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건물 매입 프로세스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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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회, 건물 매입 프로세스 살펴보니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3.03.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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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꿈꾸는 공제기관, 부동산 매입 잇따라
고정 임대수익, 부동산가치 상승 등 장점 多
부동산 침체기, 위기이자 기회…옥석가리기 관건
한국사회복지공제회가 지난해 10월 매입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공제회관 조감도.
한국사회복지공제회가 지난해 10월 매입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공제회관 조감도.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는 건물주의 위상이 높다는 말이다. 공제기관들도 다양한 이유로 건물주를 꿈꾼다.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을 기대한다. 최근 부동산을 매입했거나, 매입 준비 중인 공제 관계자를 만나 부동산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들었다.

부동산 구매시 장점 4가지 

부동산 구매시 첫 번째 장점은 수익구조 다변화다. 기존에는 주 수입원이 공제, 보증, 연금저축 상품으로 한정됐으나, 건물 매입 후 임대가 활성화되면 매달 추가수입이 생긴다. 이를 활용해 조합 자체사업이나 조합원 복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A공제조합 관계자는 “공제기관이 할 수 있는 수익사업은 크게 공제, 보증, 융자, 자산운용인데, 이것들은 매년 경제 상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건물 매입 후 임대사업을 하면 매달 고정수입이 생기니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장점은 부동산이 유망 투자처라는 것이다. 올해는 부동산 경기가 냉랭하지만 그럼에도 강남, 여의도 등은 여전히 핫플레이스다. 부동산 가치 하락이 적은 지역에 급매물이 나왔을 때 인수하면 나중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에서는 가격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지역들이 있다. 흔히 YBD(여의도 일대), CBD(시청부터 을지로입구 사이), 그리고 GBD(무역센터에서 강남역, 신논현역 사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YBD는 매매가가 평당 1.5억~3억원 수준에 형성돼있다. 여의도역 근방이 가장 비싸고, 역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CBD는 평당 3억원~6억원 정도인데 대부분 대기업이 주인이라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 GBD는 입지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강남역 인근은 평당 6억원, 테헤란로의 도로에 인접한 노른자땅은 평당 8억원까지도 간다. 개인 소유 땅부자들이 많아서 그나마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B공제회 관계자는 “홍대, 성수, 거여동 등 지역별로 뜨고 지는 곳들이 있지만, 위의 3곳은 시세가 떨어지지 않는 곳”이라며 “기회될 때 사두면 손해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현대 정몽구 회장이 한전부지 2만3000평을 10조5000억원에 샀을 때 사람들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지금은 공시지가가 4배 올랐고, GTX 건설 등 미래 투자가치까지 생각하면 20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부동산이란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구매시 3번째 장점은 잉여 이익금을 자본으로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제단체는 기본적으로 정관에서 정한 일정 금액 이상을 사내유보금으로 보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식투자, 대체투자 등으로 자산을 운용한 뒤 남은 이익금을 공제상품 이자와 조합원 배당금 등으로 모두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건물을 매입할 경우 잉여 이익금을 투자금으로 활용해 조합 재산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 부수적으로 부동산이 늘어나면 별도의 관리인력을 두거나, 이를 전문으로 관리하는 자회사를 세워서 공제기관 직원을 보내는 식으로 ‘인사적체 해소’에도 활용할 수 있다.

건물 매입으로 매달 고정지출인 임대료를 세이브하는 것도 장점이다. C공제기관 관계자는 “남의 건물에 전세 들어가면 임대관리비가 매달 나가는데, 그 정도 손실이면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건물사고 이자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요즘은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현금 가진 공제기관이라면 건물 매입도 시도해볼만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나라장터에 올라온 정보통신공제조합 세종회관 신축공사 설계용역 내용 일부.
지난해 11월 나라장터에 올라온 ‘정보통신공제조합 세종회관 신축공사 설계용역’ 내용 일부.

부동산 매입 절차 살펴보니

실제로 공제기관들의 건물 보유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지난 10월 400억여원을 들여 서울 강남 논현동에 공제회관 건물(지하 2층, 지상 12층)을 매입했다. 정보통신공제조합은 지난해 말 400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공제회관 건물 신축공사(지하 3층, 지상 12층, 2025년 완공 예정)를 착수했다.

전기공사공제조합은 600억원대 건물 매입을 추진하다 경기 양주시 옥정동 일대의 부지 매입 후 신사옥 건립으로 선회했고, 어린이집안전공제회는 1000억원대, 과학기술인공제회는 6000억원대 공제회관 매입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교정공제회는 조직도에 부동산투자부를 따로 두고 투자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부동산매입 프로세스는 어떨까? 우선 내부 의견조율을 통해 부동산 매입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고, 이 과정에서 얼마를 투자해 건물을 살지, 건물은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 등을 정한다.

이후 부동산 전문가들로 이뤄진 ‘건물 설립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부동산업자 등에게 연락해 적당한 매물을 추천받아 제안 내용 검토 작업(실사)을 반복한다. 보통 실사에 몇 년 이상 소요되며 모 공제회는 마음에 드는 건물을 찾기까지 80회 이상의 실사를 거쳤다고 한다.

아예 부동산 전문가에게 외주를 주고, 펀드를 통해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자산운용사 중에서 부동산 매입, 매각, 관리에 전문성을 가진 곳을 섭외해 관련 업무를 통으로 맡기는 것이다.

D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펀드는 2인 이상 투자자가 있어야 설정 가능하지만, 공제회들은 예외적으로 단독 수익자로 펀드 설정이 가능해서 실제로 공제회가 매입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며 “수수료 부담이 있긴 하지만, 전문가를 통해 좋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임차인 관리에 신경쓰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 매입은 한두푼이 오가는 게 아니므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모 공제조합은 코로나19 당시 골프 열풍에 힘입어 골프장을 비싸게 매입했으나, 최근에는 해외여행도 풀리고, 골프인구가 줄면서 투자금 회수 기간이 더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공제회 관계자는 “요즘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은행 자금 조달도 어려운 시기라 건물 매입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현금부자’인 공제기관 입장에선 낮은 가격에 좋은 매물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위기와 기회가 함께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하고 확신이 서면 빠르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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