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래도 백화점은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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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그래도 백화점은 찾는다
  • 김환범 kgn@kongje.or.kr
  • 승인 2023.04.0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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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김환범] 빅테크기업의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이 임박했다. 손해보험사들이 그렇게 반대했던 자동차보험의 포함, 최근엔 중개 수수료율까지 조율됐다니 이젠 어쩔 수 없을 모양이다.

손해보험설계사로서 달갑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가뜩이나 자동차보험은 본사의 다이렉트와 경쟁하기도 버거웠던 영역이다. 모집 수수료가 나가지 않아, 설계사를 통한 가입보다 저렴하고 절차도 간편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여기에 빅테크까지 들어온다. 중개 수수료 때문에 다이렉트보단 비쌀 거다. 하지만 비교조차 불가한 편의성을 갖췄다. 역대 가장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이라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 손해보험설계사들은 이 빅테크와도 경쟁해야 한다. 손해보험사들도 다이렉트채널을 더욱 강화할 거다. 가격적인 측면에선 이길 수가 없다. 그렇다면 빅테크엔 없는 무언가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필자는 서비스 품질의 고급화가 그 답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가전제품, 특히 혼수로 다량의 물건을 구매할 때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한다. 흔히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의 백화점도 그중 하나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LG 베스트샵 등의 대리점도 있고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같은 곳도 있다. 저렴하고 편리한 온라인 몰이 득세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살아남았다.

설계사들은 그동안에도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외부 악재를 만났고 또 극복해왔다. 다이렉트채널이 그랬고, 홈쇼핑이 그랬다. 우리보다 간편하게 자동차보험 가입을 중개하는 빅테크는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한 상대지만, 우리에게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

자동차보험은 무엇보다 사고도, 분쟁도 많은 분야다. 때문에 이를 주력으로 하는 설계사들은 나름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실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비소 소개와 특정 부상 치료에 일가견이 있는 의료기관, 만일의 분쟁 시 활용 가능한 전문 손해사정사나 법무법인까지 줄줄 꿰고 있다. 

이건 빅테크나 다이렉트채널이 제공할 수 없는 고차원의 서비스다. 소비자는 다소 비싼 보험료를 내고 가입한 대신, 혹시 모를 사고와 보상 문제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셈이다. 

세부적인 특약을 안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업과 관련 없는 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은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상해 담보를 구분하지 못한다. 가장 저렴하게만 가입했던 자동차보험이 꼭 필요한 상황에선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여러 차량을 가진 소비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는 동일증권, 보험료 할증을 막을 수 있는 환입제도 역시 일반인들에겐 생소하다. 더구나 빅테크나 다이렉트채널은 그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 힘들다. 각각의 장단점이 갈릴 때 합리적인 판단을 도울 수 있는 권유는 더욱 그렇다.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은 경쟁에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누군가는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보장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할 거다. 그게 우리가 충족시켜야 할 니즈다. 백화점이 돼야 한다. 혼수를 장만하면 VIP가 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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