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손해사정 제재? 이걸론 못 막는다
상태바
셀프 손해사정 제재? 이걸론 못 막는다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3.0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수 기준 50% 이하…지급 수수료 큰 건 몰아주기 가능
3사 합자사 히어로손해사정, 동일 규제 적용할 지 미지수
자회사 법인만 대상…퇴사자 위주 전속 법인은 사각지대
보험사들의 셀프 손해사정 관행을 제지하려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사들의 셀프 손해사정 관행을 제지하려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보험사들의 무분별한 ‘셀프 손해사정’을 제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고, 자회사들이 보험금 산정 업무를 맡아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세부안을 보면 실효성이 의심된다. 지급 수수료가 아니라 지급 건수 기준으로만 자회사 위탁을 직전년도 대비(전체) 50% 이하로 제한(권고)하고 이를 초과할 시 관련 사안을 공시하도록 하는 정도다. 

금융당국은 해당 내용을 골자로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위탁건수 50%, 현실과 괴리

단순히 위탁건수를 기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책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매출 규모 상위 4개 손해보험사들의 지난해 손해사정업무 처리현황을 보면 명확히 나타난다. 

삼성화재는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3종)에 25.59%(99만6445건), 애니카손사(1종)에 0.30%(1만1706건), 화재서비스(1, 4종)에 18.98%(73만9071건)을 위탁했다. 건수 비율은 44.87%로 50% 미만이다. 그런데 지급 수수료 비율은 각각 60.42%(834억5599만9000원), 1.25%(17억2452만원), 10.67%(147억3402만3000원) 등 72.34%(총액 999억1454만2000원)에 이른다.

현대해상도 현대하이라이프(1, 4종)와 현대하이카(1, 3, 4종)에 각각 127만707건(35.70%), 47만7031건(13.40%)를 넘기고 312억4997만9000원(24.17%), 544억5052만9000원(42.12%)을 지급했다. 역시 건수 비율은 49.10%로 50%를 하회했지만, 수수료 비율은 66.29%에 달했다.

KB손해보험 또한 마찬가지다. KB손해사정(1, 3, 4종)에 135만1259건을 위탁하고 527억1924만1000원을 지급했다. 위탁 비율은 34.70%, 수수료 비율은 63.80%로 나타났다.

DB손해보험 역시 DB CAS(정보입력, 4종)에 211만3648건(23.39%), DBCSI손해사정(1, 4종)에 19만1598건(2.12%),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3종)에 62만7425건(6.94%)을 줬다. 지급된 수수료 총액은 897억9825만6000원, 수수료 비율은 77.31%(위탁 비율 32.45%)다.

이처럼 현재도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회사 위탁 비율은 50%를 넘지 않는다. 반면 지급 수수료 비율은 63.80~77.31% 수준을 보였다. 건수를 50%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방안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히어로손해사정은 어떻게?

합자회사로 설립된 히어로손해사정도 또 다른 변수다. 히어로손해사정은 한화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이 함께 만든 자동차보험(3종) 전문 손해사정법인이다. 

현재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내부 사정으로 아직 히어로손해사정에 업무를 맡기지 않고 있다. 장기인보험에 주력하며 자동차보험 디마케팅에 들어간 롯데손해보험 역시 히어로손해사정에 위탁한 건수는 1만4023건(2022년 4월~12월), 비율은 1.32%(수수료 비율 12.62%)에 불과하다. 

자동차보험이 주력인 캐롯손해보험은 상황이 다르다. 같은 기간 2만9114건을 위탁했는데 건수 비율로는 99.774%에 달한다. 수수료는 18억8944만9000원으로 98.01%를 히어로손해사정에 지급했다.

각각의 지분이 얽힌 히어로손해사정을 다른 보험사들의 자회사와 같은 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는 나오지 않았다. 보험사에 유리한 보험금 산정이 우려된다면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겠으나, 합리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되레 히어로손해사정이나 캐롯손해보험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히어로손해사정의 설립이 추진된 이유 중에는 대형사들에 비해 MS가 낮아 손해사정법인과의 가격 협상에 불리하고 비용 및 인력 측면에서 관리 비효율이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히어로손해사정 역시 자회사 손해사정법인으로 같은 규제를 받게 되면 캐롯손해보험은 위탁 비율 50%를 맞추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여러 손해사정법인으로 나눠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분 관계없는 전속 법인들

자회사는 아니지만, 특정 보험사의 위탁업무만 수행하는 업체들도 있다. 이른바 전속 손해사정법인이라 불리는 곳이다. 대부분 보험사 출신 퇴직자가 설립하거나 임원으로 재직 중인 형태로 운영된다.

지분 문제에서는 자유롭지만, 관계성이 약한 건 아니다. 지난 2021년 모 손해보험사는 자회사가 아닌 한 손해사정법인에 무려 30%가 넘는 업무를 맡겼다. 해당 법인 대표는 업무를 위탁한 손해보험사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스스로도 그 손해보험사의 전속 법인이라 안내했다.

문제는 이들 역시 보험사 편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보험금을 산정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해당 보험사의 물건만 받지만, 자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보험사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손해사정업계에서는 이같은 전속 법인들이 인맥에 근거해 경쟁입찰에서 부당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분 관계가 전혀 없다 보니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나 보험사에 치우친 손해사정 등 언론과 국회의 감시에서도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지금 보험사들은 손해사정 입찰에서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나 탈락 사유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속 법인들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보험사들이 전속 법인들에 부적절하게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