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시점으로 돌아갈까. 웹툰을 보다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요즘 웹툰의 트랜드는 회귀와 환생이다. 수많은 주인공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성공적인 2회차 인생을 살아간다.
이미 닳고 닳은 서사구조지만 비슷한 설정의 신작은 지금도 튀어나온다. 그만큼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앞으로 벌어질 비극을 요리조리 피하며 사이다 같은 선택을 하는 주인공에게서 우린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때로 돌아간다면”이라는 푸념은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튀어나오는 말 중에 하나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때로 돌아간다면 취업 대신 전문직 공부를 할 거야, 그때로 돌아간다면 문과 말고 이과를 선택할 거야 등등.
쓸데없는 고민에 공을 들이는 게 내 주특기라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지 결정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왕 돌아가는 거 아주 어릴 적으로 갈까 싶기도 하고, 귀여운 조카들이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면 누나를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 안전하게 1~2년 전으로 갈까 싶기도 하다. 이런 고민과 함께 웹툰에 빠져들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은 건너뛰게 된다. 바로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불만족스러운 삶을 과거의 선택 탓으로 돌리는 건 너무 달콤해서 현실의 괴로움을 잊게 만든다. 지금의 내가 부족하거나 나쁜 게 아니다. 다소 부주의했던 한순간의 선택이 모든 걸 바꿔놓았을 뿐이다. 이처럼 탓할 대상이 있다는 건 편리하다.
사실은 알고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인생을 살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불행은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어 후회스러운 선택은 피할 수 없다. 현실의 문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무작정 인생을 되돌린다면, 괴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평생 배울 수 없을 거다.
그러니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고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바로 한 걸음씩 현재를 개선하는 일이다. 사이다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답답하고 더딘 길이지만, 그 무엇보다 격렬한 싸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일을 멈추자.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했다면, 그 결정을 믿어보는 선택을 하자.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다. 어쩌면 우린 미래의 어느 날로부터 오늘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시점을 보험으로 들어두지 못했다며 아쉬워할 필요 없다. 남은 날들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