주당 6636원의 가격으로 인수한 DB손해보험만 17억3560만원의 이익을 올렸다.

왜 투자했나

2021년 금융당국은 모집수수료 1200%룰을 시행했다.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지나치게 높은 선지급률이 사업비 부담을 키우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험설계사들이 보다 많은 수수료를 주는 곳으로 이동하며 고아 계약을 양산하는 등의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처음 이 1200%룰은 보험사가 지급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적용됐다. GA가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수당 부분은 제외됐다. 이로 인해 보험사로부터 받는 돈은 줄어들었지만, 타사들과의 경쟁 때문에라도 기존에 지급해오던 수수료를 줄이기 어려웠던 GA는 유보금을 활용해야 했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응을 위한 내부시스템 구축 등으로 자본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보험사들의 지분 투자는 1200%룰을 우회하면서 자본 확충이 필요한 GA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올랐다. 이 역시 한화손해보험 4.99%, 메리츠화재 3.85%, DB손해보험 4.29% 등 모두 5% 이내로 이뤄졌다.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대외적 의사 표명과 함께 대주주 적격심사를 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가 너머의 이익

GA에 대한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보험사의 이익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카금융서비스의 계약체결 실적이다. GA는 제휴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한다. 더구나 인카금융서비스 정도의 규모라면 보험사 매출의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상품을 판매하는 GA에 이뤄진 보험사들의 투자는 곧바로 실적으로 돌아왔다. 

지분 투자가 있기 전 2020년 인카금융서비스의 한화손해보험 신계약체결 건수는 1만6209건이었다. 금액으로는 87억2032만9000원이다. 이것이 8월 지분 투자가 있었던 2021년에는 2만4553건, 92억7099만6000원으로 뛰었다. 2022년 실적은 3만5191건, 107억8868만9000원이다. 지분 투자 전후(2020년, 2022년) 실적(금액)이 23.7%나 늘어난 것이다.

메리츠화재도 마찬가지다. 2020년 7만9325건, 202억4200만7000원이었던 매출이 지분 투자가 있었던 2021년(10월)에는 9만9814건, 292억8941만9000원으로, 이듬해에는 13만6910건, 392억6188만7000원으로 늘었다. 2020년 대비 2022년 실적(금액)은 무려 93.9% 증가했다. 

2022년 3월에 인카금융서비스 지분을 인수한 DB손해보험 역시 성장세다. 2021년 인카금융서비스가 판매한 DB손해보험 신계약 실적은 12만2154건, 706억8941만7000원이었다. 지분 투자가 이뤄진 2022년 실적은 14만878건, 769억7115만8000원으로 금액 기준 8.8% 늘었다.

주력 상품 판매 증가

같은 기간 인카금융서비스는 전반적으로 실적이 증가했다.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보험사 전체 신계약 판매실적을 보면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지분 투자 전후인 2020년(2999억5306만8000원)과 2022년(3791억8125만3000원) 사이엔 26.4%, DB손해보험의 투자 전후인 2021년(3510억5799만9000원)과 2022년 사이엔 8% 성장했다. 

93.9%가 늘어난 메리츠화재를 제외하면 전체 대비 개별 회사 실적의 상승세(한화손해보험 23.7%, DB손해보험 8.8%)가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보험판매의 대가로 받은 수수료 현황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화손해보험이 인카금융서비스에 지급한 수수료는 2020년 58억7253만원에서 2022년 134억5120만6000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376억9137만6000원에서 693억3130만원으로 뛰었다. 

DB손해보험의 지급 수수료도 2021년 315억5556만7000원에서 406억641만8000원이 됐다. 각각의 지급 수수료 증가율은 한화손해보험 129%, 메리츠화재 83.9%, DB손해보험 28.6%에 이른다.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판매를 장려하려는 상품에 별도의 시책을 내건다. 장기보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해진 모집수수료 외에 누적 실적에 따른 추가 수당 등이 판매촉진비 명목으로 산정된다. 

전체 대비 두드러지는 수수료 상승률은 결국 보험사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상품의 판매가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인카금융서비스의 한화손해보험 장기보험 신계약 매출은 2020년 5312건, 3억1067만9000원에서 2022년 2만3442건, 14억3552만7000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5만7088건, 31억9374만원의 실적이 9만5023건, 57억3933만2000원으로 늘었고 DB손해보험도 2021년 4만1627건 20억8112만5000원에서 2022년 5만4673건, 30억5554만1000원으로 증가했다. 

인카금융서비스의 손해보험업계 전체 장기보험 신계약 증가율은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건수로 43%, 금액으론 53.4%, 2021년과 2022년 기간엔 건수 26%, 매출 29%다. 이 시기 한화손해보험은 건수 341.3%, 금액 362%가 늘었다. 

메리츠화재도 건수 66.4%, 금액 79.7%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DB손해보험(2021년~2022년)의 성장률 역시 건수 31.3%, 금액 46.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모집질서 위협 가능성

GA는 제휴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한다. 한 곳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보고 가입할 수 있는 특성은 소비자에게 상당한 편의이며, GA채널이 가진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험사의 지분 투자가 얽혔을 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특성으로 GA에는 비교‧설명의 의무가 부여된다. 소속 보험설계사가 500인 이상인 대형 GA는 보험계약을 모집할 때 반드시 소비자에게 3개 이상 보험사의 동종‧유사상품을 비교해 설명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를 위한 취지로 지난 2017년 4월부터 법제화됐다. 실효성을 높이고자 올해 1월에도 비교‧설명해야 하는 항목을 추가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개선안이 시행됐다. 

여기엔 모집수수료를 많이 주는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하려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1200%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장치가 없다면 대형 보험사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GA시장을 잠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1200%룰 시행과 함께 활발해진 보험사들의 GA 지분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인카금융서비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손해보험사들은 모두 투자 전후 인카금융서비스에서의 판매 실적이 크게 늘었다. 인카금융서비스의 전반적인 성장이라고 보기에도 전체 대비 증가율이 가파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 투자”라면서도 “보험사와 GA의 관계, 업무 프로세스 등을 고려할 때 외부에서 의혹을 가질만한 요소는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비유하자면, 삼성전자가 하이마트나 전자랜드에 지분 투자를 하고 이후 양판점에서의 삼성전자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물론 전략적 투자가 반드시 주가나 배당금만을 보고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보험사가 굳이 GA 지분을 인수하는 데는 판매 경쟁에서 유리한 요인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자체로 위법한 건 아니지만 GA에 상품 비교‧설명 의무를 둔 것이나 초년도 모집수수료 1200%룰을 적용한 것 등 타 규제들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특정 보험사의 지분 투자 전후 판매실적 증가세가 두드러진 부분은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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