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와 근로자, 인연 혹은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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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와 근로자, 인연 혹은 악연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3.03.2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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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박상범 교수] 기업을 운영하는 사용자(경영진)와 그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사이에는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형성된다. 어떤 기업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적정 수준의 재화와 노동력을 교환하는 서로 도움되는 관계지만, 또 어떤 기업은 특정 이슈에 대한 이해충돌로 인해 인연이 악연으로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옛말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지만 근로관계에서 회사가 싫다고 바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맡고 있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거나, 인수인계도 있을 것이며, 인간관계 역시 정리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등이 자세히 규정되어 있어, 이직 및 퇴직시 이러한 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생각이 맞지 않거나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때 서로가 관계를 청산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결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사 분쟁은 결국은 법적으로 해결되겠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감정적 대립이 도사리고 있어 순탄한 관계정리가 어렵다. 양측 모두에게 정신적 상처는 물론 해결비용과 시간 및 감정소비가 큰 경우도 많다.

필자가 문제해결을 하면서 겪어본 분쟁 가운데 가장 심각한 유형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설립한 지 몇 년만에 빠르게 성장한 모 기업의 A라는 근로자가 있었다. 그는 설립 초기부터 조직을 위해 헌신했고, 그리하여 기업이 발전하고 어느정도 자리잡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경영진과 갈등이 생기고 여기에 오해까지 더해져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A는 자신이 크게 헌신하여 기업을 성장시켰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경영진은 그에 맞는 지위나 보상을 주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관계가 정상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할 경우, 어느정도 규모 있는 조직에서는 인사담당자 등이 그 이유를 파악하게 된다. 해당 근로자와 의사결정권자인 경영진은 대면소통에서 벗어나있게 된다. 인사담당자 면담 등으로 해당 이유가 해소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담당자를 사이에 두고 오해가 자라나기 시작하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서로 신뢰에 금이 간 상황에서 경영진이나 의사결정권자는 자신의 위상이나 입지, 체면과 권위를 내세우기 쉽고 근로자는 자신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내세우는 마음이 앞서게 된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의사결정권자가 투표나 선거로 결정되거나, 위상이 굳건하지 못할 경우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십상이다.

감정이나 자존심 싸움은 고소 고발과 진정, 소송전으로 비약되고 소모전으로 번지게 된다. 문제해결을 위해 전문가 상담과 대리인 선임, 조사나 유리한 증거수집, 서면작성 등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들로 시간과 비용, 힘을 쓰게 되고 감정적 및 정서적으로 피폐하게 된다. 이는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소모적 다툼이다. 인적 자원이나 자금면에서 사용자가 비교적 우위에 있게 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약세를 만회하고자 근로자가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하여 투사형 전문가로 변신하여 대처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파국에 이르지 않기 위해 양측 모두 대화로 푸는 것이 좋지만, 감정싸움이 본격화되면 분쟁 조정 의지가 꺾이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존재하고 분쟁해결 전문가가 존재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양 당사자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믿는다.

관련 사건이 단 하나도 동일한 것이 없는 것은 모든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른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신뢰이고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 의지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대부분 알고 있는 이러한 원론과 정공법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해결의 실마리는 바로 양 당사자 앞에 놓여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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